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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어쩌면 당신에게 불편할 페미니즘

[ 1.우리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

당신에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요?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불편한가요? 혹은 반가운가요?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하던데 단어가 주는 실제적 의미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본교생 대상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집담회 참석을 신청한 본교생 5명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 패널소개는 본인에게 받은 것임.
염은영(사회대 사회복지 15) 페미니즘 공부 중인 프로 불편러
표고운(생물13) 페미니스트 지망생
허우경(경상대 경제통상 14) 막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한남충
이상백(사회대 심리 12) 평범한 한국 남성
서동필(자연대 물리 15)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싶은 남성


Q. 페미니즘을 일상적 대화주제로 삼기에 어렵지 않은가

이 : 집담회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물어뜯기고 오는 거 아니냐, 싸우고 오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제 경험으로 보자면 페미니즘이 ‘싸운다, 다툰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페미니즘을 알고 있는 지인들과는 편하게 대화를 한다. 그렇지만 페미니즘 자체가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다.
염 : 주변에 페미니즘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내가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면 “너 메갈리아(이하 메갈)해? 남자혐오(이하 남혐)해?”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성평등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하니 친구들도 일상 생활 속에 혐오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메르스 갤러리’와 책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따온 ‘메갈리아(이하 메갈)’는 ‘*미러링(mirroring)’을 주요 전략으로 삼은 온라인 커뮤니티
*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 보여줌으로써 불쾌감이나 공감능력을 느끼게 하는 것

허 :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페미나치(극단적 여성우월주의자를 뜻하는 단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치가 했던 일에 비하면 페미니스트들이 그렇게 잘못한 것 같지 않다. 페미니스트들을 보고 ‘설친다, 예민하다’고 하는데, 상호 간 예의가 부족한 면도 있다. 또 페미니스트에게 “못생겨서 그렇게 된 거다,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해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페미니즘은 남자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표 :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해서 손님들과 대화하는 일이 잦다. 한번은 같이 대화하던 일행 중 한 분이 귀걸이가 예쁘다고 했다. 다른 분은 얼굴이 예쁘다는 게 더 칭찬 아니냐, 어느 쪽이 더 기분 좋은지에 대해 물었다. 저는 악세사리나 네일 등에 대한 칭찬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장신구는 내 안목과 선택이지만 얼굴은 나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얼굴을 예쁘다, 평범하다 등으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일상적인 대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식이 중요하다.
   
Q. 메갈에서 사용한 미러링이 ‘과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 : 작년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라넷’이 나오면서 미러링에 불을 지폈다고 생각한다. 소라넷에 골뱅이녀 게시물을 올리며 ‘여기로 와라’ 이런 게시물이 올라왔는데도 경찰에서는 안일하게 대처했다. 공중파에 방송이 나가자 그제야 소라넷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자동차 부동액을 남성들에게 먹이겠다’와 같은 워마드의 글은 올라오자마자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다. 처음 이와 비슷한 사건이 올라왔을 때 이처럼 바로 대응했다면 여성들이 안심했을 텐데.
표 : 애초에 페미니즘은 구축돼있던 사회의 질서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온건하게 진행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까지는 ‘건강한 미러링’이라고 하며 그 이상은 부적절하다고 마음대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웃긴 게 미러링을 보면 그동안 “여자들이 이런 충격을 받았구나, 우리도 자제하자” 이런 목소리가 먼저 나와야되는데 “쟤네 왜 이렇게 난폭해? 쟤네랑 상종하면 안 돼”가 먼저 나온다.
이 : 미러링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것 같다. 그러나 미러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또 다른 약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러링이 과연 페미니즘이 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페미니즘이다.

Q. 메갈에 대한 입장과 사회적으로 메갈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허 : 메갈이 생기는 것을 보고 ‘왜 이제야 이런 게 나왔을까’ 생각했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며 역사가 당위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메갈 사이트는 죽었지만 메갈리‘안’은 남겼다고 생각한다.
표 : 메갈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메갈은 남성들에게 “우리 인정해주세요”가 아니라, 페미니즘을 알리고 여성들이 기존에 받아온 불평등을 같이 얘기하고 잘못됐다는 인식을 퍼지게 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주장을 듣고 “너 메갈이야?”라고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메갈이라면 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건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주장 전체를 부정하는 건 잘못됐다. 한 사람의 주장 전체를 재단하고 부정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서 : ‘지식채널 e’에서 도박꾼인 줄 알았던 인물이 독립운동가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조금 다르지만 메갈도 이처럼 후대에는 다른 평가를 받지 않을까. 현재 메갈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후대에는 메갈의 긍정적 영향을 조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염 : 저는 메갈에 우호적 입장이다. 사람들이 메갈의 활동에 대해 ‘왜’라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알던 그 여자는 조용한 여자인데 갑자기 미친 것처럼 활동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Q. 페미니즘에서 *워마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메갈에서 분화된 커뮤니티로 성소수자 이슈보다는 ‘정치적 올바름을 포기하더라도 여성 이슈만 우선 챙겨야 한다’는 입장을 택한 사람들이 주로 모인 것으로 알려짐. 최근 안중근ㆍ윤봉길 의사에 대한 비하성 게시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표 : 워마드에서 게이들이 위장결혼을 하고 바깥에 동성애인을 따로 둔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건 게이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 아닌가. 같은 동성애자인데 레즈비언 문제는 옹호하는 등 이런 부분은 도의적인 문제라 본다.
쉽게 말하면 동성애자 혐오, 성소수자 혐오이다. 여성은 기본적 성별구조에서는 약자지만 사회에서는 다수의 집단 중 하나이다. 그 다수가 성소수자에게 혐오를 퍼붓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 : 워마드의 글을 봤을 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옛날 일베에 올라왔던 비슷한 류의 글을 봤을 때와 비슷했다. ‘어휴, 쓰레기들’ 이런 느낌이다.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니라 무시하게 된다.
이 : 워마드가 동성애자들을 비하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렇게까지 변할 수밖에 없었던 걸 얘기하기 전에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여자혐오(이하 여혐)에 대한 인식과 실생활에서 여혐을 느낀 경우가 있다면

염 : “왜 여혐해?”하고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나 여자 좋아하는데?”하는 반응이 많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여혐을 바라보는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여혐을 단순히 싫어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말하는 여혐은 ‘미소지니(Misogyny, 남성 혹은 여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증오와 공포를 의미)’를 우리말로 변역한 것이다.
여성에게 개념녀, 어머니 등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을 강요하다가 그 여성상에서 벗어나면 멸시한다.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자체가 여혐이 된다.
또 “내가 너를 만나고 싶은데 너는 날 안 만나주니까 넌 김치녀”라고 혐오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남자가 왜 울어”라고 하는 것은 남혐이다.
서 : 혐오란 단어를 생각했을 때, “바퀴벌레를 혐오한다”고 말할 때의 ‘혐오’와 유사한 느낌이 든다. 페미니즘적 관점의 혐오에 대한 정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다.

Q. “페미니즘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 : ‘다양화’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기득권의 목소리 위주였다면 지금은 약자들의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 타고난 것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본다.
허 : 저는 인권. 예전에는 노예,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하면서 적어도 차별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종국에는 인간평등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한다.
염 : “나 자신”이라 말할 것 같다. “난 여자고, 내가 차별받는 게 싫어서 차별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거야” 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이야기하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 : 처음에 성에 대한 평등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평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새 급식충과 같은 청소년에 대한 비하 표현이나 어르신에 대한 비하 표현이 많이 쓰인다. 성평등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평등해지길 바란다.
표 : 페미니즘은 다원주의와 같은 민주사회의 기본 원리들과도 통하기에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돈 되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말을 좋아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돈에 따라 움직인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미디어부터 변할 것이다. 페미니즘으로 인한 미디어의 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우리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다는 의미로, 페미니즘 지지 발언을 한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고 성차별적인 광고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의 사례를 볼 수 있다.


Q. 각자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가 지녀야할 마음가짐이나 염두에 둬야할 것이 있다면

허 : 남자가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게 위험한 부분이 있다. 저는 그래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 정도로만 말한다. 남자가 일정 수준의 이론을 깨우쳐도 ‘여자’가 아니라서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을 남자는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성의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표 : 서로 존중하는 개인주의. 개인주의의 기본은 서로 존중하는 것이지,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밀어내는 게 아니다. 상호 존중이 있으면 여성혐오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 그거 기분 나빴어”라고 말했을 때, “아 미안해”라는 반응이 나오는 그런 존중을 바란다.
이 : 페미니스트에게 틀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페미니스트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다.
염 : 페미니스트보다 페미니즘에 관심가지려는 사람들한테 “누가 뭐라든 네가 관심이 있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면 너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목소리 내고 싶으면 냈으면 한다.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 인터뷰


Q. 집담회에서 미러링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기존에 페미니즘을 공부하던 패널들은 “여성들이 온건한 방법들을 많이 써왔지만 개선되지 않는 사회에서 결국 미러링까지 갔다”고 했고, 아닌 패널은 미러링이 “너무 확대되는 것은 아니냐”는 대화가 반복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정서적 공감과 옳고 그름의 이해는 다르다. 요즘 담배를 둘러싼 논쟁을 예로 들면 개인적으로 나는 담배를 무지 싫어한다. 그렇지만 나는 사회학자로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담배에 대한 논의들이 흡연자 입장에서 봤을 때 폭력적이라 생각한다.

Q. 남자들 같은 경우는 ‘혐오’를 ‘hating’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혐오란 단어에 대해 공감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비단 남자에게만 그런 것일까?

성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된 혐오라는 뉘앙스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혐오라는 단어를 ‘저 사람 혐오해, 싫어해’라는 의미로 많이 쓰고 있다. 그러니 페미니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여성혐오라고 할 때만 다르게 해석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Q. 흔히 페미니즘에 대해 여자와 남자가 얘기를 한다고 하면 '싸우고 오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장난으로라도 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일까?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근원적인 원인은 굉장히 오랫동안 남성이란 성이 지배적인 성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면 남성들에게 ‘최근 100년 사이에 엄청난 박탈이 일어나지 않았나’라고 생각된다. 남성이라는 성 자체에서 집단적, 총제적인 박탈감이 의식 저변에 북극의 얼음처럼 깔려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꾸로 여성이 지금의 상황에 처했어도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남성의 박탈감에 대해 여성이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에 속해온 여성은 사회적 강자라는 집단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위치상 늘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지지 않은 자들의 입장을 잘 모른다. 
그런 메커니즘을 성찰하기에 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성이 여성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참아주자’의 의미는 아니지만 그런 메카니즘을 여성들이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인지적 강자의 입장에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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