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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IB와 공교육 혁신: 지역과 대학을 살리는 본연의 길이 될 수 있는가

1. 이야기를 시작하며
어느 나라 치고 교육에 대해서 항시 혁신적 생각을 갖지 않는 나라는 없는 법이다. 우리도 항상 교육에 대해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개혁의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 이게 이론화되기도 하고 실제 어느 정도는 실천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개인적으로는 도덕적 품성의 도야와 자신의 끊임없는 개발의 촉매제가 되며, 사회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 핵심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교육을 인재 양성과 국가발전의 수단으로 간주해 온 경향이 유별나다. 자녀의 장래와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경제의 발전, 국익 창출의 최첨병으로 교육(좀 더 현실감있게 말해서는 학력 관리나 명문대 진학 등)을 유난히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안고 있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많은 내용을 신속하게 진도에 맞게 가르쳐서 학습 결과를 계량화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우수한 신입생 유치와 백화점식 융합교육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배회하는 정체불명의 교육 담론이나 레토릭(예를 들어, 역량교육, 맞춤식 교육, 체제설계 등)에 휘둘리면서 세계 각국의 대학들과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의 대열에 끼여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근대적 양화(quantification)의 가속화’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초·중등 학교교육에서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도 대구 지역에서 말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이렇다. 많은 내용이 아닌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핵심적 내용을, 진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이해와 성취기준과 연계되도록, 학생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수업을, 내용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탐구를 심화시켜주는 교사로의 전환을, 집어넣은 교육이 아니라 끄집어 내는 교육을,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탐구로의 전환 등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흐름을 ‘교육 본연의 질적 회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기실 이 말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가 많이 강조해왔던 것이라고 격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 보인다(물론 내용과 형식에서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뽐내는 언사와 선언을 넘어서 교실에서 실제 대구지역 교사들의 수업으로 구현되고 있다. 여기에서 이것을 소략해서 말하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 시스템의 도입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IB는 무엇인가
IB 교육과정(독일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의 바깔로레아와는 다름)은 국제공인 교육과정으로 세계 각국에서 공교육 혁신 수단으로 도입, 적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 현장에서는 경북대사대부속초·중·고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흔히 IB는 대화와 토론식 수업을 강조하며 세계 유명대학을 진학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며, 좀 더 정확하게는 학교급별로 교육과정이 수준별로 되어 있고 수업 방식은 개념 기반의 탐구식 교과 수업 외에도 비교과 수업에서의 토론, 글쓰기(Extended Essay), 창의스포츠봉사활동(CAS), 심층 사고훈련(Theory of Knowledge)  등을 통해서 국제적 마인드를 기르는 범인류적 보편 학습시스템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라도 자국의 언어와 문학, 역사를 대단히 강조하여 교과 수업과 평가에서 주목하여 본다. 기르고자 하는 학습자상(learner profiles)과 교사의 수업방법(ATT: approach to teaching), 학습자의 자세(ATL: approach to learning)가 정련화되어 있어 수업의 흐름을 주도한다. 교과 평가(주로 서술형평가)에서도 해당 수업을 한 유자격의 교사가 채점 외에도 재채점, 교차 채점, 국제 센테에서의 관리를 통하여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점이 국제적으로 상당 부분 신뢰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지면상 상세하게 말 할 수는 없지만, 외통수의 국제화가 아니라 모국을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국제 마인드(habit of mind) 함양과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주도적 삶의 역량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국가교육과정 기준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다른 교육과정과의 충돌이 예상되지만, IB에서는 그나마 다행히 적용하는 교과목에서도 거의 일치하며, 국가 고시문서에서도 IB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이 경우 도입하는 지역 교육감이 세부 지침을 마련하여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올해 대구교육청은 제주교육청과 함께 IBO 본부와 한국어로 소정의 과목들을 수업할 수 있도록 협력각서(MOC)를 체결하였다. 큰 진전이며, 향후 IB에 관심있는 학교들의 후보학교로의 증가와 최종적인 인정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주지하다시피 IB는 학교급별로 운영하며, 초등 프로그램인 PYP(1997년 시작)의 경우, 우리나라는 분리된 교과내용을 중심으로 수업하지만, IB에서는 교과 통합의 초학문적(trans-disciplinary) 주제를 가지고 수업한다. 중학교(MYP, 1994년 시작))에서는 8개의 교과를 기본으로 학생들이 살아가게 될 삶과 세상이라는 맥락에서의 학습경험을 주요 주제로 설정하여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수업으로 접근한다. 여기에다가 공동체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습 프레임워크이다, 고등학교(IBDP, 1968년 시작))에서는 2년간의 교과 학문적 접근을 통하여 소정의 성취결과를 획득하면 디플로마가 주어지며, 이것을 자료로 하여 국내외 대학에 입학할 수가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수능 최저기준이 없는 정시나 수시전형에서 입학가능하며, 외국의 경우에는 우수한 입학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경북대학교의 입시 전형에서도 여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3.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
이상의 개괄적인 설명으로는 충분한 정보로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IBO의 홈페이지(ibo.org)를 방문하면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제를 학교 현장과 대학 입시의 문제로 옮겨가 보자. 
IB는 특히 암기식 교육과 교사 주도의 일방의 수업, 교과서 중심의 소극적 수업, 국가 교육과정의 과도한 규정, 줄세우기식의 평가와 전통적 학력관 고수, 선다형의 정답 고르기식의 낡은 관행과 학습부담 가중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실효적으로 혁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문제들은 유독 동아시아 나라들의 학교교육의 문제로 공히 몸살을 앓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근의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한참 앞서서 국가가 나서서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 선다형 국가시험을 혁신하고 IB를 공교육에 과감히 도입하여 지역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해외로 가지 않고도(은근히 사회경제적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기반으로 하여 우수한 IB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역-국가-세계를 학습하는 주도적 학습자(student agent)로 성장하도록 학습 공간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IB를 세계 유명대학 입학수단으로 보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초·중등학교와 대학의 수업에서 지역의 문제를 수업의 소재로 삼고 여기에서 탐구문제를 구성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 방안이 지역의 삶의 공간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모순과 적폐에 주목하고, 그것이 국제적 마인드 함양과 연계되는 반성적 탐구학습을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수업 방식의 변화의 핵심은 독서와 토론, 개념 기반의 심층적 학습, 공정성과 신뢰성에만 함몰되지 않고 타당성과 교육적 가치도 아우르는 평가에 있다. 특히 수업은 질문 중심의 탐구학습과 개념 기반의 학습으로 진행된다. 교과수업마다 하나의 핵심개념과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관련 개념, 하나의 글로벌 컨택스트의 조합으로 탐구문제를 만들어서 수업을 해나가면서 이해력을 정교화시켜 나간다. 왜냐하면 개념 학습은 공허해질 수 있으므로 지역이나 글로벌 컨텍스트 안에서 학습해야 힘이 있는 학습이 되며, 그 학습 결과가 학생의 삶의 맥락에 전이되도록 한다. 경북대 학생들의 삶의 맥락은 장차 우리 지역일 수도, 지역을 넘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초중등 공교육에서 IB를 통하여 지역을 살리고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부자 동네에서만 IB를 하는 기형적 적용이 아니라, 우수한 IB프로그램을 오히려 양질의 학습기회를 갖지 못하는 낙후된 지역의 학교에 과감히 도입하면 교육복지나 정의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 같이 도와주고 배려하는 정신이 IB Learner Profile에 있듯이 지역갱생, 지방을 살리는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 경북대학교 입시에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열린 IB교육 국제학회에 참석하여 IB교육을 통하여 한·중·일이 상호 문화교류를 한층 업그레이드 하고 한·중·일의 미래 세대들에게 국제적 마인드 역량을 통해 평화로운 동아시아 구축에도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혹자들은 IB가 제국주의의 변질된 유형이라고 폄하하지만, 교육의 작동되는 미세 모습과 IB 철학을 보면 그러한 우려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4. 우리 대학의 교육시스템 변화 계기     
수개월 전에 우리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IB 교사를 양성하는 전공 신설과 관련하여 보류된 적이 있다. 경북대 사범대학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중등교사양성기관이다. 국내 교과별 교사들을 훌륭하게 양성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하면서도 다른 대학이 가지 않는 길을 모색하고 발굴하고 개척하면서 선제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에서도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실효적인 협력을 위하여 양 기관의 관련 행정가들의 지혜를 촉구해본다. 경북대사대 및 교직과정 예비 교사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외국의 IB 학교의 교사들로 진출하고 그 수업을 한글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가히 IB 어깨 위에 올라 탄 한글의 세계화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IB와 한글 한류의 만남!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IBO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IB(KBO)가 주인이 되는 일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쓰쿠바대학과 다수 대학들은 이미 국제교육대학원이나 대학원에서 IB 전공을 신설하여 IB교사들을 양성, 재교육시키고 있다. 일본 교육의 변화 몸부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IB교육이 포함된 사범대학의 가상학과인 국제교육과가 그 주관기관이 융합교육지원센터로 변경되어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우리 대학교가 더 잘되도록 한다는 조치라고 하니 못내 아쉽다. 그 취지가 더 잘 살아나는 방안에 대하여 본부 당국의 보다 과감하고 전문적인 조치를 기대해본다. 
자! 그렇다면 우리 사범대학이나 대학 본부는 우선 교육과정 시스템과 입학전형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사범대학은 현재 전공 수업이나 교과목 구성을 부분, 점진적으로는 대폭 개선하고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개념 기반의 탐구학습을 통하여 심층적 학습을 보장하고 진정한 이해능력(authentic understanding)을 함양해주는 교육과정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IB는 학습이 지식의 발견과 암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층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문제해결, 지식의 전이, 개념과 상황, 그리고 아이디어들 간의 패턴과 관계를 읽어낼 수 있도록 수업방법이 혁신되어야 한다. 예비 교사들은 이 점에 주목하여 자신의 학습활동과 교육과정 이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본부의 입학전형에서도 지역교육청과의 협력적 연계 차원에서 수능을 보지 않아도 입학이 가능한 국제화 전형(IB를 포함)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이라 교육부 재정지원에서 패널티를 감안하여 세밀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전형의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전형의 추가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길이 우리 지역의 IB 초중고 인정 학교를 졸업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우리 지역대학이 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IB 외에도 대구시교육청이 혁신적으로 하는 사업에 우리 대학교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현장의 교육자들의 볼멘소리가 많은 것으로 안다. 이 점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5. 전망        
마지막으로 한 가지 유의할 일은 모든 학교가 IB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일은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이고 전문적인 숙의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원고에서 필자가 다소 계몽적인 입장을 취하는 연유는 IB는 미국의 AP나 SAT, 영국의 A레벨 시험,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깔로레아와는 달리 교육의 근본을 파기 때문이다. 교육을 궁리하고 근본을 판다는 것은 지 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IB는 그리스, 유럽 전통의 교육의 근본을 되살리는, 미국의 전통(실증철학과 측정의 객관을 과신)과는 다른 지적 뿌리가 있다. 교육사적으로 보면 IB는 교육에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운동(Back to the Basics)의 현재적 회복이다. 
교육사조로 보면 본질주의나 항존주의, 재건주의, 실존주의 등을 통합하는 모양을 보인다. 그 중심에 학습자들의 진정한 학습을 통한 주도적 삶의 역량(지역이든, 국내, 국제 어느 무대 context이든지)을 기르고 실천하는 것이다. 결코 우수 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IB 수업에서 한글화가 가능해졌다. 한글이 IB에서 국제어로 격상해졌다는 의미이다. IBO가 아닌 한국의 IB(IBO)가 과거 서당에서의 토론식 교육과 자기 수양을 제일 원리로 삼은 교육철학, 영국 신사를 능가하는 교육적 인간상으로서의 선비 정신을 이제는 IB에 접목하여 IB프로그램을 우리의 것으로 체화하여 우리의 교육을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구성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무릇 학교교육은 교실에서 교과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미시적인 일을 넘어서는 하나의 범사회적 관심사이다. IB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들의 문화 역량에 달려 있으므로 어떠한 문화적 굴절을 거쳐 우리를 당혹스럽게 할지는 모른다. IB가 세간의 학력세습 논쟁, 지역격차 및 학력 격차, 고교 및 대학 서열화를 공고히 하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 괴물로 변할지도 모른다. IB는 아무에게나 선물로 다가서지 않은 그야말로 사회역사, 문화적 구성물이다. 우리는 이제 ‘근대적 양화의 가속화’에서 ‘교육 본연의 질적 회복’으로 나아갈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고로 IB의 도입과 적용은 우리의 도전과 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리라.


강현석 교수
(사범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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