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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한일 무역 분쟁 이면을 바라보다


지난 7월 1일 일본은 에칭 가스, 감광액 재료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물질들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8월 2일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이러한 경제 제재는 작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는 책임이 없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 기본 조약’을 맺었다. 한일 기본 조약은 양국 간 국교를 정상화하고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맺은 조약이다. 그중 배상청구에 관한 조약인 ‘청구권 협정’ 제2조는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생략)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본 측에서는 배상금 3억 달러를 한국에 지급했으니 앞으로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약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로 두 나라 법원의 판결이 달라진다. 일본제철과 미쓰바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일본 법원은 청구권 협정에서 이미 배상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소송에 대해 한국 법원도 1, 2심에서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2년 한국 대법원은 두 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한다. (*파기환송: 사후심법원이 종국판결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해 다시 심판하도록 하는 것) 이에 1·2심 모두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제철과 미쓰바시중공업이 상고한 이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으로 2018년까지 선고가 지연된다. 결국 작년 10월 대법원은 일본제철 소송에 대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며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패소한 일본제철에 대해서 대법원은 지난 7월 16일 자산 압류 및 매각 절차를 밟았다.
이에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청구권 협정에서 이미 끝난 사안을 한국 대법원이 뒤집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김창록 교수(법전원)는 “일본이 주장하는 청구권 협정의 대상은 당시 일제 법률상 합법이었던 징용 문제이며, 당시 법률상으로도 불법이었던 강제동원과는 다른 문제”라며 “따라서 일본의 반박은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위기?

전술했듯 지난 7월부터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특히 일본이 제한하고 있는 품목들은 한국의 주류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재료들이다. 본교 공과대학 학장 홍원화 교수(건축공학)는 “원래 일본이 헐값에 판 품목들이지만, 국내에서 자체제작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분석해 국산화할 수 있는 품목은 국산화하고, 국산화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품목은 수입 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 공과대학은 산업현장기술지원단 아래 기술국산화지원부를 신설하여 소재·부품·장비분야를 특화하여 국산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홍 학장은 “기존 핫라인 센터의 역할을 강화해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이 수출 제한 품목 159종에 대한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자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한국 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에 대해 홍 학장은 “일본은 전국 국립대에 연구기반이 갖춰져 있고 연구에 길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지금과 같은 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데만 집중하는 한국의 연구개발 성격을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격, 그리고 앞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한국에서도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산 ▲의류 ▲맥주 ▲생활용품 등 품목들에 대한 국내 판매량은 7월 한 달 만에 약 30% 감소했다. 특히 일본 여행 예약자 수는 작년 동기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유감을 표했고, 12일에는 한국 역시 일본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맺은 군사보호협정인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하는 등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백색국가 목록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국제법 위반이며,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되 일제의 과거 청산은 장기 과제로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현 기자 /ydh17@knu.ac.kr
편집 곽나영 기자/gny18@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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