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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상흔, 혼자 훌쩍 갔다 오기 좋은 왜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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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기차마블 고정란 규칙 소개>


-기자들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만큼 칸을 이동해 선택되는 역을 여행합니다.
-전체 마블 칸은 총 20개로, 모두 경상권의 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블 칸의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개강호 이후 지면에는 마블 칸 전체가 실리지는 않습니다.
-마블의 한 바퀴 전부 돌아도 10회 연재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중복되는 역이 걸렸을 경우에는 다시 주사위를 던집니다.
 함께 떠나 봐요~
※기차마블 게임판은 경북대신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됩니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호국의 다리’는 한국전쟁의 상흔을 드러내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


더위가 한풀 꺾여 근교로 여행하기엔 수월한 날씨다 싶었다. 동대구역에서 왜관역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20분, 학교에서 시내 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읍’이라기에 여느 시골을 생각했지만 역 앞의 키 작은 건물들은 프랜차이즈로 빼곡했고, 왜관시장에 장이 서는 날인지 시장 쪽으로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찾았다. 왜관역에서 걸어서 10분 걸리는 거리에, 멀리서도 붉은 벽돌이 눈에 띄어 찾기 쉬웠다. 한국전쟁 당시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고 부상병을 위한 병원으로 사용된 성당이 있는 왜관의 오래된 수도원이다. 마침 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성전 안으로 들어섰다. 발목까지 가리는 새하얀 수도사복을 입은 수사들이 팔 한쪽에 성경을 끼고 나타났다. 파이프오르간 음이 고요하게 울리고 수사들은 노래하듯 기도를 시작했다. 수사들은 등이 굽은 백발의 노인부터 아직 노랫소리가 가지런한 젊은 청년까지 다양했다. 아마 기도가 끝나면 그들은 그들의 규율대로 수도원 내 금속공예실, 유리화공방으로 가서 다시 제 일을 시작할 것이었다. 신앙이 없어도 속세를 떠난 수사들의 삶을 상상하며, 푸른 잔디와 붉은 벽돌로 이뤄진 공간을 산책하는 건 느긋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작이다. 기념품관에서는 수도사들이 만든 수제 독일 햄과 무화과 잼도 사갈 수 있다.
비가 조금 가늘어져 수도원에서 낙동강을 향해 15분 정도 걸어가 볼 만했다. ‘초토의 시’로 유명한 구상 시인의 20년 집터가 있던 곳에 구상문학관이 세워져있다. 뜻밖에도 문학관 직원 분의 호의로, 구상 선생의 소장도서를 모아둔 서고를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많은 작가들이 구상 선생께 보낸 저자 친필본 6,000여 권은 국내 최다로 기록돼있을 정도다. 문학관 밖으로는 낙동강이 느릿하게 흐르고 있다. 구상 시인에게 이 강은 ‘강’이라는 연작시 100여 편을 낼 정도로 영감의 원천이다.
문학관에서 낙동강을 죽 따라 걸어 내려오면 ‘호국의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파된 적이 있는데, 그것으로 유엔군이 낙동강 전투의 승리를 거두고 북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은 낙동강을 건널 수 있는 인도교로 사용된다. 전쟁으로 파손된 성당과 다리, 이렇듯 칠곡 왜관은 여러모로 한국전쟁의 중심에 있던 지역이란 걸 알 수 있다.
슬슬 배가 고팠다. ‘시내소’, 어원은 독일 고기 요리 슈니첼(Schnitzel)인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기에 왜관 미군부대 후문을 찾아갔다. 왜관은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옛날엔 그 식당이 미군부대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유명했다”며 “어릴 때는 미군부대 후문에서 종종 미군들에게 커피를 얻어 마시기도 했다”고 얘기해줬다. 미군부대의 두꺼운 벽을 따라서 평화를 희망하는 벽화들이 길게 이어졌다.
왜관은 작은 동네라 즉흥적으로 혼자 훌쩍 떠나기에 좋은 곳이다. 천천히 구경하다 대구로 돌아와도 반나절이 지나지 않는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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