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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과 등나무의 갈등 풀기

겨울방학에 취미 삼아 탁구를 배우러 갔다. 탁구의 기본자세를 배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을 빼라. 힘을 빼고 쳐라.” 라는 말일 것이다. 대개 운동을 배우는 초보자들은 잘하려고 힘이 들어가 공을 밖으로 쳐 보내기가 일쑤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공을 치는 것이다.
이제 3월이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롭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은 새로운 제도와 환경에서 대학문화를 접하면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먼저 갈등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거나, 서로 상치되는 견해ㆍ처지ㆍ이해따위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葛藤)에 등장하는 칡덩굴과 등나무의 생태학적인 특성에 대해 살펴보면, 칡은 동아시아 냉온대지역 숲가식생을 대표하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서식하는 덩굴식물이다. 칡은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었는데, 미국 동남부에서는 도로 비탈면을 피복하거나 목초로 이용했는데, 지금은 칡덩굴이 번성하여 생태계를 교란하는 심각한 위해귀화식물(침투귀화식물종, invasive alien species)로 천대를 받고 있다. 특히 칡은 빛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사람이 간섭하지 않은 자연림에서는 살아가기 어렵다. 따라서 칡은 사람의 자연환경 파괴와 밀접한 관련성을 나타내는 식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등나무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에서 다년생 덩굴목본으로, 빛과 따뜻한 서식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음지나 습하고 추운지역에서는 서식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신설 도로 절개지에 등나무가 많이 식재되기도 한다. 야생 등나무는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관찰되는데, 대개 식재한 종들이 야생으로 탈출한 개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왼쪽으로 감는 칡(葛)과 오른쪽으로 감는 등(藤)나무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두 종은 서식처와 지리적 분포지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칡은 냉온대 식생지역으로 북쪽 만주로부터 한반도와 일본까지 넓게 분포한다. 그에 비해 등나무는 난온대 식생지역에 분포하며, 겨울에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냉온대와 난온대가 교차하는 지역이라면, 두 종을 볼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 두 종이 갈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제주도 환상숲 곶자왈공원).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특성(twined leftward)이 있는 칡덩굴과 오른쪽으로 나무를 감으면서 자라 올라가는 특징이 있는(twined rightward) 등나무가 각각 다른 나무에서 자라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칡덩굴과 등나무가 같은 나무를 감아 올라가다 보면 방향이 서로 반대이기 때문에 한번 엉키면 풀기가 어렵고 힘을 다해 서로를 감다보면 약한 식물은 죽게 된다. 이런 갈등은 서로의 방향이나 입장이 다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은 새로운 대학문화와 제도, 규칙 관습들로부터 구조적인 갈등을 겪을 수 있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간, 친구, 선후배 사이에서도 관계의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대학교에서 만나는 학우들간에 성장환경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생기는 가치관의 갈등, 종교, 문화, 생활상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및 개인이나 대학 구성원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의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칡덩굴과 등나무가 서로 왼쪽으로 또 오른쪽으로 올라가려고 갈등을 겪다보면 힘센 식물이 약한 식물을 졸라 죽이게 된다. 갈등을 풀어 가는 방법은 칡과 등나무가 힘을 빼고 느슨하게 서로 감게 되면 둘 다 공존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대학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무엇일까? 탁구 칠 때와 같이 힘을 빼면 된다. 서로의 생각이나 입장 가치관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내 것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으면 상대방도 존중하면서 내 생각에서 조금만 힘을 빼면 칡과 등나무처럼 갈등하지 않고 같이 소통하며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칡과 등나무의 갈등을 보고 내 생각을 조금만 내려놓고 갈등을 넘어 공존하는 지혜를 가져보자.

박태규 비정규직교수
(자연대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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