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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가벼운 쌀알 속, 무거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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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밀짚모자 대신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의 외침이 각지에서 들려온다. 그들은 왜 논을 벗어나 거리로 모이게 되었을까?● 



쌀 시장개방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이하 UR) 협상이 열렸다. UR은 기존의 세계무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 간의 무역기구로 발전시키려는 협상이다. 본 협의에서 회원국들은 모든 농산물에 관세화를 적용하여 자유무역이 가능하도록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관세화는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매겨 개방에 대한 충격을 줄이되, 관세는 단계적으로 낮추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를 납부할 경우 누구나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되고 국내시장 보호 수단을 물량 제한 대신 관세로 전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필리핀 4개국은 쌀에 대해서 관세화를 반대하여 특별대우가 적용됐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쌀에는 특별대우를 적용받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게 되었다. 이 유예조건으로 쌀 의무수입물량이 연간 20.5톤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그 후 2004년 1차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다시 의무수입물량을 연간 40만9000t(톤)으로 늘리고 쌀 관세화를 유예하게 된다. 그리고 오는 2015년 1월 1일 2차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왜 관세화를 해야 되는가?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세화는 UR 협상에 따라 모든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의 모든 농산물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관세화 유예는 일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2015년 1월 1일에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관세화 의무가 발생해서 WTO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쌀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거나 관세화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해서 관세화 유예지속가능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더 이상의 유예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대응에 관한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의무수입물량을 늘려 수입하는 조건으로 이를 유예했는데 이후에 연장을 하려면 WTO 160개 회원국들의 3/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관세화 유예에 대한 대가(의무수입물량 증가 등) 제공을 피할 수 없다는 예상과 유예를 하더라도 해당 기간이 종료되면 관세화의무를 시행해야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올해 7월 18일, 쌀 전면개방을 선언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와 같이 쌀 관세화를 유예한 나라로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이 있는데 이들의 상황은 어땠을까? 일본의 경우 역시 의무수입물량을 설정하여 1999년에 6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하였으나, 예정보다 2년 일찍 조기 관세화를 하게 돼 관세화의 대가인 의무수입물량이 75만8천t에서 68만2천t으로 7만6천t 줄어들게 되었다. 2001년에 WTO에 가입한 대만의 경우 2002년에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14만4천t으로 설정 후 1년간 관세화를 유예하였다. 그 후 2003년 관세화로 전환함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일본과 대만 모두 협상과정에서 높은 관세율을 확보했고, 관세화 이후 의무수입물량을 초과해 수입하는 물량이 거의 없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필리핀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까지 유일하게 관세화를 하지 않은 나라이다. 필리핀은 최초 1차 유예화에서 24만t 설정(1995), 2차에는 35만t으로 증량(2005), 이후 3차에서 81만t으로 증량(2012)됐고, 2017년 7월부터는 35만t으로 유지 될 예정이다. 요약하자면 필리핀은 2012년 6월 관세화 유예가 종료돼 5년 연장을 위해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로 증량했고, 2017년까지 유예됐다. 정부의 이번 관세화 추진이유는 필리핀보다는 일본과 대만의 사례처럼 관세화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방법은 없는가?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관세화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반발이 크게 일었다. 정부가 처음부터 관세화로 쌀 시장을 개방하는 방법 외의 유예를 할 수 있는 차선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 여러 이론들이 제기되는데, ‘관세화 유예 연장론’, ‘현상유지론’, ‘웨이버론’이 대표적이다. 관세화유예 연장론에 따르면, 오는 2015년 관세화 협정에서 UR협정에 따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주장하는 이 이론은 2004년 협정에서 ‘관세화를 유예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유예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기에 유예 연장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논점이다. 현상유지론은 2015년 관세화 협정에서 관세화도 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증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DDA협상(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합의되어 시작된 다자간 무역협상)의 과정에서 선진국은 2001년 개도국은 2004년 이후에 추가 양허(WTO 체제 내에서 다른 회원국에 대한 약속)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2004년 양허수준을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 논점이다. 이것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론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 웨이버론은 2015년 관세화 협정에서 웨이버(waiver)를 활용하여 관세화를 피한다는 이론이다. 웨이버란 앞서 말한 유예연장이나 현상유지가 불가능한 회원국에 대해 의무면제를 시켜주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의무를 면제받고 관세화를 유예하자는 것이 논점이다.



현재상황은 어떤가?
정부는 관세화하는 대신 300~500%의 고관세율을 적용해 추가적으로 수입쌀이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협상에서 쌀 양허 제외를 요구하여 고율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농측은 처음에 고관세율을 부과해도 추후 협정에 의해 관세율이 점차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쌀 관세화에 대해 정부는 9월 중에 WTO에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이후 WTO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결정이 되면, 2015년 1월1일부터 우리나라는 결정된 관세율을 적용하고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게 된다.


용어해설: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줄임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 간에 진행 중인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을 말한다.
*DDA: 2001년 11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합의되어 시작된 다자간 무역협상.

참고자료: 쌀 관세화 논쟁(2014),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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