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유변, 기자에게도 할 말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기자유변 고정란을 통해 칼럼을 써 봤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글을 하나 딱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내가 쓴 글에 스스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아서일까? 나는 내 글들을 사랑하기는 하는데…. 아마도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어서일지 모르겠다.나는 늘 말이 많았다. 어렸을 때에도 말이 많았고, 비교적 낯을 가리고 무뚝뚝해진다는 사춘기 때에도 여전히 말이 많았으며, 성인이 된 후 대학에 들어와서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경북대신문에 들어와서 학우들에게 그 말을 글로써 전달하려 하니 걸리는 게 많았다. 언론에도 윤리와 규칙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속에 한가득 쌓여 메아리치고 있는데, 쓸 수 있는 말에는 한계가 있었다. 모든 학보사 기자들, 나아가 일간지 기자들도 고민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사로 얼마나, 어떻게, 어디까지 표현하는가의 문제, 경북대신문과 함께한지 이제 2년이 다 돼가지만, 말을 글로 옮기는 것은 아직까지도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할 때에도 그렇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혀끝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꾸역꾸역 삼켜야…
야야, 온다고 고생했다. 요즘 부쩍 추워지는 것 같아. 아이고 벌벌 떨고 있네, 바닥 데워놨으니까 여기 앉아. 넌 예보도 안 보고 오니? 이제 새벽이면 영하로 내려가던데 옷 좀 제대로 챙겨입고 오지. 집에서 귤 박스 보내왔는데 하나 까서 먹어. 근데 너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통 보이질 않어! 예전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더니 어째서 갑자기 칩거에 들어가셨나? 얼굴 좀 보이고 살어!아 그래, 그 뉴스 봤냐? 9일에 대학평의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던데. 이제 대학 최고 심의기구에 학생들도 참가한다는 것 아니냐? 또 우리 대학 총장선출도 직선제로 바꾼다고 난리잖아. 상주에서 공청회도 열었더만, 대구에서 열 때 나도 가보려고. 최근 흥미로운 일들이 참 많단 말이지. 근데 이런 통에 총학생회장 나가리 됐고 뒷수습해야 할 중앙운영위원회가 한 번은 정족수 못 채워서 열리지도 못했다며? 거참, 우리 학생들 목소리 내야 할 시기에 대표자라는 양반들이 너무 무책임해. 그래 가지고 니 면이 서, 안 서? 참 너를 힘들게 하네. 그러니까 말이지, 지금이야 말로 니가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 그런데 다들 받쳐주기는커녕
지금부터 오지고 지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들어볼 부분? 안 들으면 좀 오지지 못한 부분! 요즘 우리 급식생들의 언어를 일컬어 ‘급식체’라고 하는 부분. 처음에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생들이 팡팡파라바라팡팡팡 붐바야 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젊은 층이라면 어느 정도 사용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 부분. 즉 여기서 말하는 급식생의 범위는 단순히 급식을 먹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각이구요~ 권X수 쌤은 오지고와 지리고가 유래라고 했으나, 그 시작은 급식체가 늘어놓는 장황한 설명만큼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 부분. 한가지 독보적인 건 일반 국어 문법에는 없는 ‘ㄷ,ㅁ 호환 현상’이 발생한다는 부분. 우리는 ‘머머리 부장님 머리님께 혼났네(대머리 부장님 대리님께 혼났네)’라고 문장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 자매로 뗑?유쾌), 커엽(귀엽)도 있는 부분. 인정? 어 인정~ 언뜻 보면 급식체는 글자 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 그러나 급식체가 효율 오지는 각인가 하면, 그것은 반박불가 빼박캔트 버캔스탁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이해가 안 되면 다음 문장을 이해해보면 오지는 각. “효율 오졌구요 지리구요 지리구요 오지고요 고요고요 고요한밤이고요
중간고사가 끝나갈 즈음의 토요일, 오랜만에 부모님과 저녁을 먹었다. TV 앞에 모여앉아 셋이 맥주를 한 잔 하던 중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됐다.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과 언론인 탄압에 관한 내용이 주제였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9년 동안 언론의 눈과 귀를 막은 것, 언론인들을 불법 사찰하고 탄압했던 것…. 술이 들어가서인지 부모님 앞에서도 막말이 나왔다. “쓰레기들 너무 많아, 이게 나라야? 저 XX들 누가 정치하라고 앉혀놨어?”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그런 나라에 살게 해서 미안해.”언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최근 밝혀진 교육계 정치권력 개입과 속칭 블루리스트(국립대학교 총장 임용 과정의 청와대 개입)까지, 구석구석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 9년 동안 언론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초등학생 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공정한 뉴스’ MBC 뉴스는 사람들에게 ‘MB’씨를 대변하는 뉴스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많은 언론인이 자신의 자리를 잃고 일상생활에서까지 위협을 받았다. 예술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없었고, 자칫 ‘가해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했다가 법의 심판을 받기도
9월 8일, 수능 원서 접수가 끝났고 수시 원서 접수도 마무리된 시점이다. 이제 수험생들은 지금까지의 인생 중 가장 중대한 일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2년 전 내가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며, 수험생들이 이 시기를 잘 넘기길 바란다.수능과 입시에 대한 얘기가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항상 불거지는 이슈가 있다. 바로 수시전형에 대한 불신이다. 소위 ‘금수저’를 위한 전형으로 여겨지며, 늘어만 가고 있는 수시전형의 비율에 대해 걱정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전형인 정시, 즉 수능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여론이 항상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현재의 수능 제도는 모든 입시 전형 중에 가장 ‘공평’할지는 모른다. 모두 객관식과 단답형으로써 하나만의 정답이 존재한다. 또한 채점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가능성 역시 0%에 가깝다. 그저 맞는 문제와 틀린 문제의 개수로 도출된 점수만이 중요하다. 답안지에 적힌 이름이나 출신 고등학교로 인해서 도움이나 피해를 받을 일은 없다. 이에 반해 수시는 논란의 대상이다. 논술의 경우 수험생이 받은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여겨진다. 이에 수백만 원 가량의 과외비를 쓰는 가
이번 1601호 4면에는 ‘통(痛)학생, 괜찮아요?’라는 제목으로 통학생들의 고충을 대학기획으로 담아냈다. 본교생의 상당수가 통학을 해야하는 대구 거주 학생이어서 그런지, 기사를 위해 준비한 관련 설문조사 역시 다른 설문조사에 비해 단기간 동안 굉장히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1시간 통학생’인 기자는 통학 할 때마다 느끼는 이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매일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다음은 그 내용을 글로 풀어본 것이다.우선 ‘장거리 통학’의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보자.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직장인들의 평균 통근시간은 31.2분이다. 그러니 어림잡아 통학시간이 30분을 넘기면 비교적 ‘장거리 통학생’인 것으로 분류해보겠다. 또 지난 2015년 대구 시내버스는 평균 시속 19.4km로 달렸다. 직경으로만 따지면 장거리 통학생은 통학거리가 약 9.7km이상인 학생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구가 복잡한 도로로 얽혀있는 도시이고, 직선으로 쉬지 않고 9.7km나 달릴 수 있는 곳은 없다. 여기서는 9.7km의 절반 가량인 반경 5km 원 밖에서 살고있는 장거리 통학생으로 설정해본다.남은 문제는 5km의 거리를 얼마나 쾌적하고, 안전하
지난 여름 일본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의 각 지역 내에서의 지역신문의 위력이었다. 히로시마 시내를 오가는 도중 ‘중국신문(한자에 적힌 대로는)’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간판을 보게 됐다. 여행을 안내해주시던 히로시마 국립대학교의 이동석 교수님이 히로시마 지역의 제1 신문이 저 신문이라고 알려주셨다. ‘중국’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로 치면 중부지방) 지역에서는 그 신문이 가장 많은 부수를 찍어낸다는 것이다. 지역지가 그 지역의 제1 신문인 현상은 히로시마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었다. MBC 일본 특파원 생활을 해오신 박장호 기자를 만났을 때도 그 얘기가 나왔다. 일본의 각 지역에서는 지역신문이 지역 언론 시장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런 사실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상황 때문에 놀라웠고 궁금해졌다.우리나라는 어떤 지역을 가든 조중동한겨레경향 등으로 대표되는 전국지가 가장 많은 부수를 올린다. 그에 반해 한국 지역신문의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 한국의 지역신문은 대표신문 한두 가지를 제외하면 생존의 문제에 처해있다. 대구의 경우 매일신문, 영남일보가 대표신문으로 있지만 그들도 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저 지
여러분이 다니는 대학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단기속성 대학혁신’ 강좌를 들어보세요. 평소 같으면 수업료를 내야 하지만, 오늘은 제 글을 읽을 예정이시니 무료로 안내해 드립니다. 따라오세요!대학정책은 쉽게 말해 독고다이로 작품 한 편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꾸리고자 하는 대학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성가신 요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구성원의 반대, 구성원의 반대, 구성원의 반대 등이 있죠. 저는 정말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절 가만두질 않아요. 이런 고초를 무릅쓰고도 최종 목표, 대학 혁신을 위한 대학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철석같이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무한테도 제가 구상하고 있는 것들을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왜 지난 영화 ‘POINT 2’를 만들 때 있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재미를 위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합작까지 했잖아요!(본지 1588호 기사‘본교-대구교대와 상호협력 양해각서 체결해’ 참조) 물론 학생들이야 오디션도 안 봤다고 좀 뭐라 하겠지만, 재밌는 작품 하나 나오면 그만이지 않나요? 거 애교스럽게 ‘미리 말했으면 화낼 꺼였잖아! 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