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구 바깥에서 보는 세계와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아득한 거리에 정신이 멍해지곤 한다. 그 때문인지 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내가 머물러 있는 이 도시 하나도 온전히 다 알 수 없는데 하물며 세계라니. 현실감 있게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아시아의 동쪽으로 가 보자. 소위 말하는 ‘한·중·일’혹은 그 주변국들이 위치한 동아시아는 지형학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기준으로 구분할 때 포함되는 나라가 달라지긴 하지만 그 지역의 인구는 대략 전 세계 인구의 22%를 상회한다.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에 속한 몽골은 문화나 종교를 따져서 중앙아시아로 분류하고,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에 속한 베트남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분류하기도 한다. 동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서양 열강의 함포로 그 판도가 크게 달라져 역사책에서는 쓰라림과 애통함 때로는 분노마저 느껴진다.

동아시아는 함께 살아왔지만 오늘날엔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많이 남아 있다. 외교·교육·환경·역사 등등 각 분야에 걸쳐 동아시아는 지금도 곳곳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만나는 것 자체가 충돌이지 않겠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여러 나라가 모여 머리를 맞대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다 보면 동아시아는 여느 지역 공동체보다 끈끈한 관계로 묶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계를 향해 나아갈 꿈을 꾸고 있다면 우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 동아시아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를 어떻게 알아갈 수 있을까. 동아시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반은 이미 우리 학교에도 많이 마련되어 있다. 국문·일문·중문·한문학, 더불어 동양철학·동양사학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동아시아의 언어를 배우고, 문명이 전개되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어떤 사상과 예술이 어떻게 그 꽃을 피워왔는지를 살펴본다면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수천 년의 세월을 동아시아 사람들과 함께해 온 한문학을 공부하는 나의 제일 큰 목표는 동아시아를 이해하고 그 문명 유산을 세계와 함께 공유하는 것에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공부가 언젠간 세계로 뻗어나가는 튼튼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벚꽃이 피어날 이즈음, 나는 공자께서 처음 수업을 여셨던 강단 뒤에 있는 은행나무를 생각하고 있다.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누리고 있는 복현 동산에서의 생활에서 시안(西安)과 교토(京都), 하노이(Ha Noi)를 생각하고 있다. 더 큰 세상을 향해 웅비하기 위해 동아시아를 공부해 보자. 한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인 동아시아를 향해 나아가자. 그리고 더 나아가자. 세계를 향해.

이윤

(인문대 한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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