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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뇌는 죽지 않는다. 다만 꿈을 꿀 뿐이다.

인간의 평균 수면 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우리는 평생의 1/3정도를 잠든 채로 보내는 셈이다. 인생의 1/3을 의식이 없는 상태로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면 상태에서도 뇌는 쉬지 않고 활동하며, 많은 전문가들은 오랜 세월동안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연구를 해왔다. 욕구 충족, 정신의 통합, 무의식적 갈등, 장래의 포부 등 꿈이 의미하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파헤쳐 보자●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 보자. 그 옛날 우리의 조상에게도 꿈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은 종교,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특히 과거의 꿈은 예언에 활발하게 이용되었다. 일리아스(그리스의 장편서사시)를 보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이 꿈속에서 제우스의 사자로부터 앞으로 할 일을 인도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의 고대문명권에서는 꿈이 신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역할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꿈은 동·서양 문화권에 따라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대체로 동양에서는 철학과 명상성이 심오하며, 꿈의 예언 능력보다는 꿈을 꾼 이의 정신 상태를 더 중요시 여겼다. 중국의 현자들은 의식에는 여러 층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꿈 해석 과정에서 꿈을 꾼 이의 신체 상태와 별자리 뿐 아니라 꿈을 꾼 연도와 시간을 고려했다. 이들은 잠자는 중에 의식이 육체를 벗어나서 다양한 영적 공간을 여행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재결합하기 전에 잠을 깨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간주했다. 인도의 힌두교 전통 역시 꿈속의 모든 이미지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신과 악마의 상징적 특성과 꿈의 이미지를 연결시켰다.
서양의 경우 아르테미도로스(2세기 후반의 그리스 학자) 이후로 몇 세기동안 꿈 연구에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동양의 서적에서 영향을 받은 아랍은 꿈을 연구하여 꿈 사전과 많은 꿈 해석서를 만들어 냈다. 서구에서의 꿈은 종교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호메트가 낮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부름을 받고 이슬람교를 창시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후에 꿈의 중요성은 초기 기독교 시대까지 이어져 성직자들은 이를 가르침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 기독교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다시 꿈 관련 연구는 주춤한다. 이후 15세기에 인쇄술의 발달로 꿈 사전이 일반인에게도 보급되고, 18세기에는 과학적 합리주의자들이 꿈을 경시하기도 했으나 문학과 예술분야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흥의 흐름을 탄다. 또한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철학자들이 꿈이 중요한 심리 연구의 대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19세기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통해 꿈 이론의 혁명이 일어난다. 

 

꿈의 심리학적 이론
신경과 의사로 연구 활동을 하던 프로이트는 장기간의 분석을 한 결과 꿈이 내면의 깊은 곳까지 통한다고 확신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꿈을 단순한 소망 성취 혹은, 제어가 느슨해진 수면 중에 억압된 사고가 표현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꿈은 소망과 욕구를 해소시켜줌으로써 우리가 잠에서 깨지 않고 계속 잘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이 프로이트의 꿈 이론을 회의적으로 보았다. 융은 프로이트와 척을 진 이 중 한 명이다. 프로이트의 저서를 공부한 융은 한 때 프로이트와 왕래를 하다가 서로를 칭찬하면서 가까워졌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그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고, 융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심을 품는다. 꿈의 내용이 성의 내용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꿈에는 성적 비유가 아니라 어떤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꿈이란 어떤 개인의 정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표현하기 위해 꾸는 것이며, 그 목적은 욕구 충족이 아니라 정신의 전체적인 통합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가 프렌치와 프롬은 꿈의 기능 중 문제 해결 기능에 집중했다. 또한 꿈 해석에 과학적인 비판을 추가했다. 프로이트의 꿈 해석방법은 분석가의 무의식이 환자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프렌츠와 프롬의 해석 체계는 논리적 추론에 기초를 두었다. 분석가 애들러는 꿈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꿈이 무의식적 갈등 뿐만 아니라, 꿈꾼 사람의 장래에 대한 포부나 관심사와 연관 있다고 본 것이다. 애들러는 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숙련이 필요하고, 상상력이나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에서 깬 후, 흩어지는 불꽃을 본적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꿈은 ‘자는 동안 일어나는 정신의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는 동안에는 도대체 어떤 종류의 정신 활동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버드 대학 정신과교수 앨런홉스의 연구를 따라 꿈을 파헤쳐 보자. 그가 판단한 전형적인 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꿈에서 인식한 소재가 불안정하다. 셋째, 통제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한다. 넷째, 논리적 판단 능력이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꿈을 꾸는 도중과 꿈에서 깨어난 후에 꿈의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시를 들어 꿈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1 복현이는 잠이 들자마자 낮에 탔던 배가 흔들리는 것처럼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 현상은 보통 처음 잠이 들 무렵에 나타나는데, 새로운 운동을 시도한 날 밤에 주로 일어난다. 이 꿈은 짧고 간단하며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2 복현이는 다음날 있을 시험이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이 들려하면 다시 시험에 대한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이 정신 활동은 생각에 국한돼 있다. 이 상태의 경우 환각적인 측면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관련돼 있다. #1과 #2는 모두 단순히 과거의 경험(배타기)과 미래에 대한 걱정(시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는 뇌의 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이 두 꿈은 잠이 들 무렵과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꾼 꿈이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뇌의 활성이 깨어 있던 상태의 경험 중 일부를 그대로 재생한다고 본다.  

#3 경북대학교에 원숭이들이 침입해 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원숭이들의 손에는 굵은 짱돌이 들려있고, 이에 본교생들은 횃불을 들고 맞선다.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기세다. 복현이는 혼란 속으로 들어가 싸움을 중재한다.

이 꿈은 생생하고 극적이며 망상적이다. 또한 #1, #2에 비해 꿈의 내용이 길고 풍부하다. #3에 나타난 사건의 대부분은 이전에 일어난 적도 없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꿈의 내용 중 일부는 강력한 뇌의 활성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뇌의 활성화만으로는 꿈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의 야릇함과 판단 능력의 상실을 설명할 수 없다. 렘수면 중 뇌의 활성이 더욱 넓은 범위에서 일어났다면 인지 능력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향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리학자들은 잠을 자는 동안 뇌의 어떤 부분들이 영향을 받고, 그 영향들이 합쳐져서 꿈을 꾸는 동안 정신 기능 중 일부는 깨어 있을 때보다 더욱 강화되고 일부는 감소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의식 탐구의 선구자 프레드릭 마이어스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꿈을 ‘수면진입 꿈’, 막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의 꿈을 ‘탈수면 꿈’이라고 이름지었다. 전형적인 꿈과 비슷하지만 구별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는 입면시환각(수면진입 꿈)은 눈을 감은 상태지만 어떤 강한 신호를 보내면 곧 각성상태로 돌아오는 단계이다. 얕게 잠이든 상태에서 종종 입면시환각을 경험하는데 화려한 색체를 가져 기묘하고 환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아침에 잠에서 깨려고 할 때 경험하는 각성시환각(탈수면 꿈)은 입면시환각의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짧은 순간 지속된다. 현대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침실 주위로 흩어지는 불꽃’을 볼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시각 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의 환각 또한 흔히 경험한다. 몇몇 학자들은 이같이 각성시 환각이 일어나는 이유를 자면서 꾸었던 꿈이 되살아나거나 또는 일시적으로 급속안구운동 수면(수면 중에 볼 수 있는 수평방향의 빠른 안구운동을 말한다. REM수면이라고도 한다)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참고:

[논문]꿈에 대한 심리학적 및 생리학적 고찰 /김영건, 협성대학교 신학대학원,[2003]
[논문]꿈으로 나타나는 욕망의 상징적 표현연구 /변사무엘,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디자인예술대학원,[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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