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소믈리에 서종화 씨는 자신의 커리어를 맥주 제작의 영역까지 넓히는 중이다.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맥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비어 소믈리에’ 서종화 씨, 그의 비어 바틀 샵(주로 생맥주보다는 병 및 캔 맥주를 파는 맥주 판매점), ‘대니쉬 옐로우’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비어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이다. 즐비하게 늘어선 맥주들 사이에서 어떤 맥주를 마실지 고민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물어보자. “오늘 날씨에는 어떤 맥주가 어울릴까요?” 절대로 후회 없는 추천을 받을 것이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목 안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의 라거가 좋아요”

Q. 비어 소믈리에란 어떤 직업인가?

A. 맥주는 재료의 특성과 넣는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비어 소믈리에는 그렇게 특징별로 분류된 여러 맥주를 마셔보고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맥주를 추천해주는 직업이다.

Q. 비어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어떻게 알게 됐나?

A. 비어 소믈리에가 되기 전에는 커피를 좋아해 커피 업계에 종사했다. 일을 마치고 맥주를 먹을 때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때 내 취향이 커피보다 맥주와 더 맞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맥주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비어 소믈리에 자격 과정을 알게 됐다.

Q. 비어 소믈리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A. 내가 취득한 자격증은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로 독일에 있는 자격증의 로열티를 받아 우리나라에 개설된 민간자격증이다. 국내에서는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과정을 서울에서만 수강할 수 있어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공부했다. 물·맥아·효모·홉 등 기본적인 맥주의 재료에 대해 배우고 시음을 통해 재료마다 가지는 맛의 특성을 배웠다. 맥주를 나라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종류에 대해 배운 후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Q. 비어 소믈리에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본격적으로 비어 소믈리에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 비어 바틀 샵 ‘대니쉬 옐로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비어 소믈리에 자격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서비스업과 잘 맞는 성격이어서 비어 바틀 샵을 열었다. 내가 추천한 맥주를 손님이 좋아할 때 느끼는 보람이 정말 커서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3월부터 만들어진 한국 비어 소믈리에 협회의 교육분과 수석위원으로 활동하며 맥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 대상의 시음교육을 주로 해왔고 최근에는 편의점 맥주에 대한 강의와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 브루잉’ 강의를 기획하고 있다.

Q.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을 알려 달라.

A. 첫 번째로, 누구와 함께 마시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술이 그렇지만 맥주는 함께 마시는 사람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아니라면 혼자 마시느니만 못할 수 있다.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기분 자체가 달라지고, 이는 맥주 맛을 느끼는 데도 영향을 준다.

두 번째로, 캔이든 병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잔의 경우 세척할 때 깨끗이 헹궈야 하며, 철수세미로 씻는 등 잔 안쪽에 흠집을 내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 유리잔에 흠집이 나면 그 틈으로 세균이 번식할 수 있고 탄산도 빨리 날아간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잔에 맥주를 따를 때 기포가 심하게 올라온다면 잔 안쪽에 기름때가 남았거나 흠집이 많은 것이다. 이런 경우 탄산이 빨리 날아가 맥주가 금방 밍밍해진다. 잔이 깨끗하면 잔 안쪽에 기포가 하나도 생기지 않는데, 이 때의 맥주가 훨씬 맛있다.

세 번째로, 맥주의 맛을 온전히 느끼려면 안주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향이 많은 맥주는 안주 없이 즐겨야 온전히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맥주는 와인처럼 머금지 않아도 된다. 맥주를 와인처럼 입에 오랫동안 머금거나 머금은 채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오히려 쓴맛이 더 많이 느껴져 거부감이 들고 맥주 본연의 맛이 덜 느껴질 수 있다. 꿀꺽 삼키되 맥주가 넘어갈 동안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좋다. 입과 혓바닥의 앞, 중간, 끝까지 맛을 보고 쓴맛이 얼마나 느껴지는지, 도수와 목 넘김은 어떤지 그리고 배 속의 감각까지 모두 느끼면 맥주의 모든 맛을 온전히 느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접 다양한 맥주를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학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맥주가 많이 판매되고 있으니 맥주를 경험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특히 편의점은 맥주를 접하는 데에 있어서 최적의 장소다. 해외여행을 가서 국내보다 값싸고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는 것도 방법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여행의 경험을 통해서 맥주를 좋아하게 된다.

Q.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마시는 맥주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다. 

A.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마시는 맥주 브랜드는 카스, 하이트, 핏츠, 클라우드 등이 있다. 카스, 하이트, 핏츠는 어메리칸 어정트 라거(American Adjunct Lager)라는 스타일이다. 같은 스타일의 해외맥주로는 버드와이저, 밀러, 쿠어스, 아사히 등이 있다. 이 스타일의 맥주에는 쌀과 옥수수가 부재료로 사용되는데, 이들이 맥주를 깔끔하고 투명하게 만든다. 향도 옥수수 향이 나면서 구수한 느낌이 나고 맥아만 사용했을 때의 달짝지근한 맛을 잡아준다. 한편, 클라우드는 쌀과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고 맥아만으로 만든 맥주다. 그래서 앞서 말한 다른 맥주들보다 더 풍미 있고 깊은 맛이 난다.

필라이트는 엄연히 말하면 맥주가 아니다. 표기에도 기타주류라고 돼있다. 맥아가 70%이상 들어가야 맥주로 인정하는데 필라이트는 맥주의 느낌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도 맥아를 70%보다 적게 넣은 상업적인 맥주다. 맥아를 줄인 만큼 쌀이나 옥수수를 더 사용하여 낮은 가격으로 생산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맥주는 맛도 없고 별로라는 말이 많다. 그러나 이는 맥주를 만드는 스타일의 차이다. 우리나라 맥주는 원래 향이 없고 깔끔하게 만들어져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그래서 향이 나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과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

Q. 대학생들은 ‘소맥(소주+맥주)’을 많이 마신다. 소맥에 대한 비어 소믈리에의 의견이 듣고 싶다.

A. 소맥만큼 좋은 칵테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맥주를 이용한 최고의 칵테일이 아닌가 싶다. 외국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소맥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맥주의 가벼운 느낌과 소주의 달짝지근함이 더해져 목넘김이 좋다. 최적의 비율로 섞었을 경우에 도수가 7.7도라서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나라 맥주가 가볍고 깔끔한 느낌만 있다 보니 좀 더 묵직하게 먹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소맥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맥의 등장은 맥주 산업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벼운 맥주에 질려 소맥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벼운 맥주 이상으로 다양한 맥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국내 맥주 생산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Q. 우리나라 맥주 산업의 동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국산 맥주는 주세법에 따라 세금을 많이 내다보니 산업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다양성을 가진 ‘브루어리(맥주공장)’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낮고 수익이 있더라도 더디게 올라가는 상황이다. 만약 주세법이 개정된다면 더 많은 브루어리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맥주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현재는 수익성을 불가피하게 따지다보니 대중적으로 어필이 될 수 있게끔 만들 수밖에 없다. 라거 종류로 향이 덜나고 마시기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이 여전한 추세다. IPA를 만들더라도 향과 쓴맛이 덜하고 먹기 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생산자들에게 조금 더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추세에 따라 시그니처를 만들되 계속 도전하고 개발해서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아사히 맥주가 그 예인데 ‘수퍼드라이’라는 시그니처 맥주를 생산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맥주 산업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벨기에, 독일 등의 맥주와 우리나라 맥주를 비교하는데 맥주 산업이 큰 나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겨우 그 씨앗이 뿌려진 상태에 불과하다. 벨기에, 독일은 몇 백 년의 맥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엄청난 기술력과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맥주 산업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몇 십 년이 지났다.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주면 좋겠다.

Q.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맥주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신은 누구나 가볍게 즐기는 것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이런 크래프트 정신을 가지고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무엇을 하든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닥치는 대로 경험해보는 거다. 실패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3·40대가 돼서 20대의 실패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이 없었을 것이다. 획일화된 진로를 생각하기보다는 혼자 여행도 가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면 좋겠다.

[맥주의 종류]

맥주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큰 분류로는 효모에 따라 에일과 라거가 있지만 그 세분류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맥주의 몇 가지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① 바이젠(에일)

밀 맥주로 효모가 발효되면서 나오는 향이 뚜렷하게 느껴지며 풍미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흐릿하고 불투명하다. 그만큼 거품이 풍미가 있다. 오렌지 껍질 등의 부재료로 인위적으로 과일향, 꽃향 등을 내기도 한다.

② IPA(라거)

보통 사람들이 마시는 IPA는 거의 다 미국 맥주다. 그렇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IPA는 본래 영국의 맥주 종류 중 하나다. 홉의 특성이 아주 강하다. 제일 뚜렷하게 느껴지는 향은 시트러스 계열로 오렌지, 레몬, 자몽 등의 특성이 드러나고 쓴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③ 스타우트(에일)

맥주를 색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스타우트는 까만색의 맥주다.맥아의 성향이 강한 맥주 종류인데, 커피도 로스팅에 따라 향과 느낌이 다양하듯 맥아도 로스팅에 따라 특징이 다르다. 맥아를 볶으면서 색을 입히면 흑맥주가 된다. 볶는 과정에서 나오는 커피, 초코 등의 향이 맥주의 캐릭터가 된다. 

[맥주의 주원료]

① 맥아 :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는 식용으로 사용하는 6조맥과는 다른 맥주용 2조맥을 싹틔워 말린 것으로 전분·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각종 효소를 갖고 있다.

② 호프 : 맥주의 독특한 향기와 쌉쌀한 맛을 내는 호프는 덩굴식물로서 독일·체코 등이 원산지이며, 맥주 제조에는 암꽃만을 사용한다.

③ 효모 : 맥주 발효 시 맥아당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만드는 역할을 하며 맥주의 맛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이다

④ 물 : 물은 모든 주류의 품질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로 맥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개의 경우 깨끗한 자연수를 정수처리 하여 사용하고 있다.

출처: 원융희(2008), 『맥주의 세계』, 살림

최수영 기자/csy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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