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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보존력장의 정직성

17세기 말, 뉴턴은 두 물체(질량) 사이에는 이들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이들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인 중력이 존재하며, 이 중력으로 인해 모든 별들이 서로 이끄는 힘이 작용해서 저들의 위치에서 운행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마찬가지로 18세기 말, 쿨롱은 두 개의 전기를 띤 물체(전하) 사이에는 이들 전하량의 곱에 비례하고 이들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인 전기력이 존재하며 이 전기력으로 인해 두 전하는 서로 밀거나 당긴다는 것을 알아냈다. 중력과 전기력은 서로 떨어진 두 개의 질량과 두 개의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데, 질량이나 전하가 무한히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나 존재하는 힘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힘을 ‘원격으로 작용하는 힘’, 혹은 ‘원격 상호작용’으로 부른다. 그러나 비틀림 저울과 같은 간단한 실험 장치로 확인되는 이 두 가지 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서로 떨어진 두 개의 물체 사이에 힘이 작용해서 끌거나 밀게 되는지, 그것도 아주 멀리까지 힘이 작용하게 되는지’ 하는 의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두 물체 사이에 아무런 끈이나 막대기가 없는데 어떻게 밀고 당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19세기에 시작된 것이다. 
원격 상호작용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찾아낸 대답은 역장(force field, 힘 마당)이었다. 하나의 질량체나 전하체가 존재하면 그들 주변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힘이 미치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고 이 힘이 미치는 공간으로 바뀐 공간을 역장, 혹은 장(Field)이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하나의 질량체 주변은 중력장이 만들어져서 다른 질량체가 중력장 속에 놓이게 되면 중력장이 작용해서 중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전하체 주변은 전기장이 만들어져서 다른 전하체가 전기장 속에 놓이게 되면 전기장이 작용해서 전기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줄이나 막대가 없더라고 장에 의해서 얼마든지 두 물체 사이에는 중력이나 전기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거미가 잠자리나 나비를 잡아먹을 때 거미란 놈이 잠자리나 나비를 직접 잡는 게 아니라 거미줄을 쳐놓고 간접적으로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질량체나 전하체인 거미가 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쳐놓아 거미 주변이 잠자리나 나비가 잡히는 (힘이 작용하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의 개념을 도입하면 원격 상호작용의 의문은 풀리게 된다.
물리학에서 보존력이란 닫힌 경로를 따라서 힘이 작용한 일이 영(0)이면 이 힘을 보존력이라 한다. 쉽게 풀이하면 어떤 물체에 힘이 작용한다고 하자. 이 힘에 거슬려서 이 물체를 다른 지점까지 옮기는데 우리가 한 일이 A라고 하고, 옮겨진 이 물체에 이 힘이 작용해서 처음의 위치까지 옮기는데 힘이 한 일을 B라고 할 때 A=B가 성립하면 이 힘은 보존력이고 이 힘이 작용하는 공간(마당)을 보존력장이라고 한다. 보존력장에서 보존력이 한 일은 물체의 이동 경로와 무관하다. 중력과 전기력은 보존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수학적으로도 쉽게 증명이 가능) 그러므로 질량체와 전하체가 만드는 공간은 보존력장이다. 
중력이 보존력이므로 손으로 돌멩이를 들어 올릴 때 우리가 중력에 거슬려서 한 일과 돌멩이를 놓았을 때 중력이 돌멩이에 작용한 일은 정확하게 같다. 마찬가지로 전기력도 보존력이므로 전하체를 전기장에 거슬려서 옮기는데 요하는 일 힘과 그 전하가 전기장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행해진 일 힘은 정확하게 같다. 중력은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고 전기력은 핵과 전자 같이 전하를 띤 입자들(소우주)에 작용하는 힘임을 생각할 때, 소우주와 우주를 아우르는 공간이 보존력장이라 해도 무방하다. 작은 소립자에서 큰 별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것들은 모두가 보존력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보존력장에서 일을 하면(보존력장에 일을 해주면) 보존력장은 우리에게 반드시 꼭 그만큼의 일을 되돌려준다. 우리의 일을 훔쳐가지도 않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여분의 일을 더해주지도 않는다. 보존력장은 놀부도 흥부도 아닌 것이다. 그저 받은 것만큼 돌려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이다. 얼마나 정직한 보존력장이고 얼마나 간단한 자연의 셈법인가. 보존력장의 정직성을 생각하면서 우리 인간을 한 번 돌아보자. 개인, 회사, 정당, 국가 모두 받은 것만큼 돌려주고 있는지 아니면 받은 것보다 덜 돌려주려고 꼼수를 부리지 않는지 한번은 살펴볼 일이다. 동서고금 역사를 볼 때 언제나 조금 더 얻기 위해 서로를 속이기도 하고 분탕질을 하기도 하며 싸움(전쟁)까지 했던 것은 모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함에 원인이 있었다. 개인은 물론 인류까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죽고 죽이는 참사를 겪었다. 자연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짓이었을까. 더러는 받은 것보다 더 돌려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베품이요, 나눔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고 이런 행위라면 얼마든지 실천해야할 덕목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얼마나 오래 희생이나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더도 덜도 아니게 받는 것만큼 주고 주는 것만큼 받는 보존력장의 정직성을 배우고 실천하면 세상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손상호 교수
(사범대 물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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