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역시나 하회마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이 외곽을 따라 돌아 나가는 마을, 조상들의 해학과 풍자가 엿보이는 탈춤의 고장,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다녀갔던 곳.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하회마을에 다녀오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미처 몰랐다. 안동에 하회마을 말고도 많은 볼거리가 있다는 걸!평소의 나는 여행지를 다닐 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못 된다. 여행 당일에도 오전 열 시 남짓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 직접 도시락도 싸고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한 번씩은 여느 주말처럼 느긋하게 일어나 나들이하듯 새로운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좋다. 그런 여행지로는 안동이 최적이다.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삼십분이면 안동 터미널에 도착한다.안동 터미널에서 첫 번째 목적지인 도산서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안동의 거의 모든 버스는 시내 중심지를 거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한 번에 가기보다 언제나 중심지를 거쳐 환승 한다. 이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교통 카드와 버스 시간이다. 특히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정해진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안동의
거제 고현 버스터미널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맹족죽 테마공원 하유 마을 거가대교 대구 동부 버스터미널어슴푸레한 새벽 6시 가로등 빛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전날 밤 시원하게 쏟아진 겨울비로 아스팔트는 축축했고,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올빼미 인간으로 변신한 나에겐 이 공기가 낯설었다. 짐은 별로 없었다. 지갑, 카메라, 수첩, 끝. 거제 고현 터미널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는 대구 동부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여행이라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은가보다. 설이 끼여 있는 주말, 귀경 인파를 우려한 탓인지 인터넷 예매를 막아둬 현장에서 표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매표소에는 ‘거제 행 모두 매진’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다른 경로를 알아보니 서부 정류장에서 통영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일정을 바꿔 통영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 남짓이 지나 비몽사몽 차에서 내리니 통영 종합버스터미널이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풍겨 옴을 느끼며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 창 너머, 자욱한 안개에 덮인 짙푸른 색 바다와 선착장에 동동 떠있는 배들이 스쳐지나갔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원색의 지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