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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대학생, 현대판 토사구팽 이야기

토사구팽이란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일이 있을 때는 실컷 부려먹다가 일이 끝나면 돌보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세정을 비유할 때 주로 이른다.
아마 사냥개는 21세기 한국에서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는 시진핑의 발언문을 배포했다. 여기에 ‘양국은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로 발전했다’고 적혀있었다. 언론은 이를 앞 다투어 빠르게 보도했다. 하지만 1시간 반 정도 지나 청와대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번역에 문제가 있었다며 수정된 번역문을 다시 배포한 것이다.
청와대는 시진핑의 발언 번역을 대학생 신분의 대사관 인턴에게 맡겨서 벌어진 헤프닝이라 설명했다. 수정된 번역본은 당초 번역본보다 400여자가 늘어났다.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라는 표현은 한·중 관계가 다방면에서 교류 협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상식적으로도 국가최고지도자가 발언하는 자리에 인턴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과장해서 표현했다가 들통나자 해당 대학생에게 잘못을 덮어 씌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에게는 이 대학생이 쓸모없어진 사냥개 한 마리가 아니었을까.
정부의 사냥개 기르기는 최근에 시작 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를 한다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 2만 개 정도를 없앴다. 그 자리를 외주화하거나 계약직, 청년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가 질 낮은 일자리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4%으로,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했고, 앞서 6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고학력자 비중이 점점 커지는 데 반해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시장에서 취업준비생에게 인턴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부분의 대학생 인턴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지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적은 인턴 급여를 받고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고, 인턴 경험이 있다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딱히 아니다.
우스갯 소리로 한국의 청년들은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따라 금, 은, 동, 흙, 똥수저로 나뉜다고 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턴이 되기 위해 수 십개의 이력서를 작성했을 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는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 외국어 실력을 쌓고, 아버지의 지인 회사에 쉽게 인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꿋꿋이 일을 해야 한다.    
청년들이 왜 청춘 바쳐가며 이렇게 일을 할까. 대학생들은 한 번 쓰고 버려지길 원해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언젠가는 눈부신 햇살아래에 설 날을 기대하며 고달픈 삶을 그렇게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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