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소비자 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지난 2002년 법인설립 인가를 받고 2003년 10월 사업을 개시했다. 대학 생협은 교직원·학생 등 본교 구성원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하며, 구성원들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본교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는 생협의 가장 큰 장점은 학내에서 양질의 물품을 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여기서 난 이익금은 생협 출자자인 학생과 교직원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현재 생활협동조합은 지속된 적자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생협 재정난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위탁 매장의 몰락

본교 생협은 사업 개시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적자는 총 3억 7천여만 원에 달한다. 특히 대부분의 식당과 경대리아(패스트푸드점), 크누코옵피(카페) 등에서 1억 7천여만 원의 적자가 발생해 전체 적자에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가장 큰 적자 원인으로는 위탁 운영되던 생협 매장들의 폐업이 꼽힌다. 생협은 지난 2004년부터 외부 업체와 계약하고 여러 매장을 위탁 운영했다. 계약에 따라 각 위탁 운영 매장의 실질적 운영권은 계약 업체에게 주어졌으며, 생협은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매입·매출 역시 생협 명의의 계좌를 사용했으며, 생협은 계약 업체들에게 위탁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던 경북대병원의 식당이 교육부 감사에서 위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본교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업체는 같은 법 제20조에 의해 타인에게 재위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생협 역시 작년 8월 복지관 1층 쇼핑플라자, 복지관 휴게실 카페 등 모든 위탁 업체를 본부에 반납했다.

위탁 업체를 통한 수익이 끊기자 위탁 업체에 가려졌던 생협 직영 매장들의 적자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생협 최정분 기획관리과장은 “2018년 이전까지 위탁 운영을 통한 수입이 5억여 원이었다”며 “생협이 위탁을 비교적 많이 계약하다 보니 손실도 크다”고 밝혔다.

외부 업체의 아웃소싱에 따른 생협 매장 자체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본교 대구은행점 옆 외곽에 위치해 있는 크누코옵피는 작년 1,800여만 원의 적자를 냈다. 복지관 2층에는 생협이 운영하는 크누라운지 카페가 있지만, 복지관 내 카페 수는 총 5개가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생협 김진걸 사무국장은 “본교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위치에 있는 공학관 식당이나 도서관 카페 등은 모두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매장”이라며 “현 생협 매장은 대부분 가장자리에 있거나 다른 매장에 묻혀 매출을 올리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타대 생협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학교 생협 관계자는 “외부 업체가 들어오며 생협의 매출은 분산되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상승하고 있다”며 “타대 생협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업체가 많아지면 이용객도 분산되고, 이에 따라 생협의 매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강원대학교는 외부 업체가 교내에 존재하지 않아 생협 매장이 교내에서 독점 운영하고 있다. 강원대학교 생협 강신수 사업부장은 “작년에는 인건비 상승을 대비해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매출 상승을 도모해 흑자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출은 줄고, 인건비는 늘고

적자가 크게 발생하자 인건비 지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생협은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2018년도 성과상여급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 경북대생협지회(이하 노조)는 작년 10월 생협 이사장인 이정태 교수(사회대 정치외교)를 대구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본지 1620호 ‘본교 생활협동조합 노조와 이사회 간의 갈등, 고발로 이어져’ 기사 참조). 김 사무국장은 “4억여 원의 적자가 일어난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성과상여금까지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적자도 줄이고 노동자와도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노조와 협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 손영숙 지회장은 “생협에서 제시하는 안 중 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성과상여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은 여전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 2월 대구고용노동청은 본교 생협이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2018년도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본교 생협에 발송했다.

적자(赤字)생존의 방법은?

영어영문과의 한 학생은 “학내 매점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용품이나 간식거리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서 매점 기능 자체는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협 매장은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 물품을 공급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등 구성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생협은 앞서 언급된 적자를 흑자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외곽에 위치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매장에는 ▲LED ▲돌출 간판 ▲스티커 등을 설치했다. 식당은 적자가 심해질 경우 기존 4,500원이었던 식권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인자판기 등을 설치해 인력과 인건비를 줄일 계획도 있다. 특히 인력에 비해 적자가 심한 경대리아는 업종변경의 가능성까지도 담아두고 있다.

생협은 온라인 쇼핑몰도 기획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학교 소모품이나 기념품을 납품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오는 6월경 개설할 것”이라며 “택배발송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운영 및 사업을 진행할 출자금이 적은 것도 문제”라며 “본교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생협 가입을 통해 출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협은 지난 3월 기준 1588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으며, 이들로부터 4,700여만 원의 출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김 사무국장은 “적자가 지속돼 생협이 파산하면 아웃소싱된 매장들이 교내에 대거 들어서며 본교 구성원들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생협을 되살리려면 생협의 조합원이 되어 생협 매장을 애용하는 구성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생협 카페 크누코옵피

유동현 기자/ydh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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