2020.11.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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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여름방학, 방구석 독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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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이 3주 남짓 남은 8월에도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방학 때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됐고, 취미생활 또한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정적 취미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에, 우리 대학 교수님이 추천한 책을 모아봤다. 남은 방학, 이 책들을 통해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어 보길 바란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2016.

살면서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과거에 하지 않고 넘겼던 선택들이 마음을 짓누른다면, 혹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당신의 현실을 잠식해 가고 있다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권합니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자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작가 테드 창의 이 작품에는 영화 <컨택트>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도착(Arrival)이 실려 있습니다. 도착(arrival)에는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헵타포드라는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사피어-워프의 언어결정론 가설을 바탕에 깔고 있는 이 소설에서, 인류는 시간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촘촘하게 구분하고, 미래를 미지의 영역으로 규정함으로써 시간을 한쪽 방향으로만 인식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반면 헵타포드는 현재와 과거, 미래를 구분하지 않고 이들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세상을 순차성이라는 개념에 따라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 미래를 뒤섞어 이해합니다. 미래를 볼 줄 아는 헵타포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볼 줄 알게된 주인공 루이스. 현재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를 미리 보면서도, 그 선택을 해야 하는 쓰디쓴 자유의지의 실현을 이 소설을 통해 한번 느껴보기 바랍니다.


김정일 교수(인문대 노어노문) 



『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2020.


본인의 전공영역이 디자인이다 보니, 항상 새로운 사회·문화현상이나 콘텐츠를 찾고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신간도서나 매거진을 둘러봅니다. 오늘 소개하고픈 도서는 어려운 처지와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고 여성소방관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의 현장경험과 심리학 연구를 간접체험 할 수 있는 따끈한 신간 도서입니다. 목숨을 건 위험한 임무에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의 혼란, 신념과 본능의 혼재 속에 최선의 결정을 위한 그녀의 연구와 경험담에 대한 수많은 서평과 찬사가 따르는 이 책의 가치를 저는 다른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극도의 위기 속에서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위해서 직관과 이성의 균형을 이루는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편도체에 의해 먼저 반응하는 fast /hot track과 전두엽을 중심으로 다소 늦지만 복합적이고 신중하게 여러 정보를 놓고 결정하는 slow/cold track이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두 가지 트랙인데 이들의 원활한 전환과 균형을 잡는 사고와 판단이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 문제를 해결하는 최일선에 있는 디자인분야에서도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덕목입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좌뇌적 사고와 우뇌적 사고의 밸런스를 통해 도출된 디자인솔루션이 성공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유사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매체와 동반 성장한 신세대들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외계정보와 자극방식에 적응하다보니 이성과 감성, 직관과 논리의 균형을 잡아가는 훈련이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사고방식과 결정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를 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의 문제대응방안은 위기의 순간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과 생활 속에서도 유용하고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경용 교수(예술대 디자인)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지음, 창비, 2020.

‘알로하’는 하와이의 인사말입니다. 이 소설이 하와이를 배경으로 펼쳐지겠거니 했다면 제대로 짚었습니다. ‘나의 엄마들’, 엄마‘들’이라고? 그럼 뭔가 심상찮은 가족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고 그 가족은 아마도 모계가족이겠거니 짐작했다면, 그것 역시 제대로 짚었습니다. 표지 그림을 보면 한 젊은 여성이 ‘레이’(하와이 꽃목걸이)를 들고 저 멀리 보이는 두 여성(아마도 ‘엄마들’)에게 사뿐 다가갑니다. 이 소설은 ‘엄마들’에게 바치는 ‘레이’같은 소설일까요? 
대략 100년 전 식민지 조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노동자들이 이주한 건 이미 아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조선으로 사진을 보내오고, 그 사진 한 장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겨 하와이로 간 여성들이 있었다면, 이들은 어떤 세월을 살았을까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이런 여성인물들, 버들, 홍주, 송화, 그리고 그들의 남편과 2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국가주의 서사의 익숙한 문법을 벗어납니다. 물론 남성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국가주의의 영웅들은 아닙니다. 독립운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지만 이런 국가주의 서사는 주변부로 밀려나 있습니다. 식민지의 백성이기 때문에 마냥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이야기는 어머니-딸 플롯을 따라 전개됩니다. 어머니-딸 3대는 근대의 폭력을 고스란히 감내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을 살고자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갑니다.
엄마는, 그리고 딸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작품의 결말은 유쾌한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처럼, 나날의 고통이 선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코로나 19의 여름, 일상이 힘들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을 꿈꾼다면,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어봅시다.


류동규 교수(사범대 국어교육) 

『마스터 알고리즘』

- 페드로 도밍고스 지음, 강형진 옮김, 비지니스북스, 2016.


인공지능, 기계학습, 딥러닝. 이런 단어들을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학부의 4학년 전공 교과목이었던 인공지능 과목은 이제 융합전공 학생들을 위해서도 개설되고, 전체 교양과목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이 사회에 가지고 오는 변화들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90년대 초에 인공지능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이 분야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한 학기 분량의 인공지능 교과목의 강의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번 어렵습니다. 관련된 주제들이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많은 교과서나 교양서들은 저자의 특정 전공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백과사전식의 방대한 나열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초기 인공지능연구에서 딥러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도 비전공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수식과 복잡한 계산을 모두 배제하고 말입니다. 오랫동안 머신러닝을 연구하며 세계적 권위에 오른 저자의 깊은 통찰은 이 분야의 연구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배우기 시작한 학부생들에게도 그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또한, 말로만 듣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그리고 그것들이 가져올 현재와 미래의 변화에 대해 단순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수준 높은 교양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저자가 추구하는 학문적 목표인 ‘마스터 알고리즘’이 무엇인지는 독자들 스스로가 책을 통해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마스터 알고리즘”이 내재되어 있으니까요.


박혜영 교수(IT대 컴퓨터) 



『자유롭게 살고 유쾌하게 죽기 』


- 이문호 지음, 유원북스, 2020.


이 책의 지은이는 검사로 봉직하던 중 어릴 적부터 그를 사로잡은 생사 문제가 깊고 진지한 의문을 일으켜 그 해답을 찾아 길을 나선 후 5명의 살아 있는 선각자를 만나 다양한 형식의 형이상학 전통에 입문하여 수행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걸친 탐색과 추구에도 불구하고 답은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공부는 포기되고 멈추어 집니다. 참 기묘하게도 탐색과 수행이 멈추어진 그즈음 큰 반전이 일어나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 ‘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이 확인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답은 지은이가 길을 나서기 전부터 호주머니 안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답은 모두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 뉴스를 전하고 싶은 열정은 일방적일 수 없고 시간과 인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야 했으므로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책에 이르게 됩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마치 동화와 같은 다양한 비유를 들어 쉽고 친절하게 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과 삶과 죽음에서 자유롭고 유쾌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며 또한 재미있는 여담으로 지은이 자신의 구도 방랑기를 소개합니다. 지은이는 2007년부터 경북대학교 로스쿨과 행정학부에서 형사법과 법조윤리 사회정의론 등을 강의하며 조용하고 단순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문호 교수(행정학부) 

『기꺼이, 이방인 』

- 천선영 지음, 책밥상, 2020.

방학 중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주저했습니다. 소개할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은 책을 소개해도 좋을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민망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학생들과 진심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적어도 그 일부가 이 책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내가 맨날 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떠나지 않는, 떠나지 못하는 숱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학생들에게 왜 내가 ‘걷기’를 ‘과제’로 제시하는지, 왜 대학 4년 여덟 번의 방학을 여덟 번의 장기여행 기회로 삼으라고 강변하는지, 왜 홀로여행을 가라고 하는지...
이 책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도 꽤 있습니다. 이 텍스트의 공유를 통해 나와 학생들의 관계가 단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 이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명색이 선생인데 이 정도 소박한 욕심은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사회학자는 그래도 뭔가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갖고 있구나,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어떤 부분을 짚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그래서 사회학 전공 책이 아닌 책을 읽으며 사회학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할 것 같습니다. 
지루하지 않음, 게다가 재미있음, 본인의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라고 감히 장담하겠습니다. 50쪽만 읽으려고 있는데 재미있어서 다 읽었다는 학생들의 말, 믿고 있습니다. 보너스! 샘을 알건 모르건 무료 음성지원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의! 바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 



『건강 격차』- 마이클 마멋 지음, 김승진 옮김, 동녘, 2017.



「한 여성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 진료소를 찾아왔습니다. “에휴, 선생님. 남편이 또 술을 마시고 때려요. 아들은 또 감옥에 갔고요. 딸내미는 10대인데 임신을 했지 뭐예요. 저는 하루라도 안 울고 지나가는 날이 없어요. 기운도 하나 없고, 잠도 못 자고, 살아 뭐 하나 싶어요.” 의사는 파란 알약은 그만 먹고 빨간 알약을 먹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한 달 뒤로 다음 진료 약속을 잡아 주었고 환자는 여전히 비참함의 화신 같은 모습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본문 중 -
우울증으로 병원에 온 여성에게 담배를 끊고 남편이 때리다 멈추면 함께 앉아서 다섯 가지 과일과 채소를 먹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여성에게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니 마음 다잡고 알아서 우울증을 이겨내시라고 처방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개인의 특성(나이·성별·유전), 생활습관(흡연·음주·운동·영양·식생활), 주거, 위생, 근무환경, 교육, 의료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개선이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2018년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협력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의 유품으로 컵라면이 발견되었습니다. 일을 하다 끼니를 놓치면 컵라면으로 때우기 위해 갖고 다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환경에 놓인 사람을 대상으로 과일, 채소와 함께 하루에 세 끼를 골고루 차려먹는 것은 중요하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교육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건강 격차’는 의학 분야의 다른 책들과 달리 쉽게 쓰여, 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본 책을 통하여 건강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깊은 통찰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진수희 강사(생과대 식품영양) 


『섬』

-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08.

이 책은 본인이 대학시절 읽었던 책입니다.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로 가볍지만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 방학 중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동안 읽는 것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요즘 세대들은 디지털 매체를 많이 접하며 다양한 이점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보다 효율적이며, 그 세대가 겪는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적 매체에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간의 삶은 황폐해지고 맙니다. 때문에 마음을 수련하며 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독서나 명상을 통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즉, 마음을 차분히 하고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자극적 매체에 노출되는 것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독서가 필요하며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 활자를 읽어 마음을 차분히 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더불어 이 책은 일상생활에 대한 그윽한 시선을 길러주고, 타인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을 읽을 당시 본인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 책의 서문은 알베르 까뮈가 썼고, 그 내용 중 ‘열광에 찬 복종의 마음’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굉장히 멋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재일 교수(사회대 신문방송) 

『창의성을 지휘하라』 

-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와이즈베리, 2014.


‘경영’이라고 하면 어떤 말이 떠오릅니까? 이익, 효율성, 성과. 이런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면 여러분은 경영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 혹은 경영에 대해 잘못 배웠거나. 
원어 제목이 ‘창의성 주식회사’인 이 책은 에드 캣멀(Ed Catmull)이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수십 년간 성공적으로 경영하면서 느낀 통찰과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책에서는 이익, 성과, 효율성 같은 단어는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목적, 공동체, 창의성, 고민, 성찰과 같은 사람 냄새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경영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 픽사는 만드는 영화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실패가 빈번한 영화산업에서 이례적입니다. 이 책은 자신의 무용담을 과시하는 흔한 자서전이 아니라,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가는 여정에서 경영자의 성찰과 고민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무릇 경영의 본질이 무엇이며, 경영자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줍니다.
경영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직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저자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리더의 제1덕목은 ‘겸손함’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영방식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방식이 옳고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자기 확신으로 가득한 리더가 넘쳐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합니다. 캣멀은 직원들이 느끼는 공포의 원인을 찾아서 없애는 게 경영자의 임무라고 합니다.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한 우리의 조직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은 얼마나 잘못된 것일까요. 경영이란 미지의 영역으로 항해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저자는 ‘경영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섣부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경영과 경영자의 임무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철학자의 생각이나 역사적 교훈도 패스드푸드 레시피처럼 전달하려 하는 요즘 세상에, 경영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허문구 교수(경상대 경영) 

『독도의 자연 』

- 박재홍 외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2008.

한반도 최동단 화산섬 독도의 자연에 대한 종합적인 자연과학 연구서인 이 책은 다양한 자연과학자들이 독도에 대한 다년에 걸친 현장 조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결과물입니다. 독도가 어떻게 생성되고 수많은 세월에 걸친 변화를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 사연에 대한 설명을 필두로 독도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설명이 체계적으로 시술되어 있습니다. 2000m보다 깊은 동해 바다 밑에 위치한 딱딱한 지각을 뚫고 올라와서 해수면 위로까지 성장해 나온 거대한 독도화산의 생성과 진화, 이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지형의 변화, 해풍과 염분 많은 바위 틈에서도 굳굳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땅채송화, 번행초, 개밀, 해국 등의 자생식물, 슴새와 괭이갈매기 등의 다양한 조류, 곤충류와 미생물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생활상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사진은 독도에 대한 간접적인 관찰의 기회를 제공하여 독도의 자연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동쪽 끝 우리 땅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이해하고 더 깊이 있는 국토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윤득 교수(자연대 지질) 

『대서양문명사』


- 김명섭 지음, 한길사, 2001.

 이 책은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재직 중인 김명섭 교수가 2001년에 출간했습니다. 단순히 세계문명의 흐름을 연대적으로 서술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패권전이의 역사를 ‘문명’과 ‘표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내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적 표준’의 형성과 팽창과정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여기서 ‘세계적 표준’이란 좁게는 국제조약·협정, 국제적 프로토콜, 넓게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정치적 의지력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일개 국가든 일개 문명권이든 개별적 표준의 주체들이 가장 긴 연속성을 지니면서 자신의 표준을 개혁하거나, 타자가 자신의 표준을 수용하도록 하면서 자신의 표준을 확장시킨 표준이 바로 세계적 표준입니다. 세계적 표준은 결국 ‘헤게모니’로 발전하게 되며, 모든 것을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출간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이 책은 오늘날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유용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냉전기 이후 문명적 융합보다는 미국적 표준의 세계화에만 힘쓰는 일반주의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코로나 사태 대응과 인종차별 등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에서 미국이 자초한 함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이 책을 읽어보면, 탈냉전 시대 국제관계의 이해하는 새로운 틀로 각광받았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문명충돌의 양상을 단순화시켜 적을 정의하는 데는 유용했을지는 모르지만, 문명 간의 융합을 꾀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맺음말에서 강조한 “거인의 어깨를 빌리되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줄 아는 문명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되 결코 그 흐름에 함몰되지 않은 강소국의 생존전략”은 강대국의 패권쟁탈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읽을 학생들에게 독서과정에서 생각해 볼 만한 몇 가지 화두를 던져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과거와 달리 개개의 국가의 힘이 다시 강조되는 반면 세계화의 흐름이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에 세계적 표준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등장한다면 그러한 표준은 무엇일지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대서양 표준을 대신할 세계적 표준 지역이 될 수 있을까요? 760쪽에 달하는 책의 두께에 압도 당해 독서를 포기하지 않고 완독한다면 얻어갈 수 있는 지식과 교훈이 많은 책입니다.

정희석 교수(사회대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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