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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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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동물은 귀여운 동물보다 멸종 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다”

트리시 플레밍 교수가 동물학술지 매멀 리뷰 저널(Mammal Review Journal)에 게재한 논문의 일부다. 플레밍 교수에 따르면 실제 귀여운 동물과 관련된 논문의 수가 못생긴 동물과 관련된 수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귀여운 동물에게 투자되는 자본이 못생긴 동물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야생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물리적인 강함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동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다소 소름 돋는다. 인간의 외모지상주의가 동물에게, 어쩌면 인간보다 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포메라니안 견종의 유기견 수가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행 따라 개를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 개가 예뻐 보이지 않으니 길에 내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화가 나더라도, 그 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들은 동물을 왜 키우는 걸까?’, ‘동물이 단순히 귀여워서 키우는 것이 아닐까?’
물론 처음에는 동물의 외모를 보고 키우다 그 이상의 애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못생긴 동물은 애초에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들 모두 평등한 동물권을 가진, 동물들인데 말이다.
영국에는 ‘못생긴동물보호협회(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라는 협회도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2013년 ‘가장 못 생긴 동물’을 뽑는 대회를 열었다. 그 결과 ‘블로브피시’라는 동물이 1위로 뽑혔는데, 이후 협회에 따르면 못생긴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어 이렇게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동물권이라는 가치는 어렵다. 이 권리를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인간 입장에서는 동물의 외모에 따라 권리를 다르게 부여하지만, 실제 동물권은 보편적으로 같을 것이다.
비슷한 예시로 해충과 익충을 나누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질병을 전염시키므로 사람에게 해충이지만, 모기를 잡아먹는 거미는 사람에게 익충일 것이다. 그러나 모기 입장에서 거미는 자신을 잡아먹는 해충일 것이고, 거미 입장에서 모기는 자신의 먹이가 되는 익충일 것이다.
인간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일 뿐만 아니라, 특정 종을 언제든 멸종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동물 입장에서 인간은 신과 다름없는 존재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는 무엇일까.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상생해야 할까.
나는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동물을 키울 자신도, 책임질 자신도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권을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동물을 키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현재 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은 동물을 왜 키우는가?”


유동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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