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은 택시운전사 만섭의 열한 살 난 딸이다. 부인이 죽은 후로 빚을 갚고 사글세를 내느라 가난에 시달리는 삶 속에서, 만섭은 누구보다도 염세적이고 ‘뻔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 만섭이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가며 상황은 반전된다. 위험천만한 상황의 광주를 겨우 빠져나와 순천으로 도망쳤지만, 남겨두고 온 사람들 탓에 만섭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은정은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던, 이기적이고 거만했던 만섭이 ‘타인’에게 공감을 하게끔 하는 유일한 매개체다. 은정의 또래 아이들을 보며 광주의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교감한 만섭은, 결국 은정과의 소풍 약속까지 취소하며 흐느끼듯 말하고서는 광주로 되돌아간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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