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고 싶은 수업(이하 다듣수)은 수강생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수업에 대한 에세이를 받고 교수법·수업 방식 등을 발전시키기 위해 본교 교수학습센터에서 매 학기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이번 제12회 다듣수에서는 172개 응모작 중 2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에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임주영(IT대 전자 16) 씨와 한동석 교수(IT대 전자), 권은정(인문대 노어노문 16) 씨와 거리게스 교수(인문대 영어영문)의 수업 방식과 사제 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통신이론

▲임주영(IT대 전자공학 16, 이하 임) / 한동석 교수(IT대 전자공학, 이하 한)

Q. ‘통신이론’은 어떤 수업인가?

한: 우리는 매일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휴대폰 신호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통신이론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기본적인 과목이다.

 

Q. 통신이론 수업을 어떻게 수강하게 됐나?

임: 3학년 1학기까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수업을 듣지만, 2학기부터는 전공 학점을 거의 다 채워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고민하곤 한다. 나도 그런 고민을 하던 중 한동석 교수님의 통신이론 수업을 발견했다. 수강신청 당시 통신이론 수업은 수강 평이 하나도 없었고, 이름이 ‘통신’이라 낯설고 생소했다. 반도체 관련 공부만 하다 다른 분야를 접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해봤다.

 

Q. 교수님의 수업 방식 중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임: 수업 영상을 찍어서 ABEEK 사이트에 올려주신다. 처음 배우는 과목의 경우 정규수업만 들으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전공 특성 상 수식이 많이 사용되어 수식만 보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영상을 통해 복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

 

Q. SNS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고 들었다. 채팅방을 따로 개설한 이유가 있나?

한: 학생과 일 대 일로 만나면 얘기를 잘하는데 다수가 있으면 잘 못하는 것 같다. 쪽지 숙제가 나가거나 시험기간이 되면 찾아와서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것들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수업 전에 종이를 나눠주고 학생들이 거기에 질문을 적으면 교수님이 PDF로 질문을 정리해 다음 수업 때 답할 시간도 따로 마련하시더라. 이런 수업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한: 질문지 활용 수업은 교육학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방법이다. 신임교수 연수회에 오셨던 교수님이 이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셔서 처음 알게 됐는데, 나도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교수님이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수업의 장점은 무엇인가?

임: 막상 모르는 게 있어도 질문하기 망설여지고, 친구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면 ‘시험에 안 나오겠지’라며 모르는 대로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는 단체 채팅방도 있고 교수님께서 질문지도 주시니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채팅방에 다른 학우들이 질문을 올리면 그걸 보는 사람들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Q. 에세이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이 ‘소통’이었다. 교수님 본인은 수업에서 소통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한: 당연하게도 기업체에서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혼자 놀기에 너무 익숙하고 실제로도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 함께 무언가를 이뤄내는 경험이 중요한데 그런 경험의 기회가 잘 없는 것 같다. 사회에 나가면 소통하는 능력이 그 사람의 장점이 된다. 수업에서 혼자 진도만 나가는 것보다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Q. 교수님에 대한 강의평가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한: 막상 강의 평이 아주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교수가 준비하는 강의와 학생들의 눈높이가 달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은데 학생들은 힘든 수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더라. 교수로서 ‘납땜이나 라디오를 다루는 낯선 경험도 해보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지난 수업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 교수님께서 항상 열심히 해주셔서 바라는 점은 따로 없다.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받는 성적에 따라 교수 평가점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평가에 너무 상처를 받지 않으시면 좋겠다.

Q. 앞으로 학생들과의 ‘소통’ 계획과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할수록 수업시간이 부족해서 고민이다. 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좋은 수업방식을 알게 된다면 언제든 시도해보고자 한다. 평소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력이 있어도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적다. 대학생활 동안 수업시간을 활용해 배우게 된 지식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길 바란다.

영어대화법2

▲권은정(인문대 노어노문 14, 이하 권) / 거리게스, 스테판 레스터 교수(인문대 영어영문, 이하 G)

Q. ‘영어대화법2’은 어떤 수업인가?

G: 한국어로는 영어대화법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영어로 ‘interpersonal communication’ 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이 수업은 ‘대화(conversation)’가 아닌 ‘소통(communication)’에 대한 수업이다. 소통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의 기초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얼마나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은 편하게 소통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한다. 학생들은 이미 영어를 괜찮게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조별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게 해 이들에게 자신감을 형성하려 한다.

 

Q. 수업을 듣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권: 현재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다. 러시아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스피킹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영어 과목 선택에 있어 어떻게 하면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배우고 싶어서 이 수업을 듣게 됐다. 타과생이다 보니 수업을 듣기 전까지 교수의 수업방식이나 내용 등의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들어갔다. 수업을 다 듣고 나니 나에게 최적의 수업이라 생각이 들었다.

 

Q. 수업시간에 올드팝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G: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다. 노래는 책처럼 두껍지 않은, 짧은 글이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쉽다. 내가 선택한 곡들은 단순한 팝송이 아니라 가사에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 노래들은 맥락을 지니고 있고, 인간적 삶에 대해 말하고, 문화 역사 등등. 내가 노래에서 집중하고 있는 점은 학생들이 노래 속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내 수업에서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영어는 수업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영어는 어떤 목적을 위해 도구다. 도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다. 영어는 의미를 알아내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노래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래의 가사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는 원어민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썼다. 그래서 수업에서 우리는 그 생각들을 찾아내려 한다. 나는 미국에서 사회학을 가르쳤다. ‘사회문제’라는 과목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미국 학생들도 한국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영어를 사용했지만 공부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영어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찾기도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말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노래란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창과 같다. 노래 속에서 사람·역사·문화·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Q. 개인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홈페이지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G: 난 교과서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내 수업에는 교과서가 필요하지 않다. 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내 홈페이지에는 글과 음악이 있다. 그중에는 유명해서 여러 가수들이 여러 버전으로 부른 노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버전의 곡을 들려주며 그 곡의 배경을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Q. 재미있던 수업 방식이 2인 1조 퀴즈였다고 했다. 어떤 점이 좋았나?

권: 고등학교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렇게 친밀하게 조별수업을 했던 적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과 짝이 돼서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거리게스 교수님의 수업은 일반적인 수업방식이 아니다. 인터뷰에서 교수님이 계속 강조하고 계시듯 영어대화법2 수업에서는 confidence, 즉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인이 깨닫게 해 준다.

 

Q. 수업에서 진행한 자신의 과제나 발표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무엇인가?

권: 과제보다는 발표가 더 재밌었다. 시험이 아예 발표 형식이었다. 새로운 방식이라 마치 외국에 와서 수업 듣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너무 떨렸지만,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긴장한 걸 알고 문법적으로 틀리건 맞건 표현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게 해 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해 주셨다.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음.

처음에 발표했던 것은 올드팝이었는데, 수업에서 들은 올드팝을 모아 보면 사회적 소외계층을 노래하고 있다. 한 구절 한 구절 직독직해를 하면 이해를 못 하지만, 조를 짜서 생각을 나눠보면 거기서 ‘wrong answer’는 없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Q.수업에서 소통과 활동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어떤 이유가 있나?

G: 모든 사람이 원하기 때문이다. 영문법보다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사람을 이해하는 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훈련처럼 외우는 방식의 교육은 잘못됐다.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 수업에서 영어를 쓰지 않더라도, 소통하는 법은 배우고 갔으면 한다.

 

Q. 이 수업을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권: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을 제일 많이 배웠다. 원래는 문법에 연연하는 편이었는데, 수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문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수강 인원이 30명 정도였는데, 한 학기 동안 거의 모든 사람과 다 대화해본 것 같다.

유동현 기자/ydh17@knu.ac.kr

김민호 전임기자

편집: 곽나영 기자/gny18@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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