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인신공격, 음모론 등등, 우리의 판단을 흐리는 것들에 대한 철학적 고찰」(권홍우, 철학) 강연을 듣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말들 중 하나로 ‘팩트체크(fact check)’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말은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정보들 가운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사실관계를 먼저 따져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로 판명된 근거와 주장들에 대해서만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자는 취지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팩트체크’가 무엇보다도 국민적 관심을 얻은 이유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사실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의 주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말에 주목해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강의는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권홍우 교수님이 흥미로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설명하신 덕분에,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이 있을 때, 앞으로 어떤 자세로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고민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강의 내용들 중 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부분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진리란 무엇인가’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관련된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어떤 진술이 사실(fact)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기술하면 그것은 참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 진술은 거짓이다.” 우리에게는 쉬워 보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은 없는지 고민해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실이 있는 그대로 전달됐다면, 정말 있는 그대로만을 올바르게 진술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로 ‘믿음과 참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참이 사실이라고 믿거나, 믿음을 참이라 하거나, 참을 믿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강의에서는 믿음과 참이 서로 독립돼 있다고 합니다. 내가 믿는다고 해서 그 사실이 참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실이 참이라고 해서 우리가 늘 믿어야 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참인 사실을 믿을 수 있는 태도이며,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은 ‘의심의 방법을 오용하는 문제’입니다. 강의에서는 이에 확실성의 철학자 데카르트를 소개하며, 확실성을 얻기 위해서 그가 사용한 방법적 회의론을 언급했습니다. 사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지식을 더 확고한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하는 마음에서 회의적 방법론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현재에는 이 의심의 방법이 거짓을 유포하는 사람들의 무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의심의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참이라 받아들여진 사실들에도 오류의 가능성을 제시해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때 대응책은 증명의 부담을 우리가 아닌, 음모를 제기한 사람에게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음모에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연을 들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된 것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진리만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가능성들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앞으로 뉴스나 기사를 볼 때 이전보다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강의 시간이 즐거웠고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충분한 방향 제시가 된 강의였습니다.

황진성

(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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