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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정폭력은 더 이상‘가정’만의 폭력이 아니다

언론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국내 가정폭력 검거 건수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8천여 건이 검거됐으나, 2016년에는 4만 5천여 건이 검거된 것이다. 서울연구원에서는 서울시 여성긴급전화 상담 건수가 2010년 1만여 건에서 2017년 1만 8천여 건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의 증가는 그동안 감춰지고 숨겨져 온 가정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음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이혼한 전 남편이 전 부인을 살해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매년 가정폭력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의 문제가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가정폭력은 여느 중범죄 못지않게 개인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목숨까지도 위협하며, 나아가 사회를 멍들게 하는 무서운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우리 사회는 ‘가정에서의 일’이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정폭력으로 인한 중상해, 살인사건 등이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기 시작했고, 사회가 가정폭력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의 피의자 A씨는 피해자의 차량 안쪽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동선을 파악하고, 범행을 저지르던 날에 가발을 쓰는 등 치밀한 계획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A씨의 딸들은 ‘아버지를 사형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했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피해자인 어머니와 자신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았으며, 아버지인 A씨가 치밀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A씨는 3년 전에 피해자를 폭행해 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훈방 조치됐고, 2년 전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다가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을 때에도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훈방 조치됐다. 결국 피해자의 딸들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의 사형을 호소한 것은, 현재의 법 체계만으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결코 보호받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면인 것이다.
현재 경찰은 폭력 재발이 우려되는 가정을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최초로 신고를 한 전화번호가 경찰에 등록돼 있거나, 피해자 스스로 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에만 재발우려 가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등 ‘피해자 위주’의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A씨와 피해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고위험 가정’으로 분류됐지만, 경찰 측은 피해자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춰 제대로 재발 방지 관리를 하지 않는 사이에 결국 살인을 막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가정폭력도 사회적인 문제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의 피해를 공공연하게 알리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형성과,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의 제고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를 망가뜨리는 가정폭력, 확실한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가정폭력이 ‘가정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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