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현(자연대 화학 12)

예전부터 해외유학을 간다면 독일로 가고 싶었다. 학비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장학금 사업 시행 이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등록금의 부담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무슨 일인들 돈 문제와 무관하겠느냐마는,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서러운 일이다. 재산 격차가 다음 세대의 교육 격차로, 교육 격차가 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경직된 사회에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잡아볼 수조차 없다. 불합리한 사회 제도는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온 사회가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하는 요즈음, 마침 경북대신문이 지난 1619호에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전면에 게재한 것이 몹시 반가웠다. 매 학기 한국장학재단에 장학금 신청을 하면서도 이사장이 누구인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본교에 재직한 적도 있는 또 한 명의 자랑스런 대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정우 이사장이 1989년 경북대신문에 투고한 기사를 보면, 그 당시에도 성적위주였던 장학금 제도를 비판하며 학생의 빈곤여부를 장학금 지급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었다. 2점이 모자라 장학금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학생의 사연에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제도 수준의 문제로 포착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한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에 큰 울림을 느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제통상학부 장학생 선발 문화가 그때 만들어졌다니,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시대 사람들의 문제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을 깊게 실감했다. 가을을 맞아 릴레이 인문학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행사소식을 늦게 알게 된 탓에 처음 두 강의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8면의 수강 후기 글을 보고 반가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강의에서 유익했던 점을 세 가지로 요약해두어 남은 강연들에게는 좋은 홍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강의는 진리를 규정하는 문제, 믿음과 참의 관계, 의심의 방법을 오용하는 문제에 대해 철학자의 이론을 근거로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이 거짓을 유포하는 사람들의 무기처럼 쓰였다는 설명은 이제껏 알던 내용과 달라 흥미로웠고, 시사적으로도 유의미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가담항설의 올바른 검증방법은 바로 음모를 제기한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는 대원칙이지만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빠르고 복잡다단한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비판적 지성이 절실해진다. 두 기사를 중심으로 살펴 본 지난 호는 비판적 지성과 실천적 지성의 양두마차를 타고 달리는 듯했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쓴다는 기치를 내건 경북대신문, 우리 독자도 바르게 읽고 바르게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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