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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도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시재생

최근 경북대 주변에서 도시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동구 신암동 지역에서는 재개발이 한창이고, 산격동과 복현동 주변이 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 앞으로 학교 주변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도시변화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도시재생 과정에서 우리대학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뜨는 동네

경리단길(서울), 봉리단길(대구), 황리단길(경주), 객리단길(전주), 동리단길(광주)… 최근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일명 ‘뜨는 동네’들이다. 특색있는 작고 예쁜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이들 뜨는 동네는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고 현재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을까? 동네가 속해 있는 도시들은 다르지만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예전에 도시화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쇠퇴하였다가 다시 활기를 찾은 곳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오래된(낡은) 건물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보존이 될 수 있고 재개발 혹은 도시재생 과정을 거칠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전혀 이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질 수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

도시의 낡은 공간이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앞에서 언급한 뜨는 동네들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 1964)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노동자 계층의 거주지가 일명 ‘젠트리’로 불리는 중산층 거주지로 바뀌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앞에서 언급한 소위 ‘뜨는’ 장소들이 모두 상업지역이고 이들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언론 보도를 통하여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젠트리피케이션 논의는 주거지역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즉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토지이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는 자본투자,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따른 중산층의 유입, 그리고 이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원주민의 내몰림 현상이다. 낡은 건물을 물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돈을 들여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롭게 짓거나 리모델링하게되면 건물의 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임대료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불능력이 있는 중산층은 이주해 올 수 있는 반면, 낮은 임대료 등으로 해당지역에 거주하거나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순화말로 ‘둥지내몰림’이라는 표현을 쓸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둥지내몰림’이라는 단어는 자본의 투자와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다른 측면을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도시재개발과 같은 도시 변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 변화가 특정 계층을 위한 변화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시 변화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수반한 도시변화의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집이든 영업하는 가게든 삶의 터전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현 정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핵심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원주민의 정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낡은 도시를 재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택이나 상점이 낡으면 이를 이용하고 지불하는 임대료 또한 낮을 수밖에 없고 통상적으로 이렇게 낮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낡은 도시 공간을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여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낡은 공간이 물리적으로 개선되면 주택이나 가게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예산이라는 공적 자원이 투입되기는 하였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이나 가게는 개인이 소유하고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혹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줄 수 있는 대상이고,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건물을 통하여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방법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자 하는 노력의 핵심은 이렇게 남의 건물을 빌려 쓰고 지불하는 임대료와 임대료 인상률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즉 건물을 소유한 사람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면서도 임차인이나 세입자가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대료의 인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하여 임대료나 전월세의 인상폭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사회적 합의점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노력이 다수 국민을 위한 민생 안정 정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개인의 재산을 공적으로 제한하는, 그래서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자 하는 또 다른 노력으로는 임대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는 것이 있다. 임대소득에 대해서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쉽게 임대료를 높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료의 인상을 제한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교차로 한 모퉁이에 건물이 하나 있다고 하자.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건물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특별한 자본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 건물이 지어졌을 때는 도로의 한 모퉁이에 위치했지만 시간이 지나 교차로에 지하철역이 생겼고 주변의 유동인구가 많아졌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이 건물의 임대료는 높아졌다. 건물 소유자가 건물에 대해서 투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역세권에 포함되면서 임대료가 높아진 것이다. 즉 도시에 공공재원이 투자돼 교통인프라가 개선됐고 이로 인하여 건물의 가치와 임대료가 상승한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의 자본투자 과정이 아닌 사회적 과정을 통하여 임대료가 상승하였다면 이렇게 오른 임대료가 건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모두 귀속되는 것이 타당할까? 이를 타당하다고 보지 않는 입장에서라면 세금의 형태로 오른 임대료를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맞든 틀리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자 한다면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제도적 틀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의 대상이 되는 곳의 경우 사회적 자본 형성이 미약한 경우가 많다. 낙후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여러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 낸 경우이다(진주시 옥봉새뜰마을 사업이 그 한 예이다).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도시재생에 함께하는 대학

기존 사례들을 보면 주민들의 역량을 길러주는 데 있어 사업의 촉매자 역할을 하는 활동가를 지칭하는 일명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많은 퍼실리테리터들이 외부 기관으로부터 파견된 경우가 많고, 사업이 종료되면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유지 및 운영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해당 지역의 인구구성이 고령화된 경우 그 역할을 넘겨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한 방안이 지역사회 자원, 특히 대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역 소재 대학에서 도시재생을 이끌어갈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고 대학생들이 도시재생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정체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며 나아가 주민들이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대학 주변에서 도시재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보다 적극적인 역할로 이 변화에 부응하여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는 도시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도시는 절대 다수의 거주 공간이자 경제활동의 터전이다. 이러한 도시 공간이 특정 소수가 아닌 대다수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아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감영 교수
(사범대 지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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