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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소개를 부탁해

청량한 바다와 짙푸른 녹음의 거제

거제 고현 버스터미널 >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 맹족죽 테마공원 > 하유 마을 > 거가대교 > 대구 동부 버스터미널

 

어슴푸레한 새벽 6시 가로등 빛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전날 밤 시원하게 쏟아진 겨울비로 아스팔트는 축축했고,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올빼미 인간으로 변신한 나에겐 이 공기가 낯설었다. 짐은 별로 없었다. 지갑, 카메라, 수첩, 끝. 거제 고현 터미널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는 대구 동부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여행이라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은가보다. 설이 끼여 있는 주말, 귀경 인파를 우려한 탓인지 인터넷 예매를 막아둬 현장에서 표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매표소에는 ‘거제 행 모두 매진’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다른 경로를 알아보니 서부 정류장에서 통영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일정을 바꿔 통영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 남짓이 지나 비몽사몽 차에서 내리니 통영 종합버스터미널이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풍겨 옴을 느끼며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 창 너머, 자욱한 안개에 덮인 짙푸른 색 바다와 선착장에 동동 떠있는 배들이 스쳐지나갔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원색의 지붕들이 20분의 짤막한 통영 여정을 즐겁게 해주었다. 마침내 거제 고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날이 개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오랜 버스 승차로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한다면 거제 시청 앞에서 하차 한 뒤 5분 정도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청부터 유적공원까지는 이국적인 모습을 한 나무들과 야트막한 담벼락이 쭉 늘어서 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7000원이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볼거리 뿐 아닌 생각할 거리 또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가격이 아닐까 싶다. 내부에는 한국 전쟁 당시 수용소와 포로들의 모습을 재연해둔 디오라마 관과 포로생활관 외에도 유적 박물관과 추모탑, 사격 체험장 등의 시설들이 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한 탓인가, 슬슬 허기지기 시작해 유적 공원 근처에 있는 맹종죽 요리를 먹기로 했다. 대나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담양을 떠올리지만 거제 또한 대나무의 메카다. 대나무 중 가장 굵은 지름을 자랑하는 맹종죽은 거제에서 85% 이상이 생산된다. 고혈압, 동맥경화, 치매 예방이라는 효능과 아삭한 식감이 주목을 받으며 거제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죽순 정식을 시키자 죽통 밥과 갓 끓인 찌개, 죽, 16가지 종류의 식찬이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
담백하고 고소한 죽순 요리들로 배를 가득 채운 뒤 떠난 곳은 맹종죽 테마공원. 2000원을 내고 숲으로 들어가자 빽빽이 솟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시원스레 뻗은, 곧고 굵은 줄기와 겨울바람에 흔들리며 초록 물결을 일렁이는 이파리들. 대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테마공원에는 죽림욕장과 편백숲 길, 대나무 지압로의 3가지 산책로가 있다. 나는 테마공원을 한바퀴 빙 돈 뒤 정자가 있는 정상으로 향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고 나니 저 건너편에 칠천량 바다가 보였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들의 핏물과 뼈아픈 패전의 흔적은 깊고 차가운 바닷물이 삼킨 지 오래였다. 물결은 잔잔했고 그 위를 동동 떠다니는 몇 개의 섬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 숲도 조용했다. 가끔씩 솨 하고 불어오는 바람만이 정적을 깼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거제 끝자락에 있는 작은 동네인 하유다.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가대교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렸다. 해 질 녘 바닷가의 조약돌을 밟았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해 푸르스름한 하늘과, 흰색의 다리에 물 들어버린 주황빛 노을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파도소리에 익숙해질 무렵 다리에 하나 둘 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거가대교는 빛을 뿜었다. 눈과 카메라 렌즈에 진풍경을 담고 터미널로 돌아와 대구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거가대교 위를 달렸다. 초록, 파랑, 그리고 때때로 선착장의 백색.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이날 본 풍경을 잊어버릴까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 이 여행지는 이동겸 (사회대 신문방송 11) 학생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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