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구의 힘은 인간을 위해 식량을 제공하는 지구의 힘보다 훨씬 크다. 억제되지 않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 따라서 인구 증가는 식량의 증가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인구는 식량보다 증가 속도가 월등히 빠르며, 인구를 억제하지 않으면 대규모 식량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인구론』은 큰 파장을 일으킨 가설이었다. 『인구론』은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 학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출산율이 소수점까지 떨어진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인구론』은 터무니없는 이론이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며 식량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출산을 위한 환경과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출산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론』의 관점에서 보면 식량 부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 복지국가의 개념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설국열차>,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의 작품도 『인구론』을 배경으로 하며, 최근까지 흥행하는 <어벤져스>의 ‘타노스’라는 캐릭터도 『인구론』의 사상을 바탕으로 우주 모든 생명의 개체 수를 반으로 줄이려 한다.

이에 올해 초 한 언론사는 재미있는 기사를 기획했다. 출산율이 극한으로 감소한 현재를 배경으로 여러 관점에서 ‘인구론’을 다시 써 보자는 의도다. 기사에 따르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출산율 감소는 개체군 조절을 의미한다.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개체 수는 너무 많다 보니 출산율 감소를 통해 이를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에는 일자리,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즉 개인의 관점에서 출산율 감소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일 수 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듯 너무 힘들고 각박한 사회 환경을 출산율 감소의 원인으로 본다. 이러한 사회를 경험한 현세대는 다음 세대를 부양할 여력도, 그들에게 현 사회를 계승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책론적 관점에서는 정부가 인구 변화에 대한 장기적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베이비붐이 일어났던 1960년대에는 산아제한 정책을 내놨지만, 이후 지속되는 저출산을 감지하지 못하다가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했다.

맬서스의 『인구론』과 이 기사에서 재해석한 ‘인구론’의 차이는 현상에 대한 관점의 다양성이다. 맬서스를 포함한 19세기 당시 사람들은 당장의 인구 및 식량 변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앞으로 변할 사회 양상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구론』에서는 전염병 등을 통해 저소득층 인구를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상술했듯 인구 변화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을 종합해보면 ‘소득의 분배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과도한 경쟁 사회를 지양해야 한다’ 등의 결론이 도출된다.

기존 『인구론』처럼 단편적인 근거가 무서운 결론을 내놓는 사례는 많다. 본지만 하더라도 4명의 기자로 한 학기를 시작하자 폐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갔다. 그러나 현재는 10여 명의 기자와 함께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신문을 만들고 있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는 이 신문이 폐간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신문을 보는 당신은 어떠한가? 숲을 생각하지 못하고 나무를 베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동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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