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 (화)

  • 맑음동두천 -2.6℃
  • 맑음강릉 1.5℃
  • 구름많음서울 -0.8℃
  • 흐림대전 3.5℃
  • 흐림대구 5.2℃
  • 구름많음울산 4.5℃
  • 구름많음광주 7.2℃
  • 구름많음부산 5.3℃
  • 흐림고창 7.1℃
  • 구름많음제주 10.9℃
  • 맑음강화 -1.2℃
  • 흐림보은 2.0℃
  • 흐림금산 3.2℃
  • 구름많음강진군 7.4℃
  • 흐림경주시 4.2℃
  • 구름많음거제 6.5℃
기상청 제공

복현메아리

<체르노빌>이 던지는 경고장

1986년 4월에 발생한 사상 최악의 재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소재로 한 HBO의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이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텔레비전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의 작품상을 받은 것은 물론, 실망으로 가득했던 <왕좌의 게임 시즌 8>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을 시원하게 날려주며 드라마 명가 HBO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워주었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What is the cost of the lies?)’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하는 드라마는 진실이 거짓에 의해 가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과실을 거짓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다. 시설 책임자는 새파란 신입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소련 당국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보고하며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피해는 일반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들은 원전 폭발 사고를 단순한 화재로 착각하고, 불타는 모습이 잘 보이는 철교에 옹기종기 모여 상황을 구경한다. 이윽고 자신들의 목숨을 빼앗는 방사능 낙진을 첫눈처럼 천진난만하게 맞는데,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포장된 가장 비극적인 이 장면은 진실을 홀로 알고 있는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체르노빌’의 감독 요한 렌크는 진실을 감추고 거짓을 선전하는 비극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사건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났지만, 거짓 정보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는 근거 없는 거짓 정보들이 난무하고, 가짜뉴스는 유튜브를 통해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가고 있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독재정치 체제하에서 통제된 정보를 받는 시대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진실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거짓의 대가는 단순히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진정 위험한 것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더 이상 진실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희망조차 버린 채, 꾸며낸 이야기에 만족하고야 마는 것이다. 소련의 핵물리학자 발레리 레가소프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확증편향에 대한 경고장을 보낸다. 확증편향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인지 편향이다. 다양한 정보를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 후 그 결론에 맞는 정보만 취득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외면하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이유 역시 거짓에 속기를 원하는 이들이 입맛에 원하는 정보를 계속해서 요구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보의 교차검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정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며,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결론과 반대되는 의견 역시 꼼꼼히 살펴보며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만약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버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에 계속해서 만족해 버린다면,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소련을 덮쳤듯 우리 사회는 또다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야 말 것이다.


오정록(사회대 신문방송 15)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