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2020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前哨戰) 성격을 가진다. 다중(多衆)이 예측한 것처럼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우리가 미국의 중간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2018년 초부터 한반도에서 시작된 미증유(未曾有)의 ‘평화와 공존의 거대한 희망’ 때문이다.

지난 세기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도 분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반도는 1950년대에 비롯된 냉전(冷戰)의 마지막 전장(戰場)이다.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남북한은 크고 작은 분쟁과 대결로 70년 가까운 세월을 적대관계로 일관해왔다. 남북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그 이후에 집권한 권력자들의 치졸한 망동(妄動)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분단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려왔던 보수정당들과 언론의 책동 역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16-17년 촛불혁명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는 획기적인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일관계를 성사시키려 진력하고 있다. 남과 북은 지난 4월 27일, 5월 26일 그리고 9월 18-2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설치되어 있는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非武裝化)와 남북철도 연결사업 같은 낭보(朗報)가 아침저녁으로 전파를 타는 시점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세계의 헌병 미국의 자세다. 호전적(好戰的)이며 야심만만한 정치가 트럼프의 등장에 한국민들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임자인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의 미숙한 외교정책과 전략적 인내로 인해 남북과 북미관계는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미국 민주당은 비둘기파, 공화당은 매파로 인식돼왔다. 그것은 199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여실히 증명된다. 부자(父子) 대통령의 전쟁획책과 실행의 결과를 우리는 이라크에서 빈발하는 테러 사건에서 확인한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그것도 우리의 영원한 공동체인 한반도에서 놀라운 변화의 기적이 생겨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이 대화와 상생의 기조로 외교적인 입장을 선회하였다. 그 결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던 것이다. 그 와중에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반도 분단과 6.25 한국동란 이후 처음으로 열린 북미 수뇌회담이었다.

지구의 마지막 냉전지대를 혁파하려는 노력에 세계는 경의를 표하며 축하의 인사를 보내왔다. 이런 추세에 약빠른 아베도 숟가락을 올리려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명운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렸던 것이다.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될 듯 보였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11월 8일 예정된 북미회담 취소로 난항(難航)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가 관철되지 않자, 북한이 회담을 연기하자고 통보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대북(對北) 제재 해제를 주장하는 북한과 선결적인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 사이의 줄다리기가 한창인 시점에서 중간선거와 회담연기가 동시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과 북미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것은 올해 숨 가쁘게 진행된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의 대화국면이 중차대하고 의미심장한 세계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는 일본 속담이 있다. 엄중한 협상과 회담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상황을 점검해가면서 임하는 자세가 지혜로워 보인다. 어렵게 시작된 대화와 타협, 상생과 평화의 국면이 미국의 중간선거로 악영향을 받지 않고 순항하려면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세계인의 따사로운 관심과 성원이 필요할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열쇠를 남과 북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같은 주변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싫든 좋든 미-중-일-러의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한반도의 비극적인 숙명이 이참에 최종적으로 종결되어 후손들에게는 전쟁의 참화와 동족상잔의 흑역사와 불가역적으로 영원히 작별했으면 하는 바람 절절하다.  

김규종 교수

(인문대 노어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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