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기,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다. 그 방법을 문학 작품, 그중에서도 시로 선택한 사람들을 일컬어 ‘저항시인’이라고 한다. 대구에도 많은 저항시인들이 거쳐 갔으며, 이육사도 그중 한 명이다. 시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저항정신을 말한 이육사의 고향은 안동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육사’라는 인물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 있다. 바로 대구다● ▲‘264 작은문학관’ 외관. 나무가 비에 젖어서 더 진한 빛을 낸다. 골목 속 작은 문화공간, 한번 찾아보세요 청사초롱이 머무는 곳, 강의가 시작되다. 지난 8월 27일 저녁시간, 호롱불을 들고 대구의 명소를 돌아다니는 ‘대구야행’이 동성로에서 진행됐다. 거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와 동시에 대안성당 옆에 있는 작은 한옥, ‘264 작은문학관’에서는 ‘청년 이육사, 대구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문학관 관장인 본교 박현수 교수(인문대 국어국문)의 강연이 열렸다. 박 관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구에서 머물렀던 이육사의 삶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육사는 6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 그의 형제들은 모두 항일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투옥된 경험이 있다고
‘지역, 공간, 공동체’ 예술 네트워크, 썬데이페이퍼 일요신문(Sunday paper)은 1791년 영국에서 처음 발행됐다. 당시 영국인에게 일요일은 종교적 관습과 영업 금지 법규로 인한 ‘일하지 않는 날’이었다. 때문에 일요신문의 존재는 많은 종교적 저항에 부딪혔다. “일요신문에는 일간지보다 가십, 스포츠, 정치, 경제 등의 많은 내용이 섞여있다. 그룹의 이름 ‘썬데이페이퍼(Sunday paper)’에 그러한 일요신문의 수용력, 기존 체제에 반했던 저항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대구 미술가 그룹 ‘썬데이페이퍼’의 리더 최성규 작가(48)가 말했다. 2010년 최 작가를 포함해 4명의 미술가들은 ‘썬데이페이퍼’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의 주제는 대중화·상업화된 예술에 대한 비판의식이었다. 이후 이를 지속해 나갈 그룹 ‘썬데이퍼이퍼’가 만들어졌고, 대구와 경북지역의 미술가들이 모여 전시와 세미나 등을 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7년간 활동을 지속해 온 그룹이지만 오는 2017년에는 해체될 예정이다. 최 작가는 “그룹이 권력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8년이라는 한시적인 시간을 정해 놓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정멤버를 두지 않고, 전시 주
‘대학가 문화’라고 하면 흔히들 무엇이 생각나나요? 당신은 현재 어떤 대학가 문화를 누리고 있나요? 자, 우리학교에서 대학가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을 살펴봅시다. 북적북적 시내 같은 북문, 공원이 있어 봄날엔 핫플레이스(Hot-place)가 되는 정문, 경상대생과 사회대생들의 아지트인 동문.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술, 밥, 친구…. 그에 비해 서문은 그 어떤 문들보다도 적막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문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대학가 문화를 여기 서문에서 즐길 수 있어요. 마술사와 디자이너, 이야기꾼, 인문학도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하나의 마을, ‘대학동네’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문의 과거와 현재 서문의 좁은 문을 나서면 한적한 도로 위에 작은 카페, 식당이 드문드문 보인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아주 오래돼 그 쇠락함이 한 눈에 보인다. 큰 길 뒤로는 작은 골목이, 골목 끝에는 주택이나 원룸들이 모여 있다. 이 문이 70년대에는 북문보다 활기찬 대학가였다는 것이 믿어지는가?1970년대 당시 서문은 ‘후문’으로 불렸다. 학교 안으로 버스가 들어와 후문으로 빠져나갔고, 술집·밥집·오락실 등 가게가 무려 140여 개나 있어 크게 상권을 이뤘
소셜다이닝 현장- 청년 기획가들저녁 7시, 대구코리아콘텐츠 랩 9층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며 들어오는 사람까지 합하니 총 7명 정도의 단출한 인원이 모였다. 7시가 조금 넘어서자 오늘 소셜다이닝의 모임지기 이통원(26) 씨가 일어나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같이 사람들이 안 와서 조금 실망스러운 날도 있습니다. 좀 더 노력해서 청년들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만든다면 모임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이 자리는 ‘포럼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하 포럼)’에서 운영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도란도란’ 내에서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마을’을 주제로 열린 것이었다.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은 말 그대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는(Dining) 모임의 형식을 말한다. 소셜다이닝의 가장 유명한 사례가 ‘킨포크(Kinfolk)’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농부·디자이너·사진가·작가 등 처음 만난 사람끼리 모여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즐긴 이야기를 엮은 잡지 ‘킨포크’는 곧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며 크게 유행
연재기획 ‘집은 사람이다’는 인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 3월 ‘집은 사람이다’ 1편(본지 1568호)에서는 대구의 쪽방촌을 다녀왔다. 14㎡도 되지 않는 방 크기와 겨울철 최고 온도가 7도에 못 미치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시민 1천여 명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했다. 최소한의 주거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집에서는 쉼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전세가가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많은 20 대, 30대 청년들 또한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몰리고 있다. 공부하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올라간 서울은 그 정도가 매우 극심하다. 겨우 구한 좁은 방 한 칸은 지친 몸을 뉘일 공간일 뿐이지, 다른 무엇도 아니다. 현행 제도는 주거권보다 재산권을, 가난한 청년보다 기득권의 부동산을 우선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파편화됐다. 그러나 손 놓고만 있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그 방법들 중 하나가 ‘주거공동체’다●1인 가구 청년 15.4%가 주거 빈곤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에 사는 청년들의 수는 전국적으로 112만 명이다.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특히 1인 가구 청년, 즉 홀로
손톱에 불그스름한 봉숭아물을 들이는 일은 사소한 즐거움을 준다. 자연염색은 그렇게 고아한 아름다움으로, 또는 우리나라만의 빛깔을 드러내는 전통적 가치로서 우리 곁에 있다. 연재기획 ‘대구 구석구석 박물관’의 마지막, 세 번째로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자연염색박물관’을 찾아갔다. 이 박물관에서는 자연염색 유물과 도구, 섬유관련 민속자료와 국내 자연염색기술 선도자인 김지희 관장의 창작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천을 곱게 물들이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자연에 물든 박물관염색은 우연과 자연에 의해 시작됐다. 까마득한 옛날, 누군가는 흰 옷을 입은 채 우거진 숲속을 지나고 있었을 것이다. 푸른 풀들이 그의 흰 옷을 스치며 풀물을 옮겼을 그때, 최초의 염색이 시작된 것이다.염색, 말 그대로 빛깔을 물들이는 일이다. 자연염색은 물들이는 재료가 꽃잎, 식물의 줄기, 과일껍질, 심지어 광물에 이르기까지 자연재료(염료 또는 안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하게 들리는 말은 ‘천연염색’이다. 박물관의 이름을 ‘천연염색’이 아닌, ‘자연염색’박물관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자연염색박물관’의 김지희 관장(77)은 “자연염색을 연구한 학자들이 천연염색을 제국
▲타미노가 파미나 공주를 구할 것이라 밤의 여왕에게 맹세하는 장면. 타미노가 밤의 여왕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본 공연에서 밤의 여왕은 어머니로 상징되는데, 아들의 첫사랑은 어머니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장면이다객석의 조명이 꺼지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무대와 객석 사이, 아래로 파인 공간(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자들의 손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팀파니가 울렸다. 서곡(Overture), 막을 여는 첫 번째 곡이다. 또한 이번 무대에 올라서는 가수들의 첫 곡이기도 하다. 조명이 켜지고 대학생 가수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올라선 무대, ‘2016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대구’. 빛나는 별이 될 젊은 가수들의 서곡이 시작됐다●유니버시아드를 준비하며지난 17~1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2016 오페라 유니버시아드(Opera Universiade)’가 열렸다.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는 대학(University)와 올림피아드(Olypiad)를 합성한 타이틀로써, 지난해 처음 열린 대학생 오페라 축제다. 지역과 외국의 음악대학 학생들이 협력해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며, 재능 있는 젊은 성악가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실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
▲18mm 태엽식 영화 촬영기(KEY STONE K-8, 더블 16mm필름용, 미국, 1935년)를 들고 있는 김태환 관장세계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 단 하나밖에 없는 비디오카메라 박물관인 한국영상박물관이 대구 중앙로에 위치해 있다. 북문에서 버스를 타고 경상감영공원에서 내리면 20분도 체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김태환 관장이 소탈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카메라에 대해 묻는 순간, 김 관장의 눈은 강렬하게 빛난다. 입으로는 이 기기가 몇 년도 모델인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설명하고 손으로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작동시킨다. ‘기록’을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평생 역사를 기록해온 김 관장은 그 스스로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었다●“돈도 없는 영감이 20년 동안 돈 안 받고 문 열고 있다는 게 희귀한 일이지” 1999년에 설립한 한국영상박물관은 지금까지 각 국가에서 제작된 비디오카메라와 영상관련 기계·사진기·영사기·TV·영화필름·영상물 콘텐츠 자료 등을 수집·보존·전시해 왔다. 25평 정도의 작은 박물관 안에 들어서면 김태환 관장이 수집한 2천여 점의 각종 영상기기들이 렌즈를 통해 방문자를 바라본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