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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오랫동안 짊어진 오명, 재심으로 결백 되찾다<대구 미국문화원 폭파사건>

1983년 본교 학생 5人
억울한 구금과 자백 강요 당해

35년 만의 재심 끝에 무죄 판결
“국가 폭력, 사회적 성찰 계속돼야”

지난 1일 ‘1983년 대구 미국문화원 폭파사건(이하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연루돼 징역 선고를 받았던 박종덕(인문대 철학 78), 손호만(사범대 역사교육 77), 안상학(인문대 철학 81), 함종호(사회대 문헌정보 75), 故우성수(인문대 철학 81) 씨 5인이 35년 만에 면소·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재심 개시가 확정된 지 3년, 재심 첫 공판이 열린 지 1년 만의 판결이다(본지 1620호 ‘35년 만에 진행되는 재심···역사에 묻힌 진실은?’ 기사 참조). 박종덕 씨는 “증인 확보의 어려움, 재판부 인사이동 시기 겹침 등으로 인해 재심 과정이 길어졌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재판 특성상 재판부에서 판결 속도보다는 신중함에 중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1983년 박 씨 외 4인은 본교 재학 중 미문화원 폭파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영장 없이 한 달간 불법 구금을 당했다. 그 기간에 수사·사법기관의 가혹행위 및 거짓 자백 강요를 당한 이들은 결국 1984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이하 집시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추가로 박 씨는 당시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을 구입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의 죄까지 쓰게 됐다. 하지만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 가혹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이에 2013년 재심이 청구됐다. 재심 개시는 2016년으로 결정됐으나 검찰의 항고로 절차가 늦어져 지난해부터 재심 공판이 열렸다.
재심에서 대구지법은 이들에게 적용된 집시법 위반 혐의를 면소 처분하고, 박 씨의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결·선고했다.
박 씨는 “여태껏 낙인이었던 죄가 고문과 조작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짓이라는 것이 이제라도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심을 통해 박 씨와 함께 면소 처분을 받은 손 씨는 “판사가 재판에서 과거 일에 대한 사과의 말을 했는데 대한민국 재판 역사상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 사례가 드물기에 인상 깊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수사·사법기관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조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 외 4인의 재심 공판을 담당한 김진영 변호사는 “과거 국가가 시민에게 행사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성찰이 계속돼야 한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에게 빚진 마음과 고통을 기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영재 기자/c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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