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이미지와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돼 도시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도시가 1·2차 산업보다는 서비스업이나 관광 산업을 통해 수입을 얻는 만큼 각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도시브랜드는 중요한 요소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도시브랜드 인식조사를 진행해 브랜드 슬로건과 캐릭터 개선 요구를 받았다. 3년이 지난 현재, 대구시에서는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제시했다. 이에 본교생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대구시의 도시브랜드가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시브랜드를 형성해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도시브랜드, 어디서 왔나?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 제2조에서는 도시브랜드를 도시의 경제·문화자산·환경·시민·인프라 등 도시의 유·무형 자산을 모두 합친 것으로 규정한다. 본교 김태운 교수(행정)는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 내의 모든 요소의 집합체이자 상품처럼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초기 도시브랜드는 경기가 침체한 도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뉴욕시다. 1970년대 이후 높은 인건비와 제조단가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들이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 및 문화적 쇠퇴를 겪었다. 인건비와 제조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미국 남·서부나 아시아로 제조 공장들이 이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가 침체됐던 뉴욕시는 1977년부터 “I love New York”라는 슬로건을 걸고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이 캠페인을 통해 뉴욕에 거주하는 사업가들은 충분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매력적인 계약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고, 시민들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도시브랜드 구축의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후에는 각 지역의 특성을 강조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도시를 브랜드화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1990년대에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역할이 커졌다. 김 교수는 “통신·관광 등 3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일부 도시에서는 도시차별화 및 도시마케팅 수단으로 도시브랜드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도시 브랜드 세계화 시범사업’을 선발해 지자체의 브랜드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각 지자체에 도시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요구했다. 대구시는 2012년에 ‘대구국제뮤지컬축제’가 도시 브랜드 세계화 시범사업에 선정됐고, 2014년부터 시청에 도시브랜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인 ?도시브랜드담당관?을 설치했다.

도시브랜드, 정체성을 담다

김 교수는 “도시브랜드는 외부에 보여주는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일관된 지향점을 보여줘 시민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때 외부에 보여주는 도시의 이미지는 관광 상품으로써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기업을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성을 포함한다. 김 교수는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각 도시 내의 기업이나 시민의 수가 도시행정 운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도시브랜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면 기업을 유치하거나 신규 입주자를 늘리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립된 도시브랜드는 시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도시브랜드는 타 도시와의 차별성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해당 도시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대구시 도시브랜드담당관 박영규 주무관은 “시민들의 애착심과 긍지감을 높일 수 있는 대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시브랜드에 의미를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교생의 대구시 도시브랜드 인식

대구시는 도시브랜드 상징물로 ▲심벌(1996년) ▲캐릭터(2000년) ▲브랜드 슬로건(2004년) 등을 사용해 왔다. 본지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본교생 203명을 대상으로 대구시 도시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대구시 도시브랜드 상징물 중 접해본 것은 무엇이 있습니까?(중복선택 가능)’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7%(178명)가 ‘브랜드 슬로건’을, 응답자의 77%(157명)가 ‘심벌’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1972년부터 대구시의 시목(市木)이었던 전나무나 시화(市花)였던 목련에 대해서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처음으로 인지했다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대구시 도시브랜드 상징물 중 대구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항에서는 브랜드 슬로건이 54%(111명), 심벌이 37%(76명)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도시브랜드 상징물 인식 정도와 유사했다. 대구시 도시브랜드 상징물 중 대구시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대구시에서 자체 제작한 수달 이모티콘과 비천상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패션이’가 각각 36%(74명)와 28%(58명)로 높은 순위였다.

김 교수는 “도시브랜드는 브랜드만 보고도 해당 도시를 유추해낼 수 있도록 명료해야 한다”며 “독특하기만 한 도시브랜드보다 이해하기 쉽고 도시와 관련성이 높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구시의 역사·문화적 맥락을 알고 유추해야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오히려 대구시와의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구시 도시브랜드를 선택 또는 서술하시오(중복선택 가능)’ 문항에서는 ▲섬유도시 48%(98명) ▲교육도시 36%(74명) ▲문화예술도시 36%(74명) 등이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정지예(인문대 한문 17) 씨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대구가 섬유산업으로 유명하다고 배웠다”며 “실제로 지내보니 대구는 서원이나 근대문화골목 등 역사적인 관광지가 많고 오페라·뮤지컬 축제 등이 활발해 전반적으로 문화예술도시라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약 5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현재 대구시 도시브랜드 슬로건인 ‘Colorful DAEGU’가 대구시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대구시의 도시브랜드는?

대구시는 지난 2004년에 ‘Colorful DAEGU’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지정했다. 브랜드 슬로건은 브랜드를 집약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Colorful DAEGU’는 밝고 활기찬 이미지와 다양한 모습의 발전적인 대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최경실 교수(이화여대)는 「도시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연상색채의 연관성 분석」에서 “슬로건에 사용하는 색채에 따라 의미와 상징성으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대구시 역시 ‘밝고’, ‘다양한’ 이미지를 추구하면서 타 도시 슬로건과 유사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폭넓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Colorful DAEGU’는 패션·섬유 산업에만 한정적인 브랜드 슬로건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슬로건 외에도 대구시는 도시브랜드 상징물로 심벌(1996년)이나 캐릭터(2000년) 등을 장기간 사용해 왔으나, 이들은 제작 시기와 의도가 각각 다르고, 명확한 도시정체성이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 주무관은 “지난 2015년에 진행한 도시브랜드 인식조사에서는 ▲지역민의 애착심 ▲강화해야 할 산업 ▲대구 상징체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며 “당시 제기된 상징물 교체 및 보완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해 대표 브랜드를 개발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교식 대구시 도시브랜드혁신팀장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의뢰해 기존 ‘Colorful DAEGU’와 ‘핫플레이스 대구’라는 두 개의 브랜드 안을 도출했다”며 “시민 의견수렴과 조례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대구 대표 브랜드 개념 재정립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lorful or 핫플레이스’

본교생 2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시브랜드 및 도시브랜드 상징물을 결정할 때, ▲시민 공모전 55%(112명) ▲시민 설문조사 후 전문가 개입 37%(77명) ▲시민 대표인 시의회에서 논의 3%(7명)의 과정을 거치기를 바라고 있다. 김 교수는 “도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므로 도시브랜드를 만들 때에는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도시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아마추어적인 수준이므로 전문가가 해당 도시의 도시브랜드 요소를 분석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lorful DAEGU’와 ‘핫플레이스 대구’라는 두 개의 안 중 어떤 것이 앞으로 대구시의 대표 브랜드가 될지는 모른다. 다만 대표 브랜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며,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구시의 색을 담은 도시 브랜드가 돼야 할 것이다. 김 교수는 “도시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이후에 널리 알리는 것도 도시브랜드를 형성하고 확립하는 과정”이라며 “도시브랜드의 의미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관련된 이벤트나 축제에 시민을 노출시켜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브랜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본교에도 ▲심벌마크 ▲교시(진리·긍지·봉사) ▲교색 ▲교화(감꽃) ▲상징동물(호반우) ▲슬로건(미래를 주도하는 첨성인, 세상을 선도하는 경북대!) 등의 상징물이 있다. 이에 본교생 203명을 대상으로 본교 상징물에 대한 인지도와 본교 이미지에 대한 부합도를 조사했다.

본교 상징물은 ▲심벌 98%(199명) ▲상징동물 77%(158명) ▲교시 63%(129명) 순으로 인지도가 있었다. 본교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상징물로는 심벌이 80%(164명)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벌이 본교 이미지와 부합하는 이유로는 “타대학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본교의 역사와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본교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상징물로는 호반우 54%(111명)와 감꽃 21%(43명)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호반우와 감꽃의 경우 “본교와의 관련성을 잘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호반우는 “디자인이 학교 상징동물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교에서 학교브랜드나 학교 상징을 만들 때 ▲구성원 공모전 56%(115명) ▲구성원 설문조사 후 전문가 개입 32%(65명) ▲학생회 논의 5%(12명) 등의 절차를 거치기 바란다는 응답이 있었다.

한편 본교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상징물로 꼽힌 호반우는 지난 2014년 본교에서 한 달간 학내구성원 응모를 거쳐 조철희 교수(예술대 디자인)의 디자인으로 완성된 것이다. 당시 한 달 동안 본교 홈페이지에 팝업광고를 띄우고 전 기관에 공문을 보냈지만 상징동물 공모전의 참여율은 학내구성원의 1% 미만(359점)이었다.

설문조사 기간: 2018년 11월 20일

~24일(5일간)

총 응답자 수: 203명

학년별 응답자 수 : 1학년 55명(27%), 2학년 78명(38%),3학년 48명(23%), 4학년 22명(10%)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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