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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연재기획> 집은 사람이다 2 '집 없는 게 청춘이냐!'

연재기획 ‘집은 사람이다’는 인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 3월 ‘집은 사람이다’ 1편(본지 1568호)에서는 대구의 쪽방촌을 다녀왔다. 14㎡도 되지 않는 방 크기와 겨울철 최고 온도가 7도에 못 미치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시민 1천여 명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했다. 최소한의 주거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집에서는 쉼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전세가가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많은 20 대, 30대 청년들 또한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몰리고 있다. 공부하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올라간 서울은 그 정도가 매우 극심하다. 겨우 구한 좁은 방 한 칸은 지친 몸을 뉘일 공간일 뿐이지, 다른 무엇도 아니다. 현행 제도는 주거권보다 재산권을, 가난한 청년보다 기득권의 부동산을 우선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파편화됐다. 그러나 손 놓고만 있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그 방법들 중 하나가 ‘주거공동체’다●

1인 가구 청년 15.4%가 주거 빈곤
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에 사는 청년들의 수는 전국적으로 112만 명이다.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특히 1인 가구 청년, 즉 홀로 사는 청년들로 기준을 한정하면, 청년의 주거 빈곤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전국 1인 가구 청년 중 15.4%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살고 있으며 23.6%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주거 빈곤이란 본인 소득 수준의 30% 이상이 월세로 나가거나 비거주지역, 옥탑방, 고시원에 지내는 가구를 말한다.
또한 서울 1인 가구 청년의 36.2%가 주거 빈곤에 놓여 있다. 작년 교육부·대교협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수도권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4.6%에 불과하다. 2000~13년 간 1인 청년 가구의 전세가 상승률은 최저 48.5%(구로구), 최고 206.3%(성동구)에 달했다. 이렇게 청년 주거 빈곤이 서울에 집중화된 현상임은 분명하나, 사실 서울에 사는 청년 중 서울 출신의 청년은 56.5%에 불과하고 남은 43.5%는 모두 지방 출신들이다. “주거권 자체는 모두의 문제잖아요?” ‘민달팽이 유니온(이하 민유)’는 극심한 청년 주거 문제 속에서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불평등 완화를 위한 비영리단체다. 민유 운영지원팀장 임소라 씨가 말했다. “단순히 물리적인 조건, 비용을 넘어서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체 의식을 모두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이건 당장 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계속 살아갈 생에서 꼭 필요한 문제 같은 거죠”

청년의 주거권을 위해, 민달팽이 유니온
“처음은 대학 기숙사 수용률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단체에요. 그 과정에서 주거 문제가 학교 밖 모든 서울시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청년은 비싼 비용을 지불함에도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어요. 사실 한국에서 주택은 개인의 문제로 취급되기 마련이죠. 그래서 현행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청년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민유에 모인 청년들은 현재 600명에 이른다. 민유는 지금까지 행복주택 등 여러 주택 정책에 계속 목소리를 내왔을 뿐만 아니라, 청년 주거의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그런 집에서 청년들이 인간관계를 맺으며 산다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민유 내에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달팽이집’을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주거가 불확실한 청년 세대를 가리켜 ‘민달팽이 세대’라고들 한다. 껍데기집이 없는 달팽이인 민달팽이에 빗댄 말이다. 민유가 민달팽이들이 모인 단체라면, 그 민달팽이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시도한 것이 비영리주거모델 ‘달팽이집’이다. 달팽이집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집을 계약하고 조합원 대상으로 집을 임대한다. 단순 원룸 임대사업이 아니다. 달팽이집을 구할 때 임 씨는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
“첫째는 10명 이상을 수용할 규모가 되는 집, 둘째는 장기계약이 가능한 집”
첫 번째 조건은 달팽이집이 지향하는 바가 ‘주거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달팽이집은 청년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집이에요. 청년들이 주거난을 겪는 이유, 옥탑방·반지하·고시원으로 가는 이유는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서죠. 또 이런 주거형태에 의해 고립·단절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그런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게 달팽이집이에요. 또 운영방식에서, 수익이 나면 다시 달팽이집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여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죠”
땅을 사려면 융자가 필요하다. 이때 투자, 공실률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공급자는 임대료를 높인다. 그러나 수요자 층이 모여 있으면 이러한 리스크들은 삭제되고, ‘폭리’를 취하지 않는 이상 임대료가 저렴해지는 것이다. 달팽이집은 1, 2호집에서 이 실험을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4호까지 공급했고 앞으로 7호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달팽이 2호집에는 한 건물에 13명 정도의 청년들이 모여 산다. 한 집에는 3, 4명의 입주자가 함께 지낸다. 입주자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며, 활동가·건축가·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의 청년들이 모여 있다. 임 씨는 “대학생들은 많지 않아요. 정책적 제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친구들, 직장을 구하는 친구들, 서울로 올라오거나 기숙사에서 급하게 나와야 하는 상황에 목돈은 없는 친구들이 많이 오죠”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갈등을 겪는 일은 없는지 물어봤다. 현재 2호집에 살고 있는 임 씨는 “갈등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실제로 갈등이 많지 않아요. 냉장고에 뭐가 없어졌다거나 하는 사소한 갈등 같은 게 있죠”라고 말했다.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을 때 그들은 ‘대화’를 갈등 해결의 방법으로 선택한다. 함께 사는 집에서 서로의 걱정과 주거에 대해 상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거에요” 달팽이집은 입주자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별한 규칙도 없어 집안일 같은 것도 그 집 사람들 합의 하에 나눈다. “이때 협동조합의 역할은 판을 깔아주는 거에요. 3호집은 옥상이 넓어서 텃밭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은데 다들 바빠 공간을 조성하지 못하는 거죠. 그럴 때 조합이 텃밭을 조성해줘요”
달팽이집 2호의 경우에는 집을 넘어 마을로도 눈길을 돌렸다. 2호집에 입주한 청년들은 이웃을 방문해 손수 만든 과일청을 건네며 식사자리에 이웃들을 초대했다. “조용한 마을에 갑자기 청년들이 많이 사니까 시끄러워졌죠. 이웃들이 화가 나고 그랬는데 저희는 몰랐던 거에요. 그런데 초대한 식사자리에서 우리에 대해 설명을 드리니 ‘아, 이런 집이었구나. 그것도 모를 땐 괜히 화를 냈네’ 하시는 거에요. 그때 관계가 처음 맺어졌어요” 이후로 조용한 마을이라 놀 데 없는 아이들이 2호집의 평상에서 놀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마을 사람들이 평상을 청소하고 가끔은 주차관리도 대신했다.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공동체’가 주는 것
민유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서 ‘소셜 하우징’, 주거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달팽이집을 선택했다. 그러나 임 씨는 “‘같이 산다’는 것이 주거 문제의 해결 방안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공유 주택은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 또 다른 해법이 되는 거에요. 더 다양한 해법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현대 청년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고립되다 보니 우울과 불안에 자주 휩싸여요. 공동체는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임 씨에게 민유가 꿈꾸는 집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집이 원래 갖던 기능이 있잖아요. 집에 들어가면 느끼는 편안함이 복원되는 곳이었으면 해요. 청년 대부분에게 거주하는 곳은 집이 아니라 그저 공간이잖아요. 그저 잘 곳. 그렇지만 실제로 집에서는 밥도 먹고 놀기도 하고 친구도 부르죠.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원래 기능을 하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달팽이집 1호에 6개월째 거주하는 활동가 이재은 씨(29)는 시장에 갈 때면 같이 사는 친구들 생각에 값싼 건 여러 개 집어 들고 만다. 이 씨에게 ‘타인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같이 살다보니 생기는 건, ‘품’을 내는 여유 같은 건데요. 예전에는 내게 좋은 것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같이 사는 사람이 느낄 것, 이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같이 살피게 돼요. 사실 함께 사는 친구들도 다 자기 ‘품’을 내어주고 있어요. 그런 걸 느낄 때 삶에 여유가 생기고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나 홀로 서서 생존하는 느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대구의 주거공동체
대구에도 주거공동체가 존재한다. 남구 봉덕동에 위치하고 있는 ‘내가 그린 우리집(이하 우리집)’이다. 2012년 채식주의 친환경적인 생활을 목표로 시작한 1호 ‘그린집’, 어떤 성격의 집이 될지 미정이라는 뜻의 2호 ‘물음표집’, 동물과 함께 사는 3호 ‘고집’.
만일 네 사람이 각각 월 2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면 한 달 월세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이때 ‘우리집’은 웃도는 금액을 기금으로 만들었다. 4명이서 살다 한 명이 나가면 그만큼의 월세를 남은 사람들이 부담하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기금은 보증금에 대한 메리트로 1년 3%를 각 구성원에게 주고, 생활지원지금, 사회적안정기금 등 구성원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그 예로 ‘우리집’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는 김장파티를 열거나 1년에 10만원 한도로 공동체에서 병원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사·결혼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 남아있는 우리집은 2호집인 ‘물음표집’과 ‘거’라는 이름이 붙은 공동체의 창고뿐이다. ‘그린집’의 거주자였던 사회복지사 류경원(사회대 사회 03) 씨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적자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집도 축소하게 됐고요. 여전히 거주자도 모집하고 있고 적자가 해결되면 언제든 기금을 정상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물음표집’에 거주 중인 문화기획가 안후영(인문대 사학 05) 씨에게 어떤 집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직장을 가지면, 집은 피곤한 일을 끝내고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건 내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개념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 달팽이집 2호에 놓인 평상. 마을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나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 달팽이집의 공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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