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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클릭베이트(clickbait)’ 이제 그만

다들 유튜브는 잘 보는 편인가. 나는 유튜브를 자주 본다. 구독하는 채널 수는 많지 않지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처음 보는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이 알아서 업로드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서 오늘은 어떤 동영상이 올라왔나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보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은 경쟁하고 고뇌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기해보이는 이미지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영상 제목은 ‘지폐 한 장으로 고장난 전자 도어락 고치기’이고, 미리보기 이미지에는 천원 지폐를 전자 도어락에 가져다 대는 모습이 찍혀있다.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일까. 클릭한 순간, 검정배경만 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조롱하는 듯한 오리 울음소리가 나오면서 5분 길이의 영상 중 어디를 돌려봐도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광고가 나오고 영상은 끝이 났다. 이게 무슨 일인가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 ‘클릭베이트(clickbait: 클릭 미끼)’에 또 걸려버렸구나. 이런 영상을 피하지 못하고 매번 누르는 자신이 못마땅해진다.
최근 어느 매체를 들르나 클릭베이트가 흔히 보인다. 유튜브, 인터넷 신문기사 제목, 텔레비전 광고 등에 있는 과장된 수식어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표어들은 소비자들의 순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미끼를 물어 확인한 내용물은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에게 실망감만 가져다 준다. 사용자 입장에는 클릭베이트가 무익한 데다가 기분마저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번듯한 유튜버들마저 클릭베이트를 쓰기 시작한 지는 꽤 된 일이다.
유튜브 콘텐츠의 시장에서 유튜버들의 주요 수익모델이 ‘광고’인 이상,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튜버가 사람을 모을 때의 정석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능력을 단기간에 얻기가 쉽지 않아 클릭베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해법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유튜브를 켰을 때 올라오는 영상은 유명 유튜버의 새로운 영상이라는 점은 동일하나, 미리보기 이미지의 양상이 점점 노골적으로 관심을 끄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댓글로 지적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유튜브로 돈 버는 사람이 유튜버인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는 클릭베이트가 뭐가 잘못이냐”는 질타가 날아오기 일쑤다. “클릭베이트로 들어왔어도 내용물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라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낚시꾼들의 행위를 정당화해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 놓여있어서 주목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유튜브 시장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속이면서까지 이긴다고 해서 진심으로 떳떳할 수 있을까. 속이는 행위를 ‘다른 사람도 다 하니까 나만 하지 않으면 손해잖아’라며 합리화할 수는 있다. 아쉽게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피곤한 사람인 것 같다. 정정당당하게 임하지 않고 성취한 트로피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흉물처럼 느껴진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 비겁한 방법을 쓸 때의 나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름진 얼룩처럼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곁을 맴돌아 고통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나는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게 나쁜 마음을 먹거나 유혹에 빠져서 얻은 성과는 되돌아보기가 무섭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재 유튜버의 세계는 부끄럽고 창피한 덩굴투성이의 정글이다. 클릭베이트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든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이든 개인의 가치관이 뚜렷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 역시 할 말은 하고 싶다. 최소한 부끄러움은 느끼고 살자.


조영재
학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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