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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학생 소통의 장, 젠더를 넘어 다양한 이슈로

1980년대 대학 내 소수자였던 여학생의 목소리를 모으는 단체로 총여학생회가 출범했다. 본교에서 총여학생회는 사라졌지만 대학에서 여학생은 여전히 소수자로 존재하고, 더 다양한 젠더 이슈들이 등장했다. 타 대학과 본교의 총여학생회 조직 및 폐지의 흐름을 살피고, 앞으로 학생들의 젠더 및 인권 이슈를 다루기 위해 어떤 학생자치기구가 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 시기 대학 내에서 소수에 불과한 여학생들을 대변할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총여는 그 역할을 맡았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본교 역시 1986년 제18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함께 제1대 총여가 출범했다. 총여는 정기적으로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여학생 휴게실 확보, 여성물품 제공 등 여학생들의 복지 증진과 권리 향상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1999년 제14대 총여까지 이어졌다. 2000년부터 후보 미등록으로 인해 맥이 끊겨 단과대학(이하 단대) 여학생회(이하 여학)와 총학이 총여의 기능을 보완했다. 2013년 1월 임시 전학대회에서, 총여는 2000년대 이후 기능을 상실한 채 명맥만 유지하던 조국통일위원회나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등과 함께 학생회칙에서 삭제됐다(본지 1508호 ‘학생회칙 개정, 학생회 변화의 신호탄 될까?’ 기사 참조).


총여학생회는 왜 사라질까

2010년 이후로 대학가에서 총여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건국대·서울시립대·부산대 등(2013) ▲홍익대(2014) ▲숭실대(2016) ▲성균관대·동국대·광운대 등(2018) 여러 대학의 총여가 폐지됐다.

총여 폐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백래시(backlash)로 흔히 사회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자신의 영향력·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총여가 여학생만을 위한 정책을 펴거나 남학생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 페미니즘이 퍼지자 남학생들이 총여의 존재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 1월 연세대에서는 ‘총여 폐지 및 총여 관련 규정 파기, 후속기구 신설의 안’ 총투표가 진행됐고 총여 폐지가 가결됐다. 한편 연세대 제30대 ‘프리즘’ 총여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인 총여 회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고, 의결과정에서 총여의 요구나 건의가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여가 폐지되는 것은 학내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본지 1454호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여자들은 죽지 않아’” 기사에서 기자는 “대학 내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고, 대학 본부나 총학에서 여학생 복지와 성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총여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전한다. 김수민(농생대 식품소재 12) 씨는 총여 폐지 후에도 본교에서 활동했던 단대 여학의 마지막 회장이었다. 김수민 씨는 “당시, 총학생회장이 여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본교에서는 이전보다 여성의 역할이 확장됐고 굳이 여학생만을 위한 총여가 지속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들이 공동체적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는 “총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총학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총여 폐지도 대학생의 공동체 활동 감소로 인한 학생 자치단체의 무력화와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는 지난해 총학이 구성되지 않았으며, 최근 3, 4년간 총학 산하의 교육위원회나 복지위원회는 작동하지 않았다. 연세대는 3년째 총학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재이며 한양대는 2년째 총학이 들어서지 않는 등 많은 학교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인 총학이 구성되지 않고 있다(한국일보 3월 9일자 보도 “‘멸종위기종’ 총학… 서울 4년제 대학 4곳 중 1곳 없어” 참조). 천 교수는 “발언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찾아서 들어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학생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동체를 조직해서 의견을 표현하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후

한편 본교에서는 총여를 폐지할 때,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후속 기구를 남기지 않았다. 다만 총여가 폐지된 후에도 본교에서는 1년 정도 단대 여학이 유지됐다. 지금은 단대 단위의 여학생회는 없지만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에 비해 매우 적은 공과대학(이하 공대)이나 농업생명대학(이하 농생대) 학과 및 학부 학생회에 학회장, 부학회장 외에 여학회장이라는 직책이 일부 남아있다. 그러나 수가 적은 여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도입된 여학생 대표라는 직책이 오히려 여학생이 학생회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학기 공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조재홍(기계 13) 씨는 “학생회에 여학생들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생회장이 여학생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농생대 산림과학·조경학부에서 여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예인(17) 씨는 “농생대에는 여학회장이 있다 보니 학회장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여학회장이라는 직위를 없애 남녀가 동등하게 학회장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교 페미니즘 소모임 KFC는 자발적으로 대구시 내 여성단체들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거나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접촉해 도움을 주는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KFC 대표 김가현(예술대 조소 14) 씨는 “성폭력 및 여학생들이 받는 무시로 인해 여학생들은 여전히 대학 내에서 소수자라고 생각한다”며 “불합리하지만 소모임 활동 중에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시선이나 관심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미투운동 등을 통해 밝혀지는 성폭력 사건이 대학 내에서 발생하고, 여성의 인권신장이 필요하므로 총여가 아니더라도 여학생 및 피해학생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장

2014년 중앙대는 총여를 폐지하고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성평등 위원회는 총여의 사업뿐만 아니라 총여보다 더 넓은 의미의 성(gender)평등을 다루며 월경컵 및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품 공동구매와 학생 대표자 대상의 성평등·인권 교육을 진행한다. 부산대의 경우,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성평등 위원회에서 총여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15년에 총학 내 성평등 위원회를 폐지하고 대학 본부에 설치된 기구에 역할을 넘겼다(부대신문 1509호 ‘말 많던 회칙, 6개월 간 논의 끝에 개정 완료’ 기사 참조). 중앙대는 성평등 위원회가 정착해 활동하고 있지만, 부산대는 학생들의 위원회를 폐지하고 대학 본부로 그 역할을 옮긴 것이다.

천 교수는 대안적인 조직으로 학생인권위원회를 제안했다. 굳이 페미니즘이나 젠더에 대한 담론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인종 등 다양한 인권문제를 나눌 수 있는 학생자치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나 서로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며 “직접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합치를 이루고, 사회 및 학생사회에 대한 이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 제52대 ‘희열’ 총학생회 회장 김나영(생과대 의류 15) 씨는 “학생들이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비건, 유학생 등 모든 소수자에 대한 논의를 하며 담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며 “이에 2학기에 총학 산하에 인권위원회를 조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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