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목)

  • 흐림동두천 9.9℃
  • 맑음강릉 14.0℃
  • 구름많음서울 9.4℃
  • 맑음대전 12.5℃
  • 맑음대구 11.1℃
  • 맑음울산 12.7℃
  • 맑음광주 10.8℃
  • 맑음부산 14.1℃
  • 맑음고창 12.7℃
  • 맑음제주 11.8℃
  • 흐림강화 8.2℃
  • 맑음보은 9.8℃
  • 맑음금산 12.0℃
  • 맑음강진군 11.7℃
  • 맑음경주시 13.3℃
  • 맑음거제 12.8℃
기상청 제공

인물기획

신뢰받는 교수회, 명예로운 교수, 정의로운 경북대 본교 제22대 교수회 의장 인터뷰

본교 제22대 교수회 의장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는 지난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총장부재 시기 동안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이제 교수회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에게 본교 발전 방향과 앞으로 2년 간의 교수회 운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Q. 신임 의장으로서의 각오는?
A. 입후보 할 때 고민이 많았다. 의장으로서 나 자신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2년 후에 과연 내가 경북대에 도움이 될까, 이런 부담이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입후보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처음 한 말이 그것이었다. 남들이 하라 해서 했다는 소리 안하겠다고, 기꺼이 내가 스스로 하겠다고. 의장으로 당선된 뒤 소감은 “무거움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본교가 “예측 가능한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개인, 또는 특정한 의견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예측이 가능하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후보 당시 ‘신뢰받는 교수회, 명예로운 교수, 정의로운 경북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A. 이 세 가지 슬로건은 내가 직접 뽑은 것이다. 첫째로 ‘신뢰받는 교수회’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인사 문제, 예산 문제 등 모든 것을 전부 다 투명하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줄 것이다.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내가 왜 그때 이런 결정했는지 자료를 남겨놓으려 한다. 본교 구성원들에게는 공동선과 공동목표가 있기 때문에 나와 구성원들이 이해하는 바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해관계를 버리고, 만일 사안이 잘못됐다 싶으면 그때 나에게 책임을 물어라. 이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나의 신조다.
둘째로 ‘명예로운 교수’는 교수회 회원들을 향한 슬로건이다. 지난해 선거 당시 입후보 준비를 하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교수인가?’ 하는 것이었다. 옛날 본교의 위상은 컸다. 한강 이남 최고대학이라고 불린 것이 농담이 아니다. 본교 교수라고 하면 모두가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새는 본교 교수라고 하면 다 웃는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향해 ‘경북대 교수라고 말하지 못 하겠다’며 웃는 것이다. 왜 그런가 고민해봤다. 학교가 교수를 교수처럼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도 교수를 교수처럼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교수의 권위를 학생들이 인정하고, 학교와 사회가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생, 직원, 대학본부뿐 아니라 교수들마저 교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랑스러운 교수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명예롭지 않아서다. 명예로운 교수가 되기 위해 교수 스스로가 한 걸음 나아가야 하고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그 후에는 학교도 교수를 명예롭게 대접해야 한다. 그럼 학생들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경북대’는 본교가 명예롭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뽑은 슬로건이다. 본교에는 부끄러운 일이 많았다. 그걸 바꿔나가야 한다. 불의에 항거할 수 있고, 정권의 틀에 맞춰서 움직이지 않으며 자주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교는 정부,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하며 그 틀 안에서 움직여왔다. 이제 교수회는 이 틀이 잘못됐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교수회에는 1,200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교육자들이 모여 있다. 그러니 교수들에게는 그 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세 가지 슬로건을 정했다.


Q. 교수회 의장 임기 시작 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A. 교수회 평의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교수회 평의회 안건을 적어도 가능한 시점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미리 공지할 것이다. 이번 달에 무슨 일이 있는지, 이슈가 무엇인지를 다 알리고자 한다. 또한 의결된 사항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알릴 것이다. 그 작업부터 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는 본교 관련 큰 이슈들에 대한 작업을 할 것이다. 학교에서 풀 수 있는 건 학교에서 해결하고, 그 외의 것들은 바깥으로 들고 나갈 것이다. 교육부와 대립 등이 그렇다. 나는 정부기관 중 가장 움직이지 않는 부서가 교육부라고 생각한다. 지금 본교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해 체감하는 게 없지 않나. 지난 10년 동안 본교 학부 등록금은 동결돼왔다. 대학은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물가는 올랐지만 등록금은 오르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대폭 증가했다. 일반회계 예산 중 상당부분이 학생 지원으로 갔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세입은 하나도 늘지 않고 세출만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대학이 망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대학의 세계 경쟁력은 확실하게 저하됐다. 재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국립대는 정부 지원도 없이 예산 감축을 감내하고 가라는 식이다. 나는 이런 문제들을 외부에 나가서 풀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 대학 경쟁력이 곧 우리나라 경쟁력이라는 것을 인지시키면서 대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없으면 망하는 나라 아닌가. 최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인재라고 한다. 그 인재 양성에 주저함과 아낌이 있으면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Q. 행동하는 교수·연구자 모임 등 ‘야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당시와 현재의 차이를 많이 느끼고 있는가?
A. 내 문제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지 달라진 것은 ‘기다림’뿐이다. 야인으로서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학과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의장으로 당선되고 나니까 고려해야 할 게 많았다. 정의만 생각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나의 소신은 바뀜이 없지만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졌고,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아졌다. 야인으로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했지만, 의장으로서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건 본교 교수들의 마음을 살피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Q. 교수회 의장으로서 본교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 대학은 최고의 공교육 기관이다. 대학에서는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필요로 하는 것들도 배우는데 그 중 하나가 ‘참여’다. 국립대 학생들의 참여 의식은 특히나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대 학생들의 등록금은 사립대학에 비하면 반값이나 다름없다. 그 나머지 반값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대구 시민 약 250만 명이 지역 국립대 학생들 한 학기 등록금의 절반씩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4년 동안 대학에 다니면서 투자 받은 그 몇 천만 원의 빚은 지역 사회에 나가 갚아야 하지 않나. 본교 학생들은 사회에 더 봉사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 엘리트 학생들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총학생회가 죽어버리면 대학은 참여 민주주의의 경험을 쌓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치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정치를 배워야 한다. 의사를 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고, 희생·봉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을 지원해주고 있는 지역 사회에 퍼져나가야 한다. 가장 민주적인 교육은 학생 자치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얘기들을 이번 총학생회가 구성되면 함께 논의하려 한다. 가능하다면 총학생회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강연과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현재 사회에 크게 이슈가 되는 것들을 구성원들이 함께 얘기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강의실 바깥에서 교수와 더 자주 접촉할 수 있다. 그런 자리를 만들면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Q. 작년 12월 15일 ‘경북대 총장 임용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패소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앞으로 제22대 교수회에서는 제18대 총장 임용 문제를 다룰 계획이 있나?
A. 1차 행정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아직 상급심이 남아있으므로 패소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1심 판결이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1심 패소도 말이 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변호사들과 함께 이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판결문이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1심 재판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그랬다. 2014년에 있었던 투표결과가 유효하고 이걸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총장 후보자의 순위를 뺀 서류를 제출했고 그래서 대통령이 자율권으로 두 명 중 한 명을 임명한 것이라고, 그게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과정이었다고 재판부에서 얘기하는 거다. 또 원고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원고 자격이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후보자, 당선자, 혹은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위원이었어야 원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는 사실관계 확인도 안 된 것이다. 총추위 소속 위원이었던 사람이 원고 쪽에 있었다. 그런데도 각하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2016년에 있었던 새로운 총장 후보자 추천 행위가 총장 임명의 근간이 되지 않았냐는 것이 소송에서 원고의 입장이었다. 대통령에게 임용 재청을 하기 위해 교육부가 본교로부터 받은 서류는 2016년 서류다. 그것으로써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그 후 제18대 총장이 임명됐다. 2016년 행위에 의해서니, 이 행위가 적법했느냐는 것이 소송의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4년 얘기를 했다. 그래서 항소했다. 나는 항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참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교수회 의장으로서의 임무를 맡았으니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는 본교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교수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사람이다. 지배구조의 맨 위에 총장이 있고, 그 지배구조 안에서 내가 교수들의 뜻을 받들고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제 제18대 총장 임용 문제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급 심판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현안은 아니게 됐다. 이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교수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내 확실한 입장이다.

Q. 현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국·공립대에 대한 지원, 특히 지역거점국립대학의 발전을 대학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기대 혹은 우려하는 바는? 
A.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학 정책의 변화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거점국립대학이 길러내는 엘리트가 있어야 한다. 지역거점국립대학의 발전, 지역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지방 정부가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어떻게 육성하고 양성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부의 중앙집중화·획일화된 대학정책으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역대학은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가야한다.

Q. 교수회 의장으로서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교수·학생·직원들 모두 국립대학교 구성원이라는 것에 대해 소명의식을 좀 더 가졌으면 한다. 학생은 국민들로부터 혜택을 받아 공부하고, 직원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바르게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돕는 것, 교수는 국가가 엘리트를 양성하라고 지원하는 이곳에서 교육자로서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해야 한다는 것, 이 책임의식을 새겼으면 한다. 교수는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학생들은 프라이드를 가지면서 엘리트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되돌려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사회를 돌아봤으면 한다.
본교의 발전은 우리 구성원들이 아니면 이뤄낼 수 없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경북대학교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한다.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본교의 미래를 함께 얘기했으면 좋겠다. 


▲ 지난달 12일 교수회 회의실에서 만난 본교 제22대 교수회 의장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가 열정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이 의장은 교수의 권위와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조현영 기자/jyh16@knu.ac.kr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