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새 정부 첫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새 정부 교육정책 출발은 교육부의 지난 과오에 대한 자기 성찰”이라며 대선에서 교육부 해체가 공약까지 된 상황에 반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시도교육청이나 대학을 하부기관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교육부 직원들에게 당부하며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신장하고 지역의 국립대학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정부 교육부 하에서의 국정교과서 강행과 총장직선제 무력화 등과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교육부장관의 말과는 달리 이를 실현하는 교육정책은 김상곤 장관이 부르짖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17년 교육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여전히 체질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교육전문가들 사이에 악법으로 평가되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맞춤형학과라며 기초학문을 죽이는 정책도 들어가 있었다. 기초교양교육을 통해 융합인재를 만들겠다며 전공의 교양화, 계열간 형식적 융합교육을 장려한다. 인문학 진흥의 최종목표는 문화콘텐츠를 잘 파는 것으로 둔갑됐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며 펼치는 정책은 대학
여름방학이다. 한자어로 방학(放學)은 ‘공부에서 벗어나다’는 뜻으로 “학교에서 학기를 마치고 수업을 쉬는 것”을 말한다. 이와는 달리 방학을 일컫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s))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 어원은 vacant으로 ‘텅 비어있는’ 혹은 ‘무위(無爲)의’라는 뜻이다.이 의미에서 바캉스란 일이나 공부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도 좋고, 아니면 집에서 빈둥빈둥 뒹굴어도 좋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바캉스는 자신을 옭죄고 있는 현실에서 떠나고 벗어나는 것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는 휴식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종강을 했으니 학생들은 여행과 취미 활동 등 나름의 방학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수업과 시험공부에서 벗어나 약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아무런 구속과 제약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것은 대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학생 모두가 이 권리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많은 학생들은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공무원시험이나 취업준비에 매달리고 있다.어느
대동제가 끝나니 여름 문턱이고 이제 학사일정은 기말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의 열망으로 새 정부도 탄생했고, 새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나라다운 나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야 할까?흔히들 나라의 구성 요소를 영토와 국민, 주권이라고 한다. 우리 영토는 지금은 군사분계선과 NLL 이남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고, 우리 국민은 여기서 이념적 통일체로 거주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주권재민이다. 주권재민을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 왔고 독재와 군부에 맞서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불과 100여 년 전만 봐도, 우리는 일제 침략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을 벌였고 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이념 전쟁을 겪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올해로 67주년을 맞았고 그 상처는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분단국으로 고착화되어 있다.역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라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국민은 힘을 합해 국난을 극복하는 슬기를 보여 왔다. 특별히 부정부패와 독재에 항
작년에는 유난히 우리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잘도 선정되더니, 올해는 그동안 바쁘게 달려만 가던 온갖 교육 사업에 대해 한 번 숨 고르며 되돌아볼 시간이라도 가지라는 듯이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ACE, LINC, POINT 사업이 이번에 우리대학이 선정에 탈락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다. 이 세 가지 사업의 영문명을 알고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상당히 이러한 교육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각 대학들은 이러한 사업에 선정되면 그것으로 마치 우수한 대학이 되기나 한 듯이 홈페이지에, 현수막에, 광고판에 훈장처럼 사업명을 걸어놓는다.과연 이러한 교육 사업들은 정말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일단 선정된 대학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오니 학생들에게 바로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지만 모든 돈이 갖는 문제점처럼, 이 돈도 순기능과 역기능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자본의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하고 장기적인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작년 9월에 도종환 국회의원이 주도하여 발간한 책자인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는 바로 이런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재정지원 사업의 평
어둠을 밝히고 진실을 찾기 위해,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목마름의 갈구를 위해,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세상을 열기 위해,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조적인 울분을 이제는 떨치기 위해, 사나운 추위를 헤치고 촛불을 들기 시작한 시민들의 민주적인 실천적 의지의 결과로 인해 새로운 정권이 탄생되었다. 새 정권의 출발은 5월의 봄날을 만끽하듯이 일단 신선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새 정권은 시민 촛불의 열망을 국가 정책적으로 실현시키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하는 사회의 기득권 구조가 해체되는 사회, 최소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되는 복지사회, 나이와 신분학력과 성별이념과 지역 등의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 받지 않는 인간다운 권리가 보장되고 존중받는 사회, 저출산 고령화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남북한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통일로 가는 사회의 건설 등일 것이다. 새 정권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실사구시의 정책을 실천할 개혁적 임무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 새 정권의 시대적인 과업이 가시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외부적으로 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들, 특히 젊은…
이제 우리 사회도 출산율의 감소, 노인인구의 증가, 독신가구 및 단독가구의 증가, 결혼연령, 이혼 및 재혼율,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가족의 구조나 형태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나 그 기능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가속화는 개인들로 하여금 더욱 많은 자유와 다양성을 추구하게 하고, 다양한 생활양식을 추구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가족문제들도 단순히 개별가족의 사적 영역을 넘어서고 있으며, 개개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가족문제들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미국사회사업협회에서 “가족은 스스로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전형적인 가족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가족의 개념이 예외가 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변모하였다. 우리도 정보화사회를 넘어 후기 정보화사회, AI인공지능사회를 맞이하였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가족형태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혈연 중심의 가족에서 열린가족으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혈연중심의 핵가족을 기반으로 한 가족관계에 집착하면 한부모가족, 이혼가족, 비혼모가족, 독신가족 등은 모두 “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지난달 23일 오전 3시 45분, 세월호는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체는 녹이 슬어 있었다. 선체 외관은 거센 진도 앞바다의 물살이 남긴 금으로 가득했다. 2014년 4월16일, TV 앞에 모여 발을 동동 구르며 세월호의 침몰을 실시간으로 보던 국민들은 세월호가 떠오르는 모습을 또다시 TV로 지켜봤다. 속수무책으로 보던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밝혀지고 미수습자 유해를 꼭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TV 앞에 모여들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가 떠오르기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달 22일 검찰에 출석했던 박 전 대통령은 21시간 30분만인 23일 오전 7시 무렵 자택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 처음 검찰조사를 받자 세월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되던 날 세월호는 1080일 만에 항구로 돌아왔다. 시중에는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이 나돌았다.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왔지만 침몰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작업 또한 여전히
3월 10일 탄핵선고와 함께 새롭게 맞이한 캠퍼스에는 개나리가 만발하고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3월의 마지막 날에는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우리가 들었던 촛불 대장정의 서막을 올렸다. 피의 희생 없이 축제처럼 이뤄낸 촛불은 대한민국의 주인이 바로 성숙한 시민이었음을 보여줬다. 또한 이 시점에 우리는 매서운 겨울을 이겨냈다는 자부심과 진실과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공동체 건설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돼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정의로운 세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하고, 인간과 역사에 대한 통찰보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생각과 맹목적 신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법 위에 군림하다가 추락한 전직 대통령을 보면서 마음 한켠으로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무시하는 잘못된 생각과 맹목적인 신념은 언제든지 우리사회를 후퇴시키는 무서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3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제주 4·3사건이 일어난 지 69년이 되는 날이다. 4·3사건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성찰할 기회를 주는 좋은 예다. 제주 4.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