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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또 다른 세계로 다이빙 "가상현실, 증강현실"

햇볕으로 달궈진 아스팔트 위, 스스로의 눈과 귀에 의지한 채 침묵을 견디고 있다. 좁은 건물에서 밖으로 나왔지만, 여기도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벌써 ‘그것’들이 휩쓸고 간 것일까. 가쁜 숨을 고를 겸 방치된 차량 안에 쓸 만한 게 없나 살펴본다. 세 번째 차량을 기웃거리던 순간, 바로 왼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여기까지 힘들게 피해왔던 ‘그것’, 좀비와 코가 닿을 뻔했다. “으아악!”
주변이 환해졌다. 황급히 벗은 가상현실 고글을 쳐다보면서 방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이 가상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본 기자가 처음 경험한 가상현실 체험장의 생생함은 신세계였다. 최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대체 무엇이고, 내 눈앞 좀비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한계가 없는 상상의 세계: 가상현실(VR)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이란 실제 세계를 구현한 가상공간을 통해 사용자가 상상의 환경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VR에는 대표적으로 ‘데스크탑VR’과 ‘몰입형VR’ 두 가지가 있다. 데스크탑VR은 컴퓨터 모니터를 매개로 가상공간 속 아바타를 사용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기존 컴퓨터 게임과 같다. 다만 데스크탑VR은 한정된 크기의 화면을 통해 가상공간을 보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감이 분명히 느껴진다. 반면 몰입형VR은 인간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채운 화면을 통해 실제 자신이 가상공간에 속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VR은 사용자가 가상공간 속에서 느끼는 현실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이하 HMD)’라는 특수한 고글을 사용한다. HMD는 어떻게 우리의 움직임을 읽고 이를 눈앞에서 구현할까.
HMD 제작 시 세 가지 기본 요소, ▲디스플레이 ▲광학 렌즈 ▲트래킹센서가 들어간다. 첫 번째로 디스플레이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공간을 투영 받는다. 두 번째로 광학 렌즈는 사용자의 눈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위치해 눈의 초점을 맞춰준다. 눈의 초점을 맞춰줘야하는 이유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손바닥의 손금을 보자. 눈과 적당히 거리를 둔 상태에서는 손금이 명확하게 보인다. 그 상태로 간격을 점점 좁혀나가다 보면 눈과 손바닥 사이가 5cm 정도가 되는 시점이 온다. 이때부터 우리 눈은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져 손금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여기서 HMD 디스플레이는 손금이며, 손금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광학 렌즈가 필요하다.
 마지막 요소는 트래킹센서다. 트래킹센서는 HMD 구성요소 중 가장 핵심요소다. 이는 이름 그대로 사용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VR체험시 가상공간 속에 우리의 몸까지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움직이는 내 손은 내 것이 아닌 나를 대변하는 존재, 즉 아바타의 손이다. 우리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바타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손을 앞으로 뻗으면 아바타도 똑같이 뻗어야 한다. 자신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아바타로 전달할수록 생생한 몰입형VR이 완성된다.
트래킹센서에는 기본적으로 가속도계 센서, 자이로스코프 센서, 지자기 센서가 들어가 있어 ▲사용자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얼마의 각도로 바뀌고 있는지 ▲사용자가 어떤 방위를 향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 모든 정보들을 조합해 컴퓨터는 HMD 착용자의 움직임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VR체험장 등에서 사용하는 HMD는 앞서 설명한 모든 기본 구성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서 두 개의 스키 고글을 쓴 것과 같은 부피이다.
VR이 현재 어떤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용처는 ‘VR체험장’이다. 몰입형VR의 특성상 더욱 실감 나는 가상현실체험을 가능하게 하므로 레저스포츠의 한 분야로써 발전했다. 예를 들어 VR테니스나 VR볼링은 실제 장비가 없더라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학교 지형정보를 구현한 가상공간을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VR캠퍼스’ 어플도 존재한다. 그밖에 ‘우주유영시뮬레이션’ 과 ‘비행훈련시뮬레이션’, ‘건축설계시뮬레이션’ 등 VR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VR기술이 현대에 영향을 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험의 획득’이다. 비행기 기장을 예로 들자. 비행기 운행 중 기장의 실수는 대규모의 재산·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항공사에서는 조종 패널을 비롯한 전면 유리창까지 가상으로 구현한 VR시뮬레이터로 기장을 훈련시킨다. 이렇게 실제와 흡사한 가상공간 속에서 훈련받은 기장은 비록 실제 운전 횟수는 적지만 배테랑 기장과 맞먹는 경험치를 가질 수 있다. 다음으로 ‘효율성’이다. 건물 설계할 때 VR기술을 사용해 가상공간 속 건물을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손가락만 튕기면 눈 앞에서 자재가 움직이고 소재가 바뀐다. 완성된 가상의 건물은 그 자체로 설계도가 되기도 한다. 종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보다 직관적이며, 결과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작업의 효율이 증가한다. 즉 현대 VR기술의 발전은 다른 여러 분야에서 ‘경험의 획득’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한눈에: 증강현실(AR) 

‘증강현실(Augumented Reality, 이하 AR)’이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포켓몬GO’를 떠올려 보자. 실제 장소에 가상의 포켓몬을 합성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AR은 100% 가상인 VR과 달리 현실을 기반으로 정보를 ‘증강’해준다. 정리하자면 VR은 가상의 공간과 사물만 투영하는 반면 AR은 현실의 공간과 사물도 가상 이미지와 함께 볼 수 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AR은 세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광학투과 디스플레이(그림A)’는 빛의 일부는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반사하는 광학 장치를 이용해 가상과 현실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광학 장치의 예로 반도금 거울이 있다. 이 거울은 빛을 대부분 통과시켜 실제 세계를 직접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와 동시에 가상 이미지를 반도금 거울에 쏘아 눈으로 반사시키면 가상 이미지와 실제 세계와 겹쳐서 보이는 증강현실을 만들 수 있다.
‘동영상투과 디스플레이(그림B)’는 가상과 실제를 전자적으로 합성한다. 카메라 같은 이미지 센서로 촬영된 실제 세계와 가상이미지를 합성장치로 합쳐서 증강현실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공간 투영(그림C)’을 알아보자. 공간투영은 특수한 투명 큐브 내부에 프로젝터로 가상이미지를 쏘면 마치 홀로그램처럼 가상 이미지를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빛이 물리적으로 분산되는 특수 큐브를 이용한 방식이다.
AR도 VR처럼 사회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포켓몬GO 같은 오락용은 물론이고 번역 앱에서 카메라로 비추고 있는 원문 위에 번역문이 덮어지는 식으로 활용된다. AR은 의료계에서도 사용되는데, ‘Camera Augmented Mobile C-Arm(이하 CAMC)’ 장비가 그것이다. 기존 X-ray 방식은 환자의 몸과 X-ray 영상이 수술실에 각각 따로 보였다면, CAMC 기술은 영상으로 찍은 환자의 장기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몸 위에 겹쳐 보이게 해준다. 덕분에 손상 부위를 헷갈리는 일 없이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AR은 자동차 윈도우 네비게이션이나 구글 글래스 같은 다양한 장비에 적용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정보를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어오게 보강하는데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기름이 얼마 있는가에 대해서 굳이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확인할 필요 없이 자동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잔량을 알 수 있다. AR의 주요 영향력은 이러한 ‘편리함’이다. 어떤 상태에서든 정보를 편히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생활 자체가 편리해졌다.

VR/AR기술의 발전 방향 

1. 현실세계 공간 제약 해소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발판 위를 달림으로써 가상공간을 제약 없이 돌아다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VR체험장에서 위 영화의 주인공처럼 달린다면 체험장 벽에 코를 박고 말 것이다. 안전과 역동적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현실세계 공간 제약을 해소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가상공간을 탐험하다 보면 현실 세계의 벽에 몸을 부딪히는 일도 있다. 안전을 위해서도 가상공간 속에서 달려도 실제 몸은 제자리에 있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이런 기술들은 상당 부분 발전됐지만 아직까지 설계적으로 복잡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에서 장치 간소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컨베이어 벨트의 대체재를 찾기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가상공간을 마음껏 달릴 날이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2. VR멀미 해소
‘VR멀미’는 실제 세계에서는 자신의 위치가 변하지 않음에도 가상환경 속에서 위치가 바뀐 것처럼 느끼게 만들면서 생기는 생체적 괴리감이 빚어낸 현상이다. 이 문제에 대해 본교 VR연구실 정순기 교수(IT대 컴퓨터)는 “컴퓨터 성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그건 VR멀미 해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컴퓨터의 성능보다는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넘나들 때 생기는 괴리감을 안정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VR멀미 해소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3. VR/AR 기술의 접근성 강화
정 교수는 VR/AR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누구나 VR/AR 기술을 다루기 쉽도록 소프트웨어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동영상 제작 기술 발전과정과 비교해 볼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영상 편집기의 높은 가격과 조작 기술의 어려움으로 개인이 동영상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동영상을 저가로 간단히 만들 수 있게 돼 지금은 누구나 동영상 제작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VR/AR 기술도 10여 년 전 동영상 제작 기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킴으로써 VR/AR 컨텐츠를 만들기 쉽게 하는 것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주요 과제다.

AR은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대중성을 확보했지만 VR은 아직 대중성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VR기기가 과거에 비해 가격이 매우 낮아진 상태지만 VR기기를 사서 이용할 만한 컨텐츠도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VR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VR자체의 소프트웨어 발전도 물론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플랫폼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뚜둔뚜둔)뒤에서 좀비가 오고 있어요!
VR체험장에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고 가상세계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다. 뒤에서 좀비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글 조영재 기자/cyj17@knu.ac.kr
사진 박성지 기자/psj17@knu.ac.kr
편집 곽나영 기자/gny18@knu.ac.k


참고문헌
-원종서 외 3명, 
『가상·증강 현실 라이브 플래닝』, 2017
-이민화 외 8명, 
『가상현실을 말하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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