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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농부의 리더십

김진명 작가의 소설 <고구려 5>에는 리더십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실려 있다. 어린 소수림왕이 ‘군주론’을 배우기 위해 떠난 나그네 길에서 죽은 농부와 그 곁을 지키는 소 한 마리를 발견한다. 호기심이 생긴 왕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농부들에게 소가 죽은 농부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이에 한 농부가 흥미로운 답을 내놓는다. 그가 말하길 농부 입장에서는 소가 일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소에게는 농부가 일꾼이었다는 논리이다. 농부가 있어야 호흡을 맞춰 밭을 갈 수 있다, 또한 밭을 갈아야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다. 농부가 죽은 이 시점에서 소는 누구와 밭을 갈며, 어떻게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겠는가. 그의 대답은 역발상이었다.
공동체는 리더를 존중해야 하고, 리더 역시 공동체를 존중해야 한다. 위의 일화에서 농부와 소는 협력함으로써 서로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리더의 그릇에 의해 조직이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리더에게 ‘신뢰도’, ‘위엄’, ‘판단력’, ‘표현력’, ‘위기관리 능력’ 등이 요구되지만 나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공동체를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리더가 가지는 힘 때문에 종종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만일 농부에게 소가 열댓 마리 있다고 하면, 그 중에서 한두 마리쯤 죽어도 크게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은 반항적인 소 대신 일할 순종적인 소가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직원을 해고한다. 어떤 정치인은 국민의 권리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일을 한다. 또한 한 항공사 부사장은 비행기를 돌린다. 요즘 언론에서 리더는 보이질 않고 ‘갑’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자 아론 제임스는 ‘권력의 피라미드로 올라갈수록 진상(asshole)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그들은 특전을 당연하게 여기고, 행동의 바탕에는 뿌리 깊은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상짓은 권력과 그로 인한 특권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모 대학 축제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축제 때, 일반 학생들은 인간 바리게이트에 막아놓고 학생회 임원들은 편하게 앉아 축제를 즐긴 사진이었다. 이후 ‘갑질’이라고 비판하는 여론 속에서 해명한 학생회의 글은 더 가관이었다. “모든 축제에는 안전 바리게이트가 존재하며 귀빈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것이다. 이들의 행동에서는 일말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 학생회로서의 권력을 이용하여 본인의 편의를 누리려하는 이들을 누가 믿고 따르려 할까. 
학생이 없는 학생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고, 직원 없는 회사에 사장이 존재할 필요가 없으며, 국민이 없는 나라에는 정치인이 필요 없다. 리더는 카리스마라는 가면 아래서 채찍질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리더와 공동체는 함께 가야하는 운명이다. 리더와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고 섬긴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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