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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문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1810년 훔볼트 대학이 개교한 이래 유럽에는 근대대학이 등장하고 자연과학이 가장 중요한 분과학문으로 부상한다. 유럽의 청년들이 빠져들었던 자연과학을 향한 열망이 낳은 비극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에 담겨 있다. 생명발생에 관심을 두고 창조주의 자리를 탐한 19세 청년 프랑켄슈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시대의 괴물(Monster)이 우리를 전율케 한다.
그럼에도 인류는 자연과학의 발견과 발전에 매진함으로써 1859년 <종의 기원>에 도달한다. 사회과학의 대표저서 <자본>(1867)과 더불어 19세기의 백미인 자연과학의 기념비적인 저작 <종의 기원>. 그로부터 어언 160년의 세월이 흐른 21세기 세계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벽한 탈진으로 생을 마감한 프랑켄슈타인의 허다한 분신이 지구촌을 접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근대의 소산인 민족(民族)도 되지 못한 종족(種族)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주장을 해대는 <반일 종족주의>가 화제다. 여기 덧붙여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신연구에 기초한 새로운 발견이나 되는 것처럼 대학교수가 일본 극우인사들의 주장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학문의 자유와 새로운 역사적 사실 내지 진실을 자기네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는 곳이고, 역사적 사실은 학문의 연구결과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반일 종족주의’ 내지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용어나 공식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현상을 마치 당대의 주되는 상황이나 흐름인 것처럼 호도(糊塗)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개별적인 사안을 보고 그것에 입각하여 일반화의 논리로 확대-비약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공상과학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약관 18세 메리 셸리도 주인공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낸 ‘피조물(Creature)’ 혹은 ‘괴물’의 형상을 ‘과학’의 관점에서 형상화한다. 소설이되 과학소설이며, 상상력에 의지하되 자연과학적 상상력에 기초했던 것이다.
일부 부일(附日)교수와 연구자들의 주장은 과학주의나 실증주의가 아니라 작위적이고 의도적인 친일에 지나지 않는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가 일본 극우단체 후원을 받아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여 일제가 강제 동원한 조선인은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 본보기다. 이것은 “위안부 모집, 이송, 관리가 전반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되었다”는 1993년 8월 4일 일본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강제동원을 한국인 학자들이 나서서 부정하는 해괴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학자나 연구자, 교수가 학문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을 말할 때에는 반드시 사실관계에 천착해야 하며, 부분과 세부에 함몰되어 대강과 전체를 흔들면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의 주장을 학문이나 역사로 과대 포장하는 작태는 대학에서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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