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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청춘장; 청년의 ‘열정’과 시장의 ‘정’이 만나다

본교 쪽문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동대구시장에서 청년들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40여 곳이 넘는 수많은 대구 전통시장 중 하나인 동대구시장은 1969년에 개장했는데 시설들이 노후화돼 상권을 서서히 상실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월말, 우리의 통장이 ‘텅장’이 되어갈 때 떡볶이 1인분을 천원에 사먹을 수 있으며, 삼삼오오 상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꽃피우는 정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동대구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시장을 살리고 청년의 실업문제 또한 해결해나가고자 지난 5월 27일 ‘청춘장’이 개장했다. 청년 상인들이 모여 전통시장에 젊음을 더하는 청춘장을 방문해봤다●


#동대구시장 속 ‘청춘장’으로 GO!
동대구시장 골목 어귀에는 언제나 제철과일과 야채들을 파는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그들을 지나쳐 시장 속으로 들어가면 빵집, 생선 가게 등이 다닥다닥 붙어 사람들과 흥정하는 사람냄새 나는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시장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오른편 골목에는 청년 상인들이 모인 청춘장의 간판이 보인다.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청춘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 활성화된 동대구시장에서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은 ‘우리동네 맛대장’ 강준규(25) 씨의 ‘보꾸라꾸’가, 반대편에는 본교생 홍혜정(24) 씨의 ‘흥청흥청’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맞은편, 청년 3명이 모인 청춘정미소(이하 청춘)에서는 김동영(25) 씨가 햅쌀에 대해 열심히 설명 중이었다. “어머님~ 추석 전에 나오는 햅쌀이 원래 일찍 익혀서 나오는 거라 맛이 없어요~” “어머니, 하이파이브!”
청춘장은 지난해 6월 중소기업청의 공모사업인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북구청이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청춘장은 기존 동대구시장의 빈 점포에 청년 상인들이 입주한 형태로, 빈 점포들을 개·보수하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살린 인테리어 작업을 통해 12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청춘장에 청년 상인들의 가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춘 정미소 옆으로는 이발소가, 한떡봉의 양 옆에는 할매 추어탕과 호프치킨 등 기존의 점포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에 북구청 도시재생과 김연창 주무관은 “입점하는 청년 상인들이 기존 점포들과 같이 기초식자재 위주로 들여온다면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도 당연히 생길 것”이라며 “자동차가 나오기 위해서도 단계가 있듯 시장에 있는 기초식자재를 바탕으로 먹거리장터까지 만들면 이후 즐길 거리도 생겨나기에 처음 창업아이템을 먹거리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우리 청춘장을 소개합니다!
우선 청년 상인회장 김동영(25) 씨가 속한 ‘청춘정미소’에서는 쌀과 잡곡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 중 눈여겨 볼 서비스는 10kg, 20kg단위로 쌀을 끊어놓고 그때그때 도정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춘은 “쌀 한 가마씩 파는 게 나눠서 팔 때보다 2~3천 원 정도 더 이익이 난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을 만들어 우리 가게와 시장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고 말했다.
그 옆에 위치한 ‘수제청춘’에서는 자일로스 설탕과 과일을 이용한 무색소 수제청을 판매 중이다. ‘한떡봉’은 분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떡볶이와 갓 튀겨낸 튀김, 순대, 식혜 등을 맛볼 수 있다. ‘쓰리지 farm’은 튀각을 판매하는 곳으로 김 튀각, 사과 튀각 등 색다른 튀각들과 닭강정이 있다. 그 옆의 ‘비오기전’에는 이름 그대로 전을 파는 곳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도 같이 팔고 있다. ‘나에게 꼬치라’는 회오리감자와 소고기 초밥, 꼬치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즐거울 락(樂)에 입 구(口)를 사용하는 ‘보꾸라꾸’는 철판 볶음밥과 볶음 우동을 판매하는 곳이다. ‘흥청흥청’은 스몰비어를 테마로 한 맥주집으로 가볍게 한 잔하기 좋은 곳이다. 이어 ‘한돈봉’은 수제 돈까스 전문점으로 화려한 간판이 눈에 띈다. 한돈봉 옆의 ‘커피팩토리’는 양심 있는 카페를 추구하며 ‘오곡퐁’ 등 가게 주인이 직접 개발한 메뉴가 있다. ‘오리패고닭잡고’는 석쇠불고기를 파는 곳으로 개장 초반에는 오리순살튀김을 판매하다가 마진의 한계와 날씨의 영향으로 메뉴를 바꾸게 된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청춘장의 지난날 #더웠지 #불안
#그래도 괜찮아

청춘장에 모인 청년 상인들의 창업계기도, 그전 이력도 다양했다. ‘나에게 꼬치라’ 진만진(32) 씨는 제주도에서 인테리어 목수였다. 신청하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옆 가게 ‘비오기전’ 조기봉(33) 씨는 일반 직장을 다녔다. 청춘은 이전부터 창업을 통해 농산물 유통회사 ‘파블(FABL)’을 운영해왔지만 자금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취지 아래 현재 청년 상인이 됐다. 이외에도 ‘커피팩토리’ 강소임(22) 씨는 친척의 권유로, ‘수제청춘’ 이지영(34) 씨는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다 7년 만에 다시 사회로 나오는 등 12명의 상인들 모두 각자의 계기를 가지고 함께 청춘장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청춘장 개장 후 청년 상인이라 해서 마냥 장사가 잘 됐던 것은 아니다. 개장 후 곧바로 찾아온 무더운 날씨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오기전’ 조 씨는 “초반에는 소위 ‘오픈발’ 때문에 괜찮았다. 그 효과가 다 빠지고 더위가 찾아오니까 시장 전체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게 보였다”며 “초반에는 메뉴가 많이 적다보니 오셨던 분들의 발길이 좀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리패고닭잡고’ 박성일(28) 씨는 “아무리 장사를 장기적으로 본다고 해도 돈이 있어야 그때까지 버티는데 유동인구가 적다보니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면서 조금씩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가게의 사정도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개장 초반에는 심적 부담감 또한 어려움이었다. ‘나에게 꼬치라’ 진 씨는 가게에 따라 장사가 잘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도 있을 때가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가게 시작 당시에는 하루 매상이 60만 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급속으로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매출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진 씨는 ‘맛’이라고 대답했다. “소스를 비롯해서 요리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며 “손님들이 그냥 지나갈 때마다 점점 내 요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흥청흥청’ 홍 씨 또한 “장사가 안 될 때도 편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마인드 컨트롤이 아직까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오리패고닭잡고’ 박 씨는 홍보만 잘 된다면 청춘장이 충분히 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 영업이나 슈퍼바이저(감독관, 관리자) 경력이 있는 박 씨는 “내부적으로는 ‘사람없다, 힘들다’ 하는데 밖에서는 오히려 들어오고 싶어 한다”며 “향후 시장 입지 자체가 발전가능성이 크다보니 부동산업계 등에서도 한 번씩 와서 거래를 시도한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청년 상인 #단체 으쌰으쌰 #정
취재 중 미용실에서 매직을 하고 온 ‘수제청춘’ 이 씨에게 프란체스카 같다며 장난을 치는 청년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로의 가게에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모습은 청년상인들 간의 유대를 보여줬다. '비오기전' 조 씨는 이외에도 청년 상인회 자체적으로 화요일 아침 10시마다 회의를 통해 메뉴 피드백이나 홍보를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 상인들은 손님들의 애정 섞인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청춘에서는 “저희를 굉장히 좋게 봐주셔서 자기 딸을 주신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듣는다”며 “그 순간만큼은 이미 사위가 돼있다”고 말했다. ‘보꾸라꾸’ 강 씨도 “처음에 들여왔던 메뉴는 뉴욕 핫도그여서 어르신 분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며 “메뉴를 밥과 관련된 것으로 바꾸자 어른들이 드셔보시고는 지인들이 오면 ‘이거 먹어봐라’며 추천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동대구시장 노후화 #청춘장 #기대
기존 상인회에서는 현재 청춘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동대구시장 상인회장 박은희(47) 씨에게 물었다. 박 씨는 개인적인 기대가 큰 상인 중 한 명으로 청춘장이 신고객층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존 상인들 내의 불화에 관해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기존 상인들 사이에 약간의 불균형이 조금 있는 편”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청춘장의 성과에 대해서 박 씨는 “젊은 사람들은 아이템도 좋고 몸놀림도 빨라서 시장에 생기가 돈다”며 “추석이 지나면 전성기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의 동대구시장의 가장 큰 고민으로 노후화를 꼽으며 박 씨는 “건물이 49년이나 돼서 어떤 사업을 하려 해도 안전문제가 가장 크게 걸린다”고 말했다.


#시장, 무엇이 필요한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교수

그렇다면 동대구시장의 현 상황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지 알아보기 위해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센터장 장흥섭 교수(경상대 경영)를 만나봤다.
우선 동대구시장은 일반적 시장의 형태인 ‘근린생활시장’이라고 했다. 근린생활시장이란 일반 시장 중 하나로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필요한 물자를 구매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에게 친숙한 ‘서문시장’의 경우 ‘광역형 시장’이라고 한다. 자금조달, 물자 등 다양한 자원이 광역으로 크게 유통된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어왔지만 대부분 환경 개선 등에 집중됐었다며 ‘도움은 됐지만 외적인 면만 집중한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 교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상인의식의 현대화, 둘째 경영의 현대화, 셋째 시설의 현대화로 총 세 가지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 상인회와 정부가 가시적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상인의식의 현대화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 교수는 저서 ‘장흥섭 교수와 함께 둘러보는 대구 전통시장 과거·현재·미래’에서 동대구시장 상인회의 영향력이 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장 교수는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 환경이 많이 바뀐 만큼 시장도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같은 장사 기법에서 벗어나 마케팅 기법을 공부해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에서 이뤄질 청춘장 지원에 대해서는 유사 업종끼리 묶을 수 있는 협동조합화 및 환경 정비를 꼽았다. 동대구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한 ‘청춘장’이 성과가 없다는 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장 교수는 “아직은 청춘장의 성과가 없다는 평가는 성급한 것 같다”며 “동대구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장의 일원이 된 것이니 성급한 판단보다는 좋은 시각으로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장 교수는 ‘시장은 거래의 장소’라는 기본적 과제에 충실해야한다고 말했다. 시장이라면 소비자들이 와서 사갈 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동대구시장에 오면 동대구시장에만 있는 것들이 담겨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별도의 투자가 없어도 멀리서 사람들이 오면서 시장에 가는 패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한솔 기자/lhs15@knu.ac.kr
사진: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 쌀 배달해 드려요~ 방긋 (청춘정미소)


▲ 당신의 따뜻한 밥 한 끼를 위해 출동!! (청춘정미소)



▲ 총각, 햅쌀 한 되 줘 봐! (청춘정미소)



▲ 여보, 오늘 저녁은 전인가? (비오기전)


▲ 김치, 널 썰어 버리겠어. (보꾸라꾸)


▲ 어이쿠, 손님 떡볶이 드시고 가세요. (한떡봉)


‘놀이터’. 유모차 끌고 어머님들 한 번씩 오시고,
학생들도 한번 와서 보고 먹기도 하는
소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 오리패고닭잡고 박상일(28) 



기존의 청춘장 위치가 워낙 음침하고 지저분했다.
이제는 거기에 유모차를 끌고 오는 고객이 많아졌다.
시장이라는 곳은 사람이 많이 붐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 동대구시장 상인회장 박은희(47)

아이디어는 좋지만 전통시장이 소외되는 중에
청춘장이 활성화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호프 치킨 김진수(60)


글·사진: 이한솔 기자/lhs15@knu.ac.kr
사진: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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