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널 전시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 유니피스 회원들

우리는 대부분 여럿보다는 혼자서 여가를 보내고, 대화보다는 SNS를 통해 댓글을 달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친구들과 소통한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자신의 것만 챙기는 데 급급해 서로 경쟁을 하고, 사람을 계산하며 만나는 현실이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진정한 우정을 맺기는 힘들다. 학기 중에는 함께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지만, 방학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연락을 끊고 사는 게 대부분이다.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나 수업을 같이 듣게 되더라도 언제나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흩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대학교에 다닌 몇 년 동안 알게 된 사람들은 많지만,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을 친구는 찾기 어렵다.

이와 다르게 우리 학교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에 대해 큰 가치를 두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유니피스’다. 유니피스는 한 사람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이어지면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매년 관련 주제로 캠퍼스와 각자의 지역에서 주제패널 전시회를 펼치고 있다. 전해 듣기로는 1998년부터 대학생들이 대화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대학생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니피스는 우리도 쉽게 고민해볼 수 있는 인간주의, 생명 존엄, 대화의 중요성, 우정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뤄오고 있다. 모든 기획과 제작은 물론, 홍보와 진행까지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1회로 개최했던 평화전시전의 주제는 ‘앵매도리-한 사람을 소중히’였다. 앵매도리란 ‘벚꽃은 벚꽃, 매화는 매화, 복숭아꽃은 복숭아꽃, 자두꽃은 자두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좀 더 깊이 해석하면 ‘모든 사람에게는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말이다. 유니피스는 세계 인권 선언 70주년을 기념해 앵매도리와 인권의 연관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을 차별하는 현상, 이것이 인권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유니피스가 강조하는 인권의 시작은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었다. 앵매도리처럼 각자 개성의 꽃을 피우면서, 다른 사람들도 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앵매도리는 한 악기의 연주보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더 빛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더 조화로워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난 1학기 유니피스 전시전의 기획과 활동에 모두 참여했다. 동아리 회원들과 매주 모여 전시전 준비를 할 때도 주제에 대해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적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진실한 위로와 격려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전시전을 하면서 처음 본 사람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속에서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관심과 존중,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외적인 화려함과 대조되는 내면의 공허함·외로움·소외감·박탈감 등 개인적·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은 대학생에게 이 유니피스의 활동이야말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 받는 속에 확실한 행복이 될 것이다. 전혀 아름답지 못한 현실에 외롭게 자리한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면서 동시에 위로받고 서로 존중하며 공감과 이해를 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혜민

(공대 신소재공학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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