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18회 노벨상은 총 5개 분야(화학, 물리, 생리, 의학, 평화)에서 12명의 인물들에게 수여됐다. 올해 노벨상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미룬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학술원에서 수상자 명단 유출, 미투 운동 등 여러 논란이 터지자 노벨상 위원회는 문학 분야의 수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학상이 주최측의 성범죄 파문으로 인해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평화상은 전쟁 성범죄에 대항해 활동해온 이들에게 주어졌다.

이외에도 물리학상 분야에서는 55년 만에 역대 세 번째 여성 수상자(도나 스트릭랜드)와 96세의 최고령 수상자(아서 애슈킨)을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의 수상자들의 업적은 무엇인지, 인류에게 어떤 공헌(Benefit)을 했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본교 교수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과 지식 그리고 경제성장

정태훈 교수(경상대 경제통상)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은 경제성장이론에 기후변화와 기술혁신을 포함시킨 공로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와 폴 로머 뉴욕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위원회는 이 두 경제학자의 공헌을 “우리 시대에 가장 기본적이고 긴급한 문제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대한 해답 제시”에서 찾았다.

경제학의 본질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극복해 나가는지에 있다. 경제학자들은 ?자연?과 ?지식?이 이러한 제한된 자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왔다.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의미하고, 지식은 이러한 환경을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연과 지식의 역할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가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는 데에는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올해의 두 수상자는 자연과 지식이 시장경제의 장기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경제학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장기 거시경제학 분석에 기후변화를 포함시킨 이론 모형을 개발했다. 인간의 행동은 지난 100년 동안 활발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한편으로는 지구의 평균 온도를 빠르게 상승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1970년대의 젊은 경제학자 노드하우스는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기후변화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경제학적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서 열정을 쏟아부었다. 

기후변화라는 자연과학적인 현상을 장기적인 경제성장 모형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경제성장 모형으로는 불가능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를 얼마나 오염시키는지에 대한 화학적 모듈,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후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가는지에 대한 물리학적 모듈,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후 변화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경제학적 모듈이 모두 경제성장 모형 속에 들어가야 했다. 노드하우스의 핵심적인 업적은 이 세 가지 모듈을 모두 통합해서 간단하고 다루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냈다는 데에 있다. 화학적 모듈이나 물리학적 모듈과 같은 자연과학적인 방정식을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방정식 체계로 집어넣어서 모형을 풀어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자연과학적 방정식 체계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고려되지 않는 반면, 경제학적 방정식 체계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됐던 기후변화와 경제성장의 상호관계에 대한 노드하우스의 연구는, 1990년대 중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손실 모듈까지 방정식 체계에 집어넣음으로써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다. 노드하우스의 연구 성과 덕분에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서 탄소 배출에 대한 정부 정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 파리협정이나 온실가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보면, 노드하우스의 업적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로머 교수는 내생적 성장 모형을 개발했다. 로머 교수가 학계에 등장하기 이전 경제성장의 중심적인 모형은 솔로우 모형이었다. 솔로우 모형에 의하면 가난한 국가는 빨리 성장하고, 부유한 국가는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를 따라잡아서 결국에는 비슷하게 되는 수렴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로머가 데이터로 확인한 실제 세상의 모습은 달랐다. 국가 간 성장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격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을 버리고 새로운 모형을 찾아야만 했다. 로머는 솔로우 모형이 기술혁신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솔로우 모형은 경제성장의 핵심이 지속적인 기술의 진보라고 말하면서도, 기술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아무나 사용해서, 모든 국가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간주했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변수가 모형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고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을 ‘외생적’이라고 한다. 로머는 이 ‘외생적’ 기술혁신을 ‘내생적’ 기술혁신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서 1986년과 1990년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솔로우 모형에서는 자본축적과 기술이 아무런 상관없이 따로 움직이는 반면, 로머가 1986년에 제시한 내생적 모형에서는 지식의 축적을 자본축적 과정의 부산물로 간주했다. 즉,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을 통해 지식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그 결과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식이 의도되지 않고 긍정적 외부효과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방식으로 설명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은 로머는 1990년 논문에서 지식 축적이 사람들의 의도적인 행동의 결과임을 나타내는 메카니즘을 명시적으로 모형에 집어넣었다. 로머의 표현처럼 금광을 찾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금광이 발견될 확률이 높아지고, 박테리아를 찾으려는 실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것이 찾아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지식이라는 것이 비배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 보조금이나 특허권 보장 등의 독점적인 권리를 일정기간 동안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두 명은 모두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우의 모형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드하우스는 솔로우 모형에 자연과학적인 움직임을 반영한 새로운 방정식을 추가하는 형태로 확장했고, 로머는 솔로우 모형의 기본적인 전제부터 뒤집었다. 솔로우 모형을 대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라는 지향점은 같았다.

▲1960년 미국 한 해 일인당 소득과 1960~85년 각 국가별 일인당 소득의 연평균 증가율 비교 그래프

레이저 연구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과 생물, 의료에의 응용

여준엽 교수(자연대 물리)

2018년도 노벨물리학상이 발표됐다. 올해는 물리학 중에서도 광학 분야 - 세부적으로는 레이저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에 대해서 노벨상이 수여됐다. 레이저 관련 연구 분야에는 비단 올해뿐 아니라 예전에도 노벨물리학상이 여러 번 수여된 적이 있다.

20세기 초반 아인슈타인의 예측으로부터 시작한 레이저 연구는 1964년에 메이저(마이크로파 레이저)의 개발로 노벨상을 처음 수상했었다. 올해는 연구 내용이 다른 두 개의 레이저 관련 주제에 대해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됐는데, 노벨상 수상위원회의 선정 이유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하나는 ‘아서 애쉬퀸의 광학집게 연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제라드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의 높은 광도의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 개발 연구’이다. 

우리는 콩과 같은 작은 물체를 집어 옮길 때 젓가락과 같은 집게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매우 작은 집게가 있다면 매우 작은 입자라 할 지라도 쉽고 편리하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수십 마이크로 크기의 미세 입자에 해당하는 집게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그걸 원하는 위치와 방향으로 제어하는 일은 더욱 힘들다. 아서 애쉬퀸은 레이저를 이용해서 이러한 미세 입자의 위치를 제어할 수 있는 광학집게를 개발했다. 미세 입자에 빛이 조명되면 굴절과 반사 등의 광학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미세 입자는 빛에 의한 힘과 압력을 받는다. 이때 렌즈 등을 이용해서 빛을 한 곳에 집적시키면 미세 입자에 기울어진 힘들이 작용하여 가장 빛이 센 ‘빛의 중심’으로 미세 입자가 이동하게 된다.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빛의 중심을 제어해서 미세 입자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광학집게를 완성했다. 실제로 이 연구는 물리학 연구실의 미세 입자 제어를 넘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세 생물이나 세포 등에도 적용됐고, 현재는 많은 의학·생물학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됐다.

사실 애쉬퀸의 광학집게 연구는 1997년 스티븐 추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레이저 쿨링 연구에 영감을 준 선행 연구로, 오히려 뒤늦게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감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물리학을 포함한 타 분야의 수많은 연구들에게 영향을 주고 발전에 기여했기 때문에, 노벨상 위원회가 잊지 않고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라드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는 사제지간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들의 연구는 제라드 무루가 지도교수로, 도나 스트릭랜드가 박사과정 학생일 때 연구한 결과이다. 이 둘은 ‘처프펄스증폭’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극초단파(피코초 또는 펨토초, 10???~10???초) 펄스 레이저를 제작했다. 사실 초단파 펄스 레이저(나노초 또는 피코초, 10??~10???초)에 관한 연구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레이저의 지속시간이 초단파에서 극초단파로 갈수록 순간 에너지의 크기가 커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레이저 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증폭 장치가 이 순간 에너지의 크기를 버티지 못해 손상을 입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의 전체 에너지는 처프펄스증폭 기술이 개발되기 전 15여 년간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었다. 제라드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가 1985년 처프펄스증폭 장치를 개발함에 따라, 펄스 레이저의 에너지를 비약적으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펄스 레이저의 지속시간도 매우 작게 줄일 수 있었다.

처프펄스증폭은 크게 격자 이완기와 격자 압축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처음 생성된 레이저 펄스가 격자 이완기를 통해 지나가게 되면 파장에 따라 다른 광경로를 겪게 돼 레이저 펄스가 시간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렬된다. 그 다음, 상대적으로 줄어든 각각 파장의 빛을 일반적인 광증폭기를 통해 증폭기가 허용할 수 있는 에너지 크기로 증폭시킨다. 이후 다시 격자 압축기를 지나가게 되면, 늘어나 있었던 증폭된 펄스가 시간적으로 압축되어 매우 큰 에너지를 가지는 극초단파 레이저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동일 시간에 모여 있었던 여러 파장의 펄스를 파장에 따라 다른 시간 대역으로 달리 나눠 그 에너지를 줄인 뒤, 이를 증폭한 후에 나눠져 있었던 펄스를 동일 시간으로 압축하고 에너지를 극대화한 것이다. 실제 이 처프펄스증폭을 통해 에너지가 매우 큰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의 개발이 가능해졌고, 에너지가 큰 극초단파 펄스 레이저는 물리학 연구실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새

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아달리무맙은 연 매출 20조 원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개발돼 전세계 판매 1위 바이오 의약품이 됐다. 현재 아달리무맙은 건선과 염증성장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제약회사들이 파지디스플레이 방법으로 암,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 질환에 대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진화의 힘’을 인류의 건강을 위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 이러한 현황을 볼 때, 그레고리를 비롯한 오늘날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인물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서 애쉬퀸의 광학집게 연구 과정, 제라드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의 펄스 증폭 연구 과정 모식도ⓒNobel Media

2018 올해를 빛낸 노벨화학상 수상자, 그레고리 윈터

이동건 교수(자연대 생명과학)

올해 노벨화학상은 인간이 원하는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빠르게 만들고 찾아내는 기술에 그 영광이 주어졌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신진대사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알려져 있다. 누에 실크나 거미의 실크 단백질과 같은 구조단백질, 세포 내 반응을촉진하거나 떨어뜨리는 효소, 면역에 관여하는 항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수행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생물학의 기본원리로부터 DNA서열에 변화가 생기면 단백질 서열도 달라진다는 것, 이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DNA에 변이(혹은 복제시 오류)를 통해 변형된 다양한 단백질들을 만들고, 이런 변이 단백질들을 가진세포나 그 세포들로 구성된 개체들 중 주어진 환경에서 더 잘 살아남는 개체들로진화해왔다.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 유전자를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서 발현시켜 단백질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세포의 대사네트워크 전체를 재설계해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대사공학으로 발전하게 됐다. 대사공학에서는 효소를 잘 만들어 세포 내에서 적정량으로 발현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전에는 대사공학에서 사용하는 효소들을 자연계에서 찾아 활용했다. 하지만 우리가 유용 연료, 고분자, 용매,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에 효소의 성능이나 기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두 가지 기술들, 즉 ‘유도진화(directedevolution)’와 ‘파지 디스플레이(phagedisplay)’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도진화를 통해 생성된 효소들은 바이오연료(biofuel)에서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파지제시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진화한 항체는 자가면역질환과 싸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전이암(metastatic cancer)을 치료할 수도 있다.

올해의 수상 비중 1/4를 차지한 그레고리 윈터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그는 LMB(Laboratoryof Molecular Biology)에서 Bacillusstearothemophilus라는 박테리아 속Tryptophanyl-tRNA synthetase(TrpRS)의 아미노산 서열에 대해 연구해왔었다.그의 연구 경력은 거의 전적으로 LMB및 MRC(Medical Research Counsil) 센터단백질 공학(CPE)에 기반을 두고 있다.그는 1981년 프로그램 리더가 되었으며,1994~2006년 PNAC(Protein and NucleicAcid Chemistry) 본부장, 2006~2011년LMB 부국장, 2007~2008년에는 디렉터를역임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는 CPE의 부국장으로 지냈다.

그의 주요 연구 초점은 유전 공학과 단백질 공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연구에서 그레고리는 모든 항체가 동일한기본 구조를 가지며 작은 변화만이 하나의 표적에 특화된다는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암과 질병에 대한 항체 요법을 이끌어낸 인체 및 치료용 항체 기술을 개척했다. 그는 CambridgeAntibody Technology(AstraZeneca 인수), Domantis(GlaxoSmithKline 인수) 및Bicycle Therapeutics를 포함한 대단히 성공적인 스핀 아웃 회사를 설립했다.

그레고리는 케임브리지의 TrinityCollege 연구원이며 2012년부터 Trinity의 마스터로 지냈다. 그는 1987년에 유럽 분자 생물학기구(European MolecularBiology Organization)의 회원으로, 1990년왕립 학회 회원으로, 2006년부터는 과학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전문 기관의 펠로우 또는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제118회 노벨화학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과 메달을 수상했다.2004년에는 분자 생물학 서비스 부문에서영국 최하위 훈작사를 수상하기도 했었다.

그레고리 윈터 박사는 MRC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병원체나 암세포, 독소 등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를 만들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1980년대 과학자들은 항원을 생쥐의 혈관에 주사해 항체를 만들게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생쥐의 항체 자체가 인체에서 항원이 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이를 고민하던 그레고리는 스미스의 파지디스플레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즉, 사람의 항체 유전자를 파지 게놈에 넣어 표적 항원에 달라붙는 항체를 선별하는 방법이었다. 스미스의 파지디스플레이가 파지가 제시한 수많은 펩티드 가운데서 특정 항체에 달라붙는 항원을 찾는 방법이었다면, 윈터의 파지디스플레이는 파지가 제시한 수많은 펩티드 가운데서 특정 항원에 달라붙는 항체를 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올해 노벨화학상을 함께 수상한 프란시스아놀드가 개발한 유도진화 기법을 적용했다. 항체 유전자에 임의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만든 수 많은 변이 항체 가운데 특정 항원에 잘 달라붙는 걸 선별한 뒤, 이유전자에 다시 임의의 돌연변이를 일으켜더 잘 달라붙는 항체를 추려내는 식이다.

1990년대에 그레고리는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항체를 생산하는 방법으로써 여러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을 촉발하는 분자 TNF-알파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 아달리무맙(adalimumab)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2002년 아달리무맙을 이용해 최초의약품으로 개발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아달리무맙은 연 매출20조 원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개발돼 전세계 판매 1위 바이오 의약품이 됐다. 현재 아달리무맙은 건선과염증성장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제약회사들이 파지디스플레이 방법으로 암,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질환에 대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진화의 힘’을 인류의 건강을 위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이러한 현황을 볼 때, 그레고리를 비롯한오늘날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인물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명단

William D. Nordhaus

Paul M. Romer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명단

Arthur Ashikin

Gerard Mourou

Donna Strickland

노벨화학상 수상자 명단

Frances H. Arnold

George P. Smith

Sir Gregory P. Winter

다음 호(1620호)에서

생리의학상(James P. Allison, Tasuku Honjo), 평화상(Denis Mukwege, Nadia Murad)에 대한 해설 기사가 이어집니다.

편집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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