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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나의 도시에서 나답게 즐겁게 사는 것 - 훌라

도시재생은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어야 한다. 대구 시내 곳곳에 재개발이 한창인 요즘에도 도시 속의 쇠퇴한 골목이나 사람을 통해서 도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성로를 중심으로 도시문화 연구와 기획 활동을 하는 ‘훌라’는 기술예술융합소 ‘모루’를 운영하며, 예술과 문화 활동으로 도시 속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훌라에게 북성로는, 아직 해석되지 않은 이야기가 가득한 탐사지대라고 한다. 북성로라는 공간의 특색을 살리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도시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훌라 팀을 만나보자.●

최수영 객원기자

▲훌라 팀원인 (사진 왼쪽부터) 나제현(영남대 일어일문 09) 씨, 윤종민(경상대 경제통상 03) 씨, 안진나(인문대 고고인류 04) 씨, 김효선(예술대 음악 03) 씨, 문찬미(인문대 노어노문 08) 씨의 모습


➊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를 소개해달라.

또래 친구들과 북성로에서 자주 어울리다 보니 북성로 공간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훌라’라는 이름은 함께 모이면 자주 했던 카드 게임인 훌라에서 따왔다. 우리는 기존의 토지·부동산 중심의 도시재생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진짜로 필요한 도시의 재생을 즐거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도시에는 가공되지 않은 채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영역이 많이 있다. 이런 도시를 탐사하면서 도시의 숨겨진 야생성이 사라지지 않게 잘 기록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자는 차원에서 도시야생보호구역이라는 슬로건을 세웠다.

➋ 주 활동지인 북성로는 어떤 공간인가.

북성로는 대구 읍성 북쪽 성벽을 허물고 난 후에 생긴 도로인데, 이곳에는 1000여 개의 공구상과 공업소가 있다. 새로운 도시 생활을 기획하고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심지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 있다. 구상했던 것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면서 도시가 살아 움직이게끔 한다.
북성로의 기술 장인들은 기술경력이 평균 40-50년 많게는 60년 정도 된다. 공구거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분들로 살아있는 기술 그 자체다. 자동화된 기계로 쉽게 물건을 찍어내지 않고 현장에서 하나하나 기술을 터득한 분들이 많다. 1950년대에는 미군부대 깡통 같은 버린 것들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기도 했고,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던 분들이다. 우리는 그분들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여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문화적 도시재생을 진행한다.

➌ 북성로의 매력은 무엇인가.

북성로는 시간의 켜가 두껍다. 최근에는 젊은 층들의 방문이 많이 늘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공구거리는 용건이 없다면 드나들 일이 없는 쇠퇴한 공간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곳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배경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조선시대에도 이곳에는 성벽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장소의 발자국들이 쌓여있다. 
유행은 주기가 짧고 빨리 변하지만, 문화는 10년, 100년 이상 오래 지속된다. 북성로에는 집 하나가 100년, 무심코 지나친 가게가 60년씩 된 경우가 많다. 오래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마다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숨어 있다. 북성로의 문화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가 두꺼운 만큼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➍ 훌라는 어떤 방식으로 도시 문화 연구·기획 활동을 하는가.

예술로 다가가기
도시를 기억하며 이야기하는 방법은 문화·예술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부동산 개발의 도시재생에 익숙하지만 사실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고 원하는 삶의 방식을 달성하는 영역은 문화·예술에 있다. 그래서 우리의 도시재생은 문화·예술의 형태를 취한다.
우리 활동은 업사이클링 밴드, 도시재생그룹, 지역문화단체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어떤 것을 해내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나답게 나의 도시에서 즐겁게 제대로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성로의 기술 생태계와 같이 기억과 서사를 품고 있는 특별한 장소를 어디에나 있는 아파트로 치환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고, 모두 도시의 다양한 문화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삶을 기존의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계 맺기
도시재생은 곧 관계 맺기이기도 하다. 도시에 이미 존재했던 사람, 새로 유입된 사람 등 모두가 관계 속에 있고 우리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도시·문화적 생태 내부에 있는 사람과 외부의 사람 그리고 매개자가 맞물려 돌아가야 도시의 생태계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서 난개발이 한창인 요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도시 생태계를 회복시키려면 관계 맺기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언젠가는 우리와 같은 매개자가 없어지는 것이 바람이지만 매개자 역할은 항상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도시에서의 다양한 문화를 꿈꾸는, 북성로의 젊은 2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매개자가 되었으면 한다.

➎ 도시 문화 연구와 기획 활동의 왜 필요한가.

도시재생, 도시문화 연구와 기획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곳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지 말고 도시를 깊이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좀 더 재밌게 사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도시를 소비하지 않고 그 너머의 사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대학생은 지식인으로서 졸업 후 도시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도시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도시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주권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사회와 일상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정치적이든 문화적이든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소비, 공간 향유, 투표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도시를 특별한 장소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연애와 같이 밀도 깊은 감정의 경험으로 장소를 기억하거나 도시 안의 누군가를 집중 조사해보는 것, 학교 안에서도 매일 가던 빠른 길이 아닌 둘러가는 길을 찾아 걸어보는 것 등, 숨어있는 공간을 찾아보며 일상적인 도시의 공간을 뒤틀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도시는 입체적으로 감각된다. 도시의 난개발은 감각된 도시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이는 내 일부가 없어지는 경험과 같다. 그래서 감각된 도시는 난개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쌓이고 도시에 대한 공통의 감정 유대가 생기면 도시가 전면적 재개발이 아닌 모두의 공유공간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도시탐사대 

‘도시탐사대’는 다양한 주제로 도시를 탐사하는 활동으로 2016년부터 이어진 훌라의 주된 활동 중 하나다.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 환경문제, 도시와 농촌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도시를 만나고, 감상적인 차원을 넘어 도시의 권력구조나 시민들의 도시주권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자신만의 도시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이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알아갈 때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 도시를 바라볼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대구시와 함께 ‘대구청년 도시탐사대’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 7월 10~12일에는 남구 일대의 오래 되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동네들을 탐사하고 인문지리, 도시생활사, 시각 문화 등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기록하는 ‘도시기억탐사대’ 행사를 진행했다.


북성로 오픈팩토리

‘북성로 오픈팩토리’는 시민들이 북성로에 있는 여러 공장에 와서 그 공장의 장인들로부터 기술과 그 기술에 필요한 공구 사용법 등을 배우고, 용접과 절단 등을 통해 직접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기획한 행사이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함께 진행한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중 지역문화콘텐츠특성화사업에 선정돼 2019년에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 프로그램으로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성로 오픈팩토리는 북(北)쪽의 별(星)들이 안내하는 길(路)이라는 의미로 북성로에 있는 여러 공장을 별이라는 테마로 삼았다. 장인들의 공장과 기술을 ▲금성: 쇠 용접공장, ▲목성: 나무를 깎는 공장, ▲수성: 물을 이용한 선반공장, ▲토성: 흙을 이용한 주물공장, ▲화성: 불을 이용한 대장간으로 나눠 각각을 다섯 개의 별 이미지로 보여준다. 오픈 팩토리에서는 제품 제작 체험, 기술·예술 융합 퍼포먼스, 기술 장인들의 토크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오픈팩토리를 통해 시민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북성로의 공구상과 장인들은 스스로의 작업에 대해 새로운 재미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오픈팩토리는 오는 9~11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모루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모루’는 북성로의 기술 생태계를 활용한 기술 전승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구시 중구청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북성로 일대에서 진행했던 ‘북성로 역사전통문화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북성로공구박물관’의 기증품을 이곳으로 옮겨와 북성로의 역사 및 기술자의 생애와 제작품 자료 등을 기록하고 한데 모아서 관리하고 검색도 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이것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전시를 하거나 새로운 기술·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루의 1·2층에는 북성로의 기술자, 기술 생태계에 관한 전시장이 있고 1층에는 신청을 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작업장이 있다. 기술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다양한 공구들이 있어 생활 용품들을 만들기 위해 자르고 용접하고 두들겼을 고단한 손길을 떠올려볼 수 있다. 또한 북성로 기술자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거나 북성로의 기술 생태계를 활용해 제작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체험과 견학, 북성로의 문화적 도시재생,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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