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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획

장학 사업으로 일구는 평등 사회-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성적위주의 장학금제도, 과연 옳은가?” 이는 한국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이 지난 1989년 3월 6일 본지 1027호에 투고했던 기사의 표제다. 당시 그는 경제학과(현 경제통상학부) 부교수 및 경상대 학생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이사장은 성적 기준에서 0.2점이 부족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공부할 기회를 놓친 학생을 다룬 기사를 통해, 장학금 기준은 성적이 아닌 학생의 경제적 여건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장학재단의 수장이 되어 고등교육의 장학금 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장학금과 한국장학재단, 그리고 ‘약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되기 전까지 어떤 일을 했나?
A. 1950년에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구에서 살았다.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로 가서 공부를 했고, 27세가 되던 1977년에 본교 경제학과 전임강사로 세 학기 동안 재직했다. 그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5년 동안 공부해 박사학위를 따고 본교로 돌아왔다. 본교에서는 전공이었던 ‘불평등의 경제학’을 학생들에게 주로 가르쳤고 ▲비교 경제론 ▲경제 민주주의 ▲경제발전론 등 여러 과목을 강의했다.
참여정부 초기 시절인 2003년부터 2년 반 동안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 및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다. 정책실장은 경제·사회·문화 등 국내 모든 정책을 총괄한다. 국방 및 외교를 제외한 20여 개 정부 부처가 정책실 소관인 만큼 업무 범위가 매우 넓어 장관급 행정기관장으로 분류된다. 이후 본교로 다시 돌아왔고, 2015년에 정년퇴임했다.

Q. ‘불평등의 경제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A. 약자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다루는 학문을 의미한다. 여기서 ‘약자’라는 용어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발언권이 약한 사람들을 아우르는 데에 쓰인다. ▲여성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지방에서 소외받는 사람들 ▲약소국 및 후진국 등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경제학자로서 대한민국을 바라볼 때, 우리나라는 소득불평등이 너무 심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선을 긋고, 갑질과 차별을 일삼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지금까지 정부가 너무 성장만을 강조하고 분배를 무시해왔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일할 때 분배를 강조했었는데, 그때까지도 분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때라 ‘성장을 무시한다’, ‘분배주의자다’라는 식으로 많은 공격을 받았었다. 다행히 지금은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분배의 중요성을 지지하는 등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불평등은 굉장히 심한 상태다. 이를 방치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개개인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북유럽 등 그런 공동체 형성이 된 나라들의 사례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것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

Q.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불평등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A. 일단 지금은 분배정책을 펼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 IMF, 세계은행, OECD나 다보스포럼 같은 부자클럽들조차 분배가 개선돼야 성장이 잘 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을 정도로 분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의외로 현 정부는 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그렇다. 서울 강남이나 대구의 부동산 가격은 1~2억 원씩 올랐는데, 이는 서민에게는 평생을 벌어도 모으기 어려운 금액이 아닌가. 반면 부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통해 쉽게 벌 수 있는 금액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을 할 이유가 없어지고 투기가 최고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데, 이러다가 결국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2005년에 종부세*를 처음 도입했는데, 그때는 보유세에 대한 인식이 낮아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현재는 보유세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60%가 넘는다. 인식이 그만큼 좋아졌고 정책을 추진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인데, 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점들이 대단히 아쉽고, 청와대 정책실이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예전에는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2년 간의 최저임금 인상은 너무 과도한 것 같다. 단기간 동안의 충격을 영세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한편으로는 약자를 돕지만 한편으로는 약자의 취업을 불리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어느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복지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및 착취 근절 ▲부동산투기 근절 등 정말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에는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부세: ‘종합부동산세’의 줄임말로, 부동산 보유 정도에 따라 조세의 부담 비율을 달리하여 납세의 형평성을 제고한 국세로서 참여정부 때 시행됐다. 

Q.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는 어떻게 부임하게 됐나?
A. 정년퇴임 후 3년 동안 책도 읽고 탁구도 치는 등 여가 생활을 즐겼다. 그러던 중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공석이 되며 채용 공고가 났다. 이전부터 장학금 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학생들에게 학업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어 이사장직에 응모했다. 이후 공모절차를 거쳐 서류전형 및 면접을 거친 후 이사장이 됐다.

Q. 장학금 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장학금 제도는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학금이다. 내가 유학을 갔던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주로 가난한 사람에게 줬었다. 그런데 유독 한국 대학에서는 장학금을 성적에 결부시켜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주로 주고 있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던 1989년에 교내에서 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나는 경상대 학생과장으로 학생 데모를 막고, 데모하다 유치장에 끌려간 학생을 구해오는 일을 주로 맡고 있었다. 또 학생들의 취직과 장학금 지급 등 학생과 관련된 중요한 일들을 담당했다. 그때 굉장히 성실했지만 가난해서 학업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던 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는 꼭 장학금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학생의 직전 학기 성적이 79.8점으로, 장학금 수혜 가능 성적인 80점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못 받게 됐다. 이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본부에 백방으로 요구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아마도 그 학생은 그 후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 일 이후 경북대신문에 성적장학금 제도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투고하고, 본부에 장학금 제도 개선을 요구했으나 실패했다. 다행히 학생의 성적보다는 가정형편을 장학생 선발 기준으로 삼자는 의견에 경제학과 교수들은 동의했다. 그래서 학과 내 장학생 선발은 이 일을 계기로 개정됐고 현재(경제통상학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Q.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 장학금 제도는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의 장학금 제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과거 대학별로 나눠져 있었던 장학금이 현재는 장학재단으로 일괄 통합됐고, 성적보다 경제적 여건을 장학 수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국의 200만 대학생 중 110만 명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을 정도로 장학 사정이 좋아졌다. 이제 이 정도 장학금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싶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특히 장학 금액 비중이 가장 큰 국가장학금 1유형은 가정형편인 소득분위를 우선순위로 둔다. 소득분위 선정에는 보건복지부에서 구축하는 ‘사회보장통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데 ▲소득 ▲금융자산 ▲자동차 등 200여 가지 정보를 종합하기 때문에 상당히 정확하다. 또 장학금 수혜 가능 성적이 미달되더라도 학교 측의 요구가 있으면 두 번까지는 장학금을 제공한다. 만약 1989년 당시 그 학생이 지금 학생이었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Q. 국가장학금 지급 외에 한국장학재단에서 하고 있는 역할에는 무엇이 있나?
A. 사실상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한국장학재단의 양대 사업이다. 물론 그 외에도 한국장학재단은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연합기숙사를 완공해 수십 개 대학의 학생 1,000여 명이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연합기숙사는 입주비용이 굉장히 저렴해 인기가 높고, 전국에 5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대학생을 위한 멘토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멘토 1명이 매달 8명의 대학생(멘티)들과 대화하며 삶의 경험들을 전수하는 것이다. 9년 동안 멘토 2,500명, 멘티 2만여 명이 한국장학재단을 거쳤다. 또 고등학생을 위한 꿈사다리, 희망사다리 장학금 등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많은 사업을 운영하는 매우 큰 재단이다. 직원만 전국에 420명이 있고, 대구 본사에는 280명이 근무하고 있다. 1년 예산이 8조 5천억 원인데, 이는 대구시 한 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Q.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국가장학금 2유형 내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장학금 1유형에 비해 대학 자체에서 주는 2유형은 여전히 성적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는 대학생보다 오히려 고등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은 법률상 고등교육 범위에서만 장학금 제공을 할 수 있다. 장학 혜택 범위를 중·고등학생까지 확대하고 그들을 위한 장학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베트남이나 북한 등 장학 혜택을 해외까지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며 통일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북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정우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장학제도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정우 이사장이 본교 교수로 재직하던 1989년 3월 6일 본지에 투고한 기사.

유동현 기자/ydh17@knu.ac.kr
장창영 수습기자

편집 이홍은 기자/lhe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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