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삼백시네마'의 전경 본교 상주캠퍼스 재학생은 3,200여 명, 한국인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1인당 4.25회. 그러나 엊그제까지만 해도 상주시에는 영화관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상주캠퍼스 학생들과 상주시민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인근 도시인 문경·구미·김천·대구 등으로 나가야 했다. 상주에 살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상주문화회관뿐. 그곳에서는 웅장한 사운드를 감상하거나 고소한 팝콘 냄새를 맡을 수도,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를 감상할 수도 없어 다른 도시의 영화관을 찾아야했다.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상주에 작은영화관이 생겼다. 스크린 1개에 98석짜리, 비영리법인 ‘작은영화관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든 전국에서 29번째의 그야말로 ‘작은 영화관’이다. 상주시 삼백농업농촌테마공원에 위치한 이 영화관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C사나 M사, L사의 영화관은 아니다. ‘삼백(三白)의 도시’ 상주에 걸맞게 ‘삼백시네마’라는 이름이다. ‘삼백시네마’에서는 이전까지 개봉 후 인기가 한풀 꺾인 영화만을 볼 수 있었던 상주문화회관과는 달리 전국 동시 개봉이 가능한 상설 개봉 영화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시설이나…
지난 12일과 13일, 기획기사 취재를 위해 강정고령보를 방문했다. 강정고령보에는 보도블록으로 된 넓은 들판이 있다. 대구 시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지평선’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탁 트인다. 그리고 그 지평선의 끝에는 도자기를 형상화했다는 건축물 ‘디 아크’가 있다. 이는 동양 최대 규모의 수문과 함께 어울린다. 밤이 되면 디 아크와 평지 곳곳에서 나오는 불빛이 공원을 더 아릅답게 한다.이곳에서 전동 휠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광경과 정말로 잘 어우러진다. 걱정과 고민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지평선을 누비기 바쁘고, 곳곳의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웃음꽃을 피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기만큼 평화로운 곳도 없다. 심지어 시내와도 멀리 떨어져 있어 마치 딴 세상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주말에 외출하기 딱 좋은 장소. 두류공원이나 동성로처럼, 강정고령보는 ‘편안한 장소’로 굳혀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강정고령보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던 중, 문득 공원 입구에 풀밭을 향해 반쯤 누운 비석이 보였다. 거기에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강정고령보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제
민경은 우연의 전 여자친구다. 우연은 민경과 교제하며 한때 첫사랑이었던 승희를 잊으려 했으나, 사라진 승희가 그의 인생에 다시 나타나며 민경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민경은 이별 순간까지 “첫사랑은 못 잊는다더라”며 덤덤하게 우연을 놓아준다. 그러나 이별통보를 하면 승희와 연결될 것이라는 우연의 생각과는 달리, 승희는 우연과 민경의 결별을 듣고 우연에게 크게 실망한다. 민경은 영화 내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도 묘사되지만,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고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 파멜라를 잃고 아버지 데이빗과 함께 산다. 마고는 고등학생이 된 현재까지도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데이빗 역시 마고가 실종되기 전까지 딸에게 친구가 있는지, 피아노 강습비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영화 ‘서치’는 겉으로는 실종된 마고를 찾는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마고를 통해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꼬집기도 한다. 또 마고처럼 표현해야 할 속사정을 숨기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는 없는지,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 고정란은 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고정란입니다.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슈'와 '엠대' (사진제공: 윤지수 씨) 유기동물 입양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2017년 기준 대구광역시 전체 유기동물의 수는 4,187마리다. 그 중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 동물의 수는 1,791마리로 전체 유기동물의 43%에 불과하다. 나머지 유기동물 중 99% 이상은 동물보호센터에서 질병으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한다. 구입하거나 분양받는 대신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는 유기동물을 입양한다면 죽어가는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 유기동물 입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라 입양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청 농수산유통과에 따르면 대구광역시의 경우 국비 20%, 시비 20%, 구청비 60%를 합산해 최대 20만 원까지 입양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준다. 이 금액은 신규 입양한 동물의 ▲중성화수술 ▲광견병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접종 ▲동물등록칩 부착 등 지원범위 이내 항목에 대해서 지원받을 수 있다. 입양 과정은 어떤 방식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가의 ‘나생문’과 ‘덤불 속’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나생문 아래에서 나무꾼이 스님에게 관아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주며 시작한다. 이야기의 개요는 도적이 사무라이의 여인을 취하기 위해 여인을 겁탈하고, 사무라이를 죽인 뒤 관아에 잡혀온 것에서 시작된다. 나무꾼은 목격자로 관아에 출석했고 도적과 여인, 굿으로 불러낸 사무라이의 원혼이 증언하는 내용을 듣는다. 그러나 모두가 다른 증언을 하며 어떤 것이 진실인지, 나무꾼은 혼란을 겪는다. 여기까지는 원작 ‘덤불 속’과 같은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나무꾼이 관아에서는 말하지 않은 증언을 통해 원작의 주제를 확장시킨다. 나무꾼이 말한 진실은 적나라했다. 영화는 이로써 각자의 명예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인간상을 드러낸다.
▲ 부산 대영동 ‘쌍둥이 돼지국밥’의 돼지국밥 친구들과 늦은 밤에 술 한 잔을 할 때나 다음 날 아침 해장을 할 때 또는 배가 고파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등 여러 상황에 생각나는 갖가지 음식이 있다. 필자는 이럴 때마다 돼지국밥이 먼저 생각난다. 따뜻하고 진한 국물, 푸짐하고 두툼한 고기, 그리고 부추 아닌 ‘정구지’가 올려진 돼지국밥에 양념과 새우젓으로 간을 해 한 술 떠서 먹으면 점점 차오르는 포만감과 따뜻함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설렁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만화 ‘식객’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설렁탕을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다”는 비유를 사용해 표현했다. 돼지국밥은 그만큼 친근하고 개성이 강한 음식이지만, 사실 우리가 돼지국밥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탕반 문화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내려져 왔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으며 북한 지역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경남지역에 정착했고 북한 지역의 향토음식인 순대국밥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후 순대가 귀해져 그나마 구하기 쉬운 돼지의 뼈와 부산물들을 이용하고 편육을 올려 지금의 돼지국
제니는 금자의 딸로, 감옥에 가게 된 금자의 품을 떠나 갓난아기 때 호주로 입양된 소녀다. 제니가 열세 살이 된 해 금자는 호주로 제니를 찾아온다. 제니는 자신을 한국에 데려가 달라며 양부모와 금자 앞에서 제 목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할 정도로 담대하다. 어린 나이에도 염세적이고, 단순하지 않으며, 생각이 많은 제니가 한국어로 ‘엄마’를 어떻게 발음하냐고 묻자, 금자는 ‘금자씨’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제니의 존재감은 영화 막바지에 확대된다. 영화 내내 건조하고 객관적인 말투로 금자의 인생을 서술하던 나레이션이 마지막 즈음에서 갑자기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씨를 좋아했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레이션의 목소리는 끝으로 “안녕, 금자씨”라는 대사를 읊으며 성인 나레이터의 것에서 어린 제니의 것으로 바뀐다. 제니는 금자에게, 엄마 금자씨에게, 억울하고 끔찍하게 뒤틀린 인생을 살아온 여인에게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