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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서바이벌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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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JYP엔터테인먼트와 Mnet이 ‘슈퍼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뉴스를 봤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원자들 중 심사를 통해 선발된 사람을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 우승자를 가요계에 데뷔시켜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이후, 이제는 블록체인 서바이벌, 스타트업 서바이벌에 이어 인턴 서바이벌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무한경쟁에 지쳐가면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사회의 모습은 기이함 그 자체다. 그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바로 프로듀스 101이 등장했을 때다. 이전에도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가 흥행에 성공한 전례를 남겼지만, 프로듀스 101만큼 사람들을 서바이벌에 ‘미치게’ 한 사례는 드물었다. 수도권 지하철역은 온통 ‘내 연습생을 뽑아달라’는 광고로 도배가 됐고, 지역 대중교통에서도 심심치 않게 “우리 지역의 딸·아들인 연습생 김**을 뽑아주세요!” 하는 광고를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에게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자 정말 PD라도 된 양 “내 표는 정말 열정 가득하고 최선을 다하는 연습생에게 주겠다”며 참가자들의 경쟁과 갈등, 인성 논란 등을 즐기던 ‘국민 프로듀서’도 많았다.
그렇게 경쟁이 싫다던 우리는 언제부터 다시 경쟁에 푹 빠지게 됐을까? 수능 성적, 대학 시험 성적 처리에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고로부터 벗어나자고, 서열화를 탈피하자고 외치는 바로 그때 ‘열정을 순서대로’, ‘실력을 순서대로’, ‘얼굴을 순서대로’ 줄 세워 1등만을 뽑자는 프로그램들이 흥행한다. 그렇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에서는 모두가 경쟁을 즐기는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과열의 정점이었던 프로듀스 101 시즌2의 경우에는 종방 이후 출연자들이 정신적인 치료를 받기도 했고, 출연자들의 팬들 또한 악성댓글이나 견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모두 ‘경쟁’ 때문이었다. 다른 출연자보다 1초라도 더 화면에 나와야 하고,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팬이 더 많음을 증명해야 하는 경쟁들이 출연자와 제작자, 팬들까지도 좀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히트를 했기 때문인지, 그로부터 1년 반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제는 신입사원마저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심사해서 뽑겠다니, 피로감에 한숨이 절로 난다. 물론 일반 공개채용도 ‘서바이벌’의 일종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을 방송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경쟁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직도 대학에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그러니 미디어만큼은 더 이상 경쟁을 강조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미디어의 ‘경쟁 사랑’은 거북한 무게감만 더해줄 뿐이다.


조현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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