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일본에서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22기 <제로의 집행인>이 개봉했다. 제로의 집행인은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인물 중 ‘아무로 토오루’를 주요 인물로 내세워 테러와 공안 경찰에 대해 다뤘는데, 개봉 3일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3주 차에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따돌리고 1위를 유지했고, 개봉 후 7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순위 27위에 올랐다. 10월 28일 기준, 영화 수익은 총 9,004,878,800엔으로 90억 엔을 넘겼다. 이에 아무로 토오루는 ‘100억 엔의 남자’라고 불리면서 영화 개봉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아무로 토오루는 명탐정 코난 속 검은 조직에 잠입한 공안 경찰이다. 그는 ‘트리플 페이스(Triple-face)’로, ▲사립 탐정이자 카페 아르바이트생(아무로 토오루) ▲검은 조직의 조직원(버본) ▲공안 경찰(후루야 레이-본명)이라는 세 개의 이름·성격·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로의 집행인>에서는 그의 진짜 모습인 공안 경찰 후루야 레이의 매력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무로의 팬이 된 사람들을 가리켜 ‘아무로의 여자(安室の女)’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아무로의 여자들’은 아무로와 관련된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일본 내에서 ‘아무로 효과’라는 사회·경제적인 현상이 등장했다.

폐간설 돌던 잡지는 완판

후루야 도장 대란도 발생해

명탐정 코난을 연재하기 전까지 폐간설이 돌던 잡지『주간 소년선데이』 는 아무로 스핀오프를 연재하자마자 전국 완판을 이뤘다. 잡지『애니미디어』 는 6월호에 아무로를 표지에 싣자 불티나게 팔려나가,  1981년 창간 이후 2번째로 중판을 결정해야 할 정도였다. 또 2018년 5월 16일 아사히신문은 <제로의 집행인>에 대한 소개와 함께 ‘후루야 도장 대란’을 보도했다. 일본에서 ‘후루야’라는 성씨는 우리나라 ‘육’ 씨 같이 희귀한 성씨로 전국에 30명 정도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즈키나 사토(우리나라로 치면 ‘김’, ‘이’에 해당하는 흔한 성씨)보다 도장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후루야 도장은 플래너나 체크리스트에 찍으면 후루야를 상사로 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처럼 ‘아무로 효과’는 출판이나 도장과 같이 죽어가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일본 경제지인 <닛케이신문>은 “소비시장이 ‘더블 아무로’를 주목하고 있다”며 “하나는 지난 6월 3일에 은퇴 전 라스트 콘서트를 끝낸 가수 아무로 나미에, 다른 하나는 2018년 상반기 히트 상품랭킹 6위에 등극한 영화 명탐정 코난의 캐릭터 아무로 토오루”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캐릭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사회·경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다만 캐릭터에 대한 호감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사상이나 영화 내에서 등장하는 특권계층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무로 토오루가 뛰어난 외모와 능력을 갖춘 것과 별개로 그는 영화 내에서 공안 경찰로서 권력기관의 비정상적인 법 집행을 방치하거나 돕고, 과도하고 비뚤어진 애국심을 보인다. 우리는 그의 캐릭터 적인 매력과 그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표민정(사회대 문헌정보 17)

▲명탐정 코난 극장판 22기 <제로의 집행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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