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9 (일)

  • 맑음동두천 -9.3℃
  • 맑음강릉 -2.8℃
  • 맑음서울 -6.8℃
  • 맑음대전 -6.0℃
  • 맑음대구 -2.7℃
  • 맑음울산 -2.7℃
  • 맑음광주 -1.7℃
  • 맑음부산 -1.3℃
  • 구름조금고창 -3.4℃
  • 구름많음제주 4.5℃
  • 맑음강화 -9.3℃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8.0℃
  • 맑음강진군 0.1℃
  • 맑음경주시 -3.9℃
  • 맑음거제 -3.1℃
기상청 제공

사회기획

<연재 기획. 집은 사람이다 1>집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져 내린다 - 그저 따뜻한 방 한 칸을 위해, 다울건설협동조합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주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갖고 싶은 미래의 집을 꿈꾸고, 그곳에 사는 자신을 꿈꾸는 것이다.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세모난 지붕의 건물을 그렸을 때부터 통장에 차곡차곡 적금을 쌓는 것을 시작하기까지. 연재 기획을 통해 인간을 지키는 집의 기초적 조건과 인간을 성장시키는 집의 조건을 생각해 본다. 집은 사람이다. 집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져 내린다.

다울건설협동조합(이하 다울)은 “다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뜻으로, 건설기능공과 건축사 그리고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2015년에 설립한 건설 공동체다. 작년 7월 다울은 (사)자원봉사 능력개발원, 대구주거복지센터, 대구광역자활센터, 쪽방상담소 등과 함께 ‘노동·주거·자활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들은 대구의 쪽방 거주민, 일용직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고자 했다. 
이 네트워크의 공동 사업 중 하나로, 다울은 대구시 마을공동체 마을지원센터의 ‘행복한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쪽방 주택에너지 실태 사업’을 진행했다. ‘대프리카’에서 단열이 되지 않는 쪽방은 실내 온도가 40도에 달한다. 조사를 통해 쪽방의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확인한 다울은 ‘(사)커뮤니티와 경제’가 진행한 ‘2015년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에서 ‘지상의 따뜻한 방 한 칸을 위하여’라는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는 쪽방촌에 단열(물체와 물체 사이에 열이 서로 통하지 않도록 막음) 시공을 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참여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 6,660,000원이라는 펀딩 금액을 모았고, 드디어 올해 2월 동대구역 옆의 한 쪽방에서 첫 공사를 시작했다. 기자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U여관’, 프로젝트의 시작점
오전 10시,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대구쪽방상담소 강정우 사무국장이 파티마 병원과 기차역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쪽방은 보증금 없는 셋방으로, 한 두 사람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일반적이다. 강 국장은 “쪽방 거주민의 50%가 기초생활수급자들이에요. 생활수준이 최저인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수급이 되는 건데, 사실 이곳에서 수급자분들은 안정적인 편에 속합니다. 비수급자들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월세를 벌 수 있죠” 강 국장은 시공은 이미 시작됐다며 가까운 골목길로 불쑥 들어섰다. 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낡은 골목이었다. ‘U여관’의 커다랗고 녹슨 간판이 눈에 띄었다. ‘U여관’은 여관의 기능을 잃고 세 들어 사는 쪽방이 됐다. ‘U여관’에 들어서자 한구석에 연탄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버튼 하나 누르면 방이 따뜻해지는 시대에서 새벽녘 매캐한 냄새를 맡으며 연탄 한 장 한 장 집어넣던 시대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한창 공사 중에 있는 방이 보였다. 노란 조끼를 입은 네 사람이서 이미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울건설협동조합에서 온 이동희, 장정보, 김성진 씨와 주택에너지 진단사 서춘희 씨였다.
쪽방의 크기는 일곱 걸음 채 못 가는 정도였다. 옆벽에는 모두 파란색 비닐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서춘희 씨는 그것이 열반사 단열재라고 했다. 주택 단열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외단열, 중단열, 내단열이다. 이번 쪽방 단열 시공에서 선택한 방식은 바로 내단열이다. 내단열은 이미 지어진 집에 주택에너지 효율을 올리기 위해 많이 시도되는 것으로, 열반사 단열재를 내부에 붙이는 방법이다. 시공 과정은 다음과 같다. 파란색 열반사 단열재를 벽에 붙인 다음, 판자를 길고 좁게 잘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단열재 위에 붙인다. 그 위에 네모난 석고보드를 두 겹으로 벽 전체에 두른다. 서 씨는 “단열재와 석고보드 사이에 판자가 있어서 틈이 생겨요. 이렇게 공간을 띄워 직접적인 열전도를 막아요”라고 설명했다. 이 틈이 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방이 달궈지는 것을 막고, 겨울의 추위가 바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측정 불가능한 쪽방 에너지 등급
서 씨는 시공 시작 전에 쪽방촌 주택에너지 실태를 우선 조사했던 주택에너지 진단사다. 주택에너지 진단사는 주택의 열손실·취득(주택에너지)을 진단 후 에너지효율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시공·진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서 씨에게 쪽방촌을 진단했을 때 실태가 어땠는지 물었다. “결과 값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기준치에 턱 없이 미달된 수치였어요”
시공 중인 방을 나오면 어둠침침한 복도 가 보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서 씨는 “이곳은 70년대에 지어진 곳이에요. 중구에는 3-40년대에 지어진 쪽방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에너지 단열이 강화된 신축 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택은 단열 성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쪽방의 단열 성능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최근 아파트는 영하라도 실내 온도는 18도를 유지하는데, 쪽방은 실외가 영하쯤 되면 실내는 7도도 못 미처요”
작년 10월 서 씨는 동·서·중·북구 11개 쪽방의 실태를 조사했다. 진단 결과에 따르면 쪽방들의 평균 면적은 8.2㎡으로, 주택법에 의한 최저주거기준인 14㎡(1인 가구)를 넘지 못했다. 또한 벽체·창호 등급은 모두 ‘등외’로 등급을 산정할 수가 없었다. 쪽방의 공통적인 특성은 자연 채광이 거의 되지 않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은 조명기구로 보충해 적정 조도(300-600Lux)를 유지해야 하나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평균값 176.9Lux가 나왔다. (그림 1)
다울 조기현 대표는 “자본에 의한 이윤을 앞세운 건설 방식은 인간의 삶과 생활의 쾌적함보다 이윤을 앞세우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단열은 등한시합니다. 대부분의 집들이 단열이 잘 되지 않아 과도한 냉, 난방비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10년 이상 된 집들이 대부분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우리는 중고차 한 대 사도 연비를 따집니다. 그러나 주택에너지 효율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거나, 무심하게 되지요. 단열이 잘 된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은 겨울철 난방비가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다울이 꿈꾸는 건설은 “에너지 자립주택”이다. 화석에너지를 최소한 소비하는 주택 형태으로, 태양열을 이용한 공간난방과 바닥 난방을 통해 외부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주택을 지향한다. “물론 공사비는 조금 더 들 수 있지만 이는 절감되는 주택에너지 비용으로 몇 년 안에 상쇄되게 됩니다”
    
건설노동자가 연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손에 빨리 익어야 하는데….” 이동희 씨가 풀질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을 놓쳐 머쓱해하며 말했다. 도배기능사 김성진 씨는 “사실 이런 공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네 사람이나 이곳에 모인 것은 U여관에서의 시공이 다울의 첫 시공이자 이들의 첫 도전이기 때문이었다.
이동희 씨는 쪽방 거주자로 다울을 통해 건설기능공 훈련을 받고 있다. 장정보 씨는 은퇴한 건설노동자다. 김·이·장 씨들은 이 날 처음 손을 맞춰 봤다. 서 씨는 이들의 교육을 맡았다. 시공 현장이 그들의 작업장이자 훈련장인 셈이다.
쪽방 단열 시공 사업의 목적은 우선 주거환경개선이나, 방 하나 당 약 백여만 원의 시공 비용이 들기에 펀딩 금액으로 시공할 수 있는 곳은 6곳 정도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주거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쪽방 거주민과 일용직 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조 대표는 “건설 현장은 불법다단계 하도급(하청, 제3자에게 도급 주는 것)으로 2차, 3차 하도급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법은 시용참여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건설 현장에서 소위 ‘십장’이나 ‘오야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대형 건설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일자리가 잠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최소한 노동기본권도 지켜지지 않는 건설 현장이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건설 기능 일을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니 노동자들의 연령대는 점점 더 고령화 되어가고 있고 건설 기능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건설업체는 외국인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지요” 라며 “건설 노동자가 비자발적으로 건설 현장에서 연장을 놓게 되는 순간 곧바로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울에서는 자체적으로 주택에너지 진단사 교육과 마을 목수 프로젝트, 대구건설전문기능교육훈련원 설립을 통해 은퇴한 건설 노동자들이 도시 재생을 만들어내는 기능공이 될 수 있도록 직종전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가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그 길을 누군가 가면서 새로운 길이 될 것이고, 또 늙은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부분도 피하고 싶지만 갈 수 밖에 없는 길입니다. 우리가 먼저 그 길을 닦아 놓음으로써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집, 영혼을 담는 그릇
조 대표는 “쪽방에 단열 시공을 할 경우 에너지 효율이 50%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고 말했다. 시공이 끝난 후 다시 ‘U여관’을 찾아갔다. 시공한 방에는 이미 쪽방 거주자 A씨가 들어가 있었다. A씨는 시공할 때 방을 기웃거리며 공사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었다. 겨울에 추우면 추운대로 이불 덮고 살았다는 A씨에게 시공을 하니 어떤지 물었다. “웃풍이 없어져서 괜찮아요”
조 대표가 주거 환경과 주거 문화에 대해 말했다. “건강한 집은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당장은 건축비가 많이 들겠지만 생태적인 건축자재를 선호합니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려진 공간이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동네 이웃이라는 개념도 사라져 갑니다. 이웃이 형성되면서 마을이 형성됩니다만, 현대 도시민의 우울증은 바로 주거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 인간의 몸이라면, 집은 그 인간을 담는 그릇이 되겠지요? 그래서 집은 가장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집을 제 3의 피부라고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 시공 중인 이동희 씨와 서춘희 씨. 파란 열반사 단열재 위에 판자를 일정한 간격을 붙이고 하얀 석고보드를 두 겹 붙인다.



▲ ‘U여관’ 옥상에서 바라본 또 다른 쪽방 건물. 얄팍한 창문이 위에 있는 나무문은 단열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



▲ 에너지 스코프(열화상 카메라)로 쪽방 온도를 진단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흰색에, 낮을수록 검보라색에 가까운 색이 나온다. 조사한 쪽방 최고온도가 7.0도로 화면에 보라빛이 보인다. <서춘희 에너지 진단사 제공>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