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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해자는 엄벌하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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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내 디지털 성 착취 사건이다. 높은 보안을 자랑하는 SNS인 ‘텔레그램’에서 은밀히 대화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제작·유포까지 이루어졌다는 게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아동 성 착취물,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강제 촬영한 음란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3월 체포된 조주빈이 운영한 n번방인 ‘박사방’의 경우, 미성년자를 ‘노예’라고 부르며 성행위를 포함해 온갖 엽기적인 행위를 강제하고 돈을 벌어들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이 3월 발표한 ‘박사방’ 관련 피해자 최소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였다.
n번방 사건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특정 ‘악마’들이 저지른 것이 아니다. 그 방에 입장해 성 착취물을 공유하고, 요구하고, 시청한, 우리 곁의 수많은 개인들이 n번방 사건의 가담자이며 공범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n번방 사건 운영자 및 이용자 수는 26만 명, 경찰이 확보한 박사방 관련 참여자의 닉네임 수는 1만 5천 개였다.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는 n번방 수가 상당하다는 점과 성 착취물이 2차, 3차 공유되는 경우를 따졌을 때, n번방의 직간접적 가담자 수는 추산이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그만한 수의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성 착취물을 소비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인권유린과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얼마나 많이 여성을 착취하는가.’ 이는 n번방에서 퇴장 당하지 않고 계속 성 착취물을 공유 받으려면, 또는 방내에서 ‘방장’과 같은 자리에 오르려면 갖춰야 하는 조건이다. 혹자는 “음란물을 촬영한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 또는 “요즘 세대의 성교육이 문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n번방 사건 전에도 우리 사회에는 버닝썬 사건이 있었고, 불법촬영물 웹하드 카르텔이 있었다. 단톡방 성희롱과,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각계의 성폭력 사건, 그리고 소라넷도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일부는 처벌을 받았으나 다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법의 처벌을 벗어났다. ‘남성은 욕구를 참을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한국사회의 묵인과 권력관계 속에서 자라난 여성혐오와 소위 ‘강간문화’는 n번방을 탄생시킨 토양이었다.
n번방으로 대표되는 성 착취 문화와 여성혐오는 더 이상 사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된다. 지난달 29일 ‘n번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벌 가능한 디지털성폭력 범위를 확대하고 성폭력 전반의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성폭력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하는 범죄수익은닉법 개정안 ▲의제강간 연령을 올리고 (유사)강간을 계획해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이 주 내용이다. 이러한 성 착취와 인신매매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망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n번방 가담자들을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 이 사건은 지난 1, 2월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청와대와 국회 청원이 여럿 나오고 수백만 명이 참여함으로써 정부의 반응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박사방 관련 피고인 형사재판에 성범죄 사건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전력이 있는 판사가 배정되자,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30만 명을 넘었고 결국 판사의 교체를 이뤄내기도 했다. n번방 관련자들이 합당한 실형을 받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여론 참여가 필요하다.
가해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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