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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 : 문제는 고통의 총량이다

앞으로 검사나 판사가 될 사람은 관심법(觀心法)을 공부해야 한다. 검사는 ‘진정한’ 양심을 판별해야 하고, 판사는 ‘내면의 소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헌법 전공자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의 관계를 논(論)할 생각이 없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한다. 대체복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주장은 양심상 총을 들고 살인할 수 없으니 다른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할 것을 우려한다. 대체복무에 찬성하는 측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과도한 대체복무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징벌은 불가하다는 뜻이다. 반대 측은 병역에 비해 힘든 대체복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과 고통의 총량이 같은 의무를 부과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유인(誘因)이 사라진다. 병역을 이행하든, 대체복무를 하든 고통의 총량이 같기 때문이다. 대체복무 기간이 18개월을 초과하면 징벌적이라거나, 18개월에 미달하면 병역 거부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징벌적 대체복무를 부과하지 말라”

UN의 권고도 고통의 총량 측면에서 병역과 동등한 대체복무를 부과하라는 의미이다. 고통의 총량은 고통의 단위당 크기에 기간을 곱해서 측정할 수 있다. 병역에 비해 단위 당 고통이 작은 의무는 18개월 이상을, 단위 당 고통이 큰 의무는 18개월 미만을 부과해야 한다.
고통의 단위당 크기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러한 생각의 논거는 밀(Mill)이 저술한 『공리주의』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고통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든지, 또는 두 종류의 감각적 쾌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강렬한지 결정해야 할 때, 양쪽에 대해 모두 익숙한 사람들의 생각을 묻는 것 말고 달리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병역 이행에 따르는 고통은 자유의 억압, 학업 중단 또는 소득 상실, 경력 단절, 사상(死傷) 가능성 등이다. 이것들을 하나 하나 계량화해서 숫자로 표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고통의 총량이라는 측면에서 병역 18개월과 동등한 의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18개월 병역의 고통의 크기는 얼마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어렵다.  

“18개월 병역과 24개월 교도소 근무 중 어떤 것이 더 고통스러운가?”

그러나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두 번째 질문을 반복하면 18개월 병역과 무차별한 대체복무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통계학, 조사방법론, 경제학, 심리학 전공 연구자는 무수히 많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국방부가 바빠졌다. 2020년부터 대체복무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 국방부가 검토 중인 대체복무는 36개월간 교도소 또는 소방서에서 합숙 근무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설계된 대체복무라면 ‘진정한’ 양심상 총을 못 드는 사람만이 이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48개월 간 요양원에서 봉사하는 것, 12개월 간 전신주 작업을 하는 것 등도 대체복무가 될 수 있다.
국방부가 급하게 내놓은 안(案)이지만 36개월간 교도소 또는 소방서에서 합숙 근무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는 대체복무이다. 다른 사람들이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오정일 교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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