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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획

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나원준 교수와 파헤치다

소득주도성장. 상대적인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증가시켜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이뤄내자는 이론이다. 또 지난 1년 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논쟁이 오갔던 경제 이슈이자, 문재인 정부가 핵심이라고 표방한 경제 정책이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소득주도성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존재하고 있는 시점이다.
본교 나원준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지난달 29일 한국개발연구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평가와 과제’ 국제레퍼런스에서 지난 1년간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평가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나 교수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개념과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살펴봤다●

Q. 소득주도성장이란 무엇인가?
소득주도성장과 유사한 임금주도성장이라는 개념은 1980년대에 순수한 이론적 개념으로서 등장했다. 1970년대에 서유럽 경제는 경기 후퇴와 극심한 불안정을 경험하였다. 그 원인과 결과를 두고 80년대부터 진보적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었다. 에드워드 넬은 “자본주의는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오히려 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더 늘어나야 유효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80년대 중반 들어 이와 같은 생각을 표현하는 대안적 성장 모형인 ‘칼레츠키언 성장 모형’이 등장했다. 
임금주도 성장론이 하나의 대안 이론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2013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주도로 임금주도성장이라는 이름의 정책 전략이 제시되면서부터였다. ILO는 임금주도성장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민 소득을 노동 소득과 자본 소득으로 나누는 것을 기능적 소득 분배라고 하는데,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몫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ILO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오르면 소득 분배가 보다 평등해지면서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어떤 경제가 이런 특성을 가질 때 그 경제를 임금 주도적이라고 표현하였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주도성장 개념을 한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해 수정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자영업 비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그리고 자영업자 중에서도 극히 영세한, 경제적인 약자들이 많다. 그래서 임금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포함해 영세 사업자들도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금 주도 대신에 소득 주도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문헌에서도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한 용어들이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를 정책의 형태로 구체화시키는 노력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Q.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 수단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정책 수단이라고 따로 교과서처럼 정리된 것은 없다. 다만 임금주도성장 이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 변수는 어디까지나 노동소득 분배율이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으로는 노동 기본권의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지금도 노동 기본권과 관련된 법률들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노동 현장에서는 근로 감독이 미비한 가운데 사용자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와 국가 권력의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로 인해 기본적인 단결권도 존중되지 않는 사례들조차 있다. 노동 보호를 위한 조항들 중에는 사문화된 것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임금 교섭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 정책 외에 임금 정책도 중요하다. 교과서에서는 마치 임금이 완전 경쟁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하지만,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는 임금이란 사회 계급 간 갈등과 교섭의 산물이다. 그래서 노동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임금주도성장론에서는 임금 격차가 줄어야 경제의 임금 주도적인 특성이 강해진다고 본다. 평등할수록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커진다. 말하자면, 그런 맥락에서 임금주도성장론은 소득의 상한과 하한을 도입하는 것을 정책 수단으로 고려한다. 
보완적인 정책 수단들도 필요하다. 그 중  반드시 필요한 것이 복지 정책이다. 경제 민주화 내지는 공정 경제를 지향하는 정책 또한 임금주도성장을 위한 보완 정책이다. 그리고 일자리 관련된 정책도 중요하다.
사실은 적어도 이론적으로 볼 때, 경제가 임금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용이 충분히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설명이 필요하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고용을 줄이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꽤나 단기적인 생각이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이 오르면서 소득이 보다 평등하게 분배된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난해서 한계 소비 성향이 큰 사람들이 지출할 수 있는 여지가 예전보다 커진다. 유효 수요가 확대되는 것이다. 수요 기반이 확대되면 기업은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케인스가 그의 명저 『일반이론』의 제19장에서 주장한 생각이다. 
다만 임금 상승은 노동 생산성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요 확대로 생산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같은 자원 대비 좀 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노동 생산성이 오르면 고용의 성장폭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런 점 때문에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임금주도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가기 위한 별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Q. 현재 대한민국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이 중요한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노동 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자료상으로 관측된다. 기업 소득과 가계 소득의 괴리, 내수와 수출의 괴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확대, 한마디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불평등도 확대되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실태생계비 조사를 한 결과가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들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통계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최저 임금 노동자들 중에 60%는 혼자서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최저 임금 노동자가 가장인 가구의 평균 가족 크기는 3.2명 정도이다. 더 나아가 2019년 최저 임금은 1인 가구 평균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가 과거에 해 온 성장의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낙수 효과라는 논리가 있었다. 부자 감세하고 재벌들 위해주고 그렇게 있는 사람들이 잘 되면 물이 아래로 떨어지듯이 가난한 사람한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90년대부터는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조차 낙수 효과가 작동한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국제기구에서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성장, 함께 하는 성장, 임금주도성장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게 된 배경이 그런 것이었다. 
한편에 쌓여가는 가난을 모른척하면서 이렇게 불평등과 불균형이 누적되는 성장을 계속 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는 어떤 성장을 해야 하는가. 임금주도성장,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바로 그런 질문들이었다. 

Q. 신고전학파의 경제 관점에서 보면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 하에서 소비 증가와 성장이 함께 이뤄질 수 있나?
임금주도성장의 과정에서 물가 상승은 일어날 수 있고 때로는 우리가 그것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그렇게 생산성, 부가가치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상승한 임금 비용의 일부를 상품 가격에 전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그렇게 물가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산출 갭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 지금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라면 그런 지적도 의미가 있을 것이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Q.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노동임금을 늘리더라도 자본소득이 줄어들면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자본 소득에 대해서는 저축 성향이 높다. 반면에 노동 소득에 대해서는 소비 성향이 높다. 동일한 크기의 국민 소득이라도 노동 소득으로 가는지, 자본소득으로 가는지에 따라 유효수요가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된 소득은 거의 다 지출로 이어진다. 소득은 그것이 지출될 때 생산을 촉진하게 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자본소득이 줄면 투자가 줄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를 보면 노동소득분배율이 줄어든다고 해서 투자가 늘지는 않는 것으로 나온다. 체계적인 실증 분석 결과들은 대체로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 또한 약하게나마 임금 주도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데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은 늘어난 소비에 맞춰서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늘린다. 이른바 가속도 효과라는 것이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실제로는 기업 소득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 증가세가 오히려 정체되었다.   

Q. 소득주도성장이란 가능성은 있지만, 가계부채비율이 높고 개방성이 강한 경제의 경우 현실성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계 부채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라면, 그렇게 된 여러 요인 중 하나가 가계의 소득 기반이 취약해서일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소득과 기업 소득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가계 부채 문제 때문에 이러저러한 제약이 있다고 말하고 말 게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을 치료하려면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방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다. 임금주도성장을 위해서 임금을 올리면,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른다. 임금주도성장은 수출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우리는 수출 주도 성장을 해왔지만 그것에는 꼭 바람직한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임금주도성장은 과거의 성장 패턴을 일정 정도 전환하는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임금주도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실증 분석 결과가 보고되어 왔다. 이는 소득 분배가 어떠하냐에 따라서는 내수 기반이 성장에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소득 분배를 평등하게 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수요가 국내에서는 부족하니까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해온 것이었다. 우리가 계속 그래야 할까? 수출을 주도하는 몇몇 재벌 대기업에 의존해서, 낙수 효과를 믿고 그냥 가던 길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라고 본다.  
또 우리 경제에 대한 실증 분석들을 보면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은 순 수출 감소의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소비, 투자, 순 수출, 정부지출을 모두 고려하면 결국 총수요는, 즉 국민 소득은 노동소득분배율 상승 시 그 증가율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임금 주도인 것이다. 

Q.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간단히 평가하신다면?
나는 이론을 하는 사람이다.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이 정부의 입장과 동일하지 않다. 차이가 더러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다만,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을 하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는 노동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 국제적으로 약속한 ILO 핵심 협약도 비준을 위한 시도가 없었다. 노동 조합 조직률을 올리고 단체 교섭 결정 사항이 준수되는 비율을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실제로는 없었다.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특히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하도급법, 파견법, 기간제법 등 개정이 필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정부는 예전 정부와 비교할 수 없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간접 고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아쉽다. 말하자면 공공 부문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무기 계약직으로 정규직 전환을 했지만, 처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최저 임금 인상 말고는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다른 정책이 없었던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상 최저 임금 인상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정부는 임금 주도 대신에 소득 주도라는 말을 쓰면서까지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자들의 소득을 임금 노동자들과 함께 늘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렇게 하려면 복지 제도를 확충하거나 하도급법 등을 개정하는 등의 최소한의 제도 정비가 먼저 필요했다. 최저 임금 상승으로 영세 사업자들이 소득 감소를 경험할 때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했다.
정부는 최저 임금은 올리면서 사회 안전망 확충에는 소홀했다. 최근에 들어서야 재정 투입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가급적이면 미리 시작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실업 보험 제도의 확충도 더디기만 했다. 정책 실수가 많았다. 일종의 무기력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다만 모든 게 최저 임금 인상 탓이라고 비난하는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최근의 고용 부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결과들을 보면, 최저 임금 인상의 효과는 크지 않았고, 사실은 기존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이에 수반되는 구조조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 근거 없는 비판이 난무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실제로는 정부가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정비가 중요하다. 조직된 노동과 경제적 약자의 연대로 우리 사회를 바꿔갈 수 있는 힘들이 모아져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존의 성장 방식보다 더 빠른 성장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 대신에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성장은 어떤 성장인지를 묻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조금 더디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더 평등한 성장, 더 인간적이고 보다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한다. 한국 경제의 희망, 우리들의 희망을 그 길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평가와 과제’국제레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나원준 교수(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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