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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반려견과 함께 나의 길을 개척하다

-아산 반려견교육센터 김해송 대표(IT대 전자공학 09)


▲아산 반려견교육센터 김해송 대표가 자신의 반려견, ‘젬포(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와 함께 웃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대부분 연구직 또는 기술직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깨닫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들도 있다. 교육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의 이해심을 키워주는, 천안 아산 반려견교육센터 김해송 대표(IT대 전자 09)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전공과 관련 없는 업종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개를 5마리 키웠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오지 않는 날에도 내 곁에는 언제나 반려견들이 있었다. 자연스레 그들과 친해지고 이해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고, 어릴 적부터 반려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 덕분에 옛날 사진 속 나는 항상 반려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나에게 있어 반려견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19살, 수능을 치고 나서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전자공학부에 들어갔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안정적인 밥벌이에 더 끌렸을 때였다. 하지만 끌림은 얼마 가지 않았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전공 내용을 억지로 공부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반려견 지도사의 길을 걷기 위해 4학년 말 휴학원을 내고 반려견 카페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스승에게 실무를 배우면서 자격증을 하나, 둘씩 따게 됐고, 지금 이렇게 사업을 열기에 이르렀다.

Q. 아산 반려견교육센터는 어떤 곳인가?
A. 아산 반려견교육센터는 반려견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고, 반려견과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보호자를 대신해 전문적으로 반려견을 교육하는 곳이다. 프로그램으로는 ▲반려견 위탁교육 ▲반려견 유치원 ▲보호자 1:1코칭 ▲*퍼핏 트레이닝(puppet training) 등이 있다.

Q.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A. ‘이 일을 시작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나를 가장 괴롭혔다. 학교를 재학중일 때 전자공학부 선배들은 다들 취업도 잘하고 어느 기업에서든 인정받는다는 이미지가 팽배했다. 이런 이미지가 나에게 전공을 포기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나는 내 전공대로 살지 않아도 돼’라는 각오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을 먹고 난 후에는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부모님께 비밀로 4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1년 휴학원을 냈다. 반려견 카페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반려견 교육 자격증을 공부했다.

Q. 지금까지 봐왔던 보호자 중에서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A.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은 보호자가 있었다.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상담 받으러 왔는데, 반려견 스스로에게도 해가 될만한 행동이기에 큰 걱정을 토로했다. 이때 “가족 같은 아이인데 행동이 잘 고쳐지지 않아 고민”이라며 반려견을 가족처럼 대하는 듯한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모든 상담이 끝나고 교육비용에 대해 안내하자 “이 개가 30만원 짜리인데 교육비까지 그렇게 비싸냐”며 그대로 반려견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반려견을 데려올 때는 ‘우리 가족’이라며 소개했는데, 정작 금전적인 문제에 맞닥뜨리자 순식간에 ‘30만원 짜리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해당 보호자가 상담해왔던 문제행동은 반려견이 문제인지 몰랐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반려견에게 잘못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면 다시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때부터라도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옛날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물건’이나 ‘재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Q.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일단 입양 받고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반려견을 키우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에는 무엇이 있나?
A. 반려견 입양 전 보호자 자신의 여건을 파악하고 미리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필수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예를 들겠다.
첫째, 반려견을 키울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단순히 돈 없으면 키우지 말라는 섭섭한 이야기가 아니라 법과 관련된 일이다. ‘동물보호법’을 보면 반려견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권리 중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상해로부터의 자유 등이 있다. 반려견을 위한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는 있어야 한다.
둘째, 견종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한창 활발한 8~9살 남자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이라고 예를 들자. 이런 상황 속에서는 천성이 예민하거나 약한 포메라니안 같은 견종을 키우는 것은 좋지 않다. 웰시코기 같이 튼튼하고 건강한 견종을 키우는 것이 적당하다. 최소한의 사전 지식을 직접 공부하거나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 견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Q.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아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만 학과·전공이 인생과 진로를 정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도 전자공학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진로에 대한 고민 탓에 마음이 끌리는 일이 있어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러다 마냥 덮어두고 있는 게 만사가 아님을 깨닫고, 사용할 수 있는 휴학기를 활용해 학원강사, 운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해봤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접한 반려견 카페 도우미 교육을 계기로 적성을 찾아 이 일을 하게 됐다.
어떤 분야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왕 노력을 하는 거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반려견교육센터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새로운 동기가 솟아남을 느낀다. 후배들도 잠시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 져보는 것은 어떨까.


*퍼핏 트레이닝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행동을 예방하는 훈련으로, 독일이나 미국에서 반려견을 기를 때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반려견이 가정에서 맞닥뜨릴 여러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려견이 싫어할 만한 행위를 단계적으로 경험시켜 거부감을 낮추는 훈련이다. 


조영재 기자/c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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